인공지능(AI)이 변호사 업계의 오랜 업무 방식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과거 수십 명이 담당하던 판례 조사부터 법원 제출 서류 작성, 이민 서류 검토, 교통사고 분석에 이르기까지 AI 활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로펌의 인력 구조와 경쟁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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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상일 채로펌 대표변호사가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이 가져올 법률업계의 변화와 교민 법률서비스의 미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채로펌의 채상일 대표변호사는 1일 조이시애틀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AI는 단순히 변호사의 업무를 조금 편리하게 해주는 도구가 아니라 로펌의 구조와 법률서비스 제공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교민들도 더 빠르고 정확하면서 비용 부담을 낮춘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 변호사가 가장 큰 변화로 꼽은 분야는 법률 조사다.
과거에는 초임 변호사나 법대생들이 도서관에서 방대한 판례집을 뒤지며 관련 판례를 찾아내는 데 상당한 시간을 쏟았다. 대형 로펌의 경우 판례와 사건 조사를 전담하는 인력만 수십 명을 두기도 했다.
그러나 AI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채 변호사는 “질문을 입력하면 AI가 순식간에 수많은 판례를 검토해 관련 판례와 핵심 내용을 정리해준다”며 “과거 여러 사람이 장시간 해야 했던 일을 소수의 변호사가 처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특히 대형 로펌이 누려온 ‘인력의 힘’을 약화시키고 있다. 소규모 로펌도 AI를 제대로 활용하면 과거 대형 로펌의 대규모 조사 인력이 담당했던 업무 상당 부분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에 제출하는 각종 소송 서류 작성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채 변호사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활용해 소송 서류의 초안을 작성하고 변호사가 이를 검토·수정한 뒤 최종 제출하는 방식이 이미 법률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초창기에는 AI가 만든 서류를 사람이 다시 고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정도로 한계가 있었지만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최근에는 상당히 정교한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설명이다.
채 변호사는 “앞으로는 한쪽 변호사가 AI를 이용해 서류를 작성하면 상대편도 AI를 이용해 분석하고 대응하는 ‘AI 대 AI’ 경쟁이 자연스러운 모습이 될 것”이라며 “그럴수록 변호사의 역할은 단순 작성자가 아니라 판단하고 검증하고 최종 책임지는 쪽으로 이동하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채 변호사는 AI를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가장 큰 위험은 AI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판례나 내용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제시하는 이른바 ‘환각’ 현상이다.
실제로 법률업계에서는 AI가 만들어낸 가짜 판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법원 서류에 인용했다가 변호사가 제재를 받는 사례들이 발생했다.
채 변호사는 “AI가 아무리 정교한 서류를 만들어도 마지막에 서명하는 사람은 변호사”라며 “AI가 잘못했다고 책임을 돌릴 수 없다. 판례와 법률적 근거를 사람이 반드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AI 시대에도 변호사의 전문성과 책임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AI 도입이 교민들에게 가져올 가장 현실적인 변화로 채 변호사는 업무 처리 속도와 정확성을 꼽았다.
대표적인 분야가 이민 업무다. 이민 신청은 작은 오타나 서류 누락, 정보 불일치도 처리 지연이나 추가 서류 요구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AI를 활용하면 고객이 입력한 정보를 여러 서류와 비교해 누락이나 불일치 가능성을 사전에 찾아내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교통사고 사건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고 현장과 차량 파손 사진, 사고 관련 자료 등을 분석해 변호사가 사건의 초기 쟁점을 파악하는 데 AI를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객의 사건 관리 방식도 바뀌고 있다. 개인별 전자 시스템을 통해 자신이 제출한 서류와 사건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필요한 자료를 직접 올리는 방식이 확대되면서 전화나 이메일에 의존하던 전통적인 로펌과 고객 간 소통도 달라지고 있다.
채 변호사는 AI가 가져오는 가장 중요한 경제적 효과로 ‘생산성’을 꼽았다. 과거에는 변호사가 직접 조사하고 서류를 작성하고 검토해야 했기 때문에 한 사람이 처리할 수 있는 사건 수에 물리적인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AI와 업무 자동화가 정착되면 같은 인력으로 훨씬 많은 사건을 처리할 수 있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생산성 향상이 법률서비스 비용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채 변호사의 전망이다.
그는 “로펌 입장에서는 한 건당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더 많은 사건을 처리할 수 있다”며 “결국 고객에게는 보다 합리적인 비용으로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AI는 로펌 간 경쟁 구도도 바꾸고 있다.
그동안 소형 로펌이 대형 로펌과 맞붙을 경우 가장 큰 약점은 인력과 자본이었다. 상대가 여러 명의 변호사를 투입해 방대한 자료와 소송 서류를 쏟아내면 소수의 변호사가 대응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AI가 조사와 문서 분석, 초안 작성 등을 지원하면서 적은 인력으로도 상당한 업무량을 소화할 수 있게 됐다.
채 변호사는 이를 대형 호텔과 중소형 호텔의 예약 경쟁에 비유했다. 과거에는 대형 호텔만 막대한 비용을 들여 자체 예약망을 갖출 수 있었지만 온라인 예약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작은 호텔도 같은 시장에서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처럼, AI가 법률업계에서도 ‘규모의 장벽’을 낮추고 있다는 것이다.
AI가 가져오는 또 하나의 변화는 로펌의 자산 가치다. 전통적인 소형 로펌은 대표변호사의 경험과 명성, 고객 관계에 크게 의존했다. 대표변호사가 은퇴하면 사무실의 경쟁력도 함께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채 변호사는 앞으로는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수십 년 동안 축적된 업무 방식과 사건 처리 절차를 전산화하고 AI와 결합해 표준화하면 대표변호사가 바뀌더라도 로펌의 업무 체계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변호사 개인에게 있던 노하우가 시스템 속에 축적되는 것”이라며 “잘 만들어진 시스템 자체가 로펌의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법률서비스를 AI가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부동산 거래나 복잡한 협상처럼 당사자의 의도를 읽고 신뢰관계를 형성해야 하는 업무에서는 오랜 경험을 가진 변호사의 판단과 협상력이 여전히 결정적이라는 설명이다.
채 변호사는 앞으로 법률시장에서 중요한 기준은 ‘AI가 변호사를 대체하느냐’가 아니라 ‘변호사가 AI를 얼마나 정확하고 책임 있게 활용하느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AI가 판례를 찾고 수백 페이지의 자료를 분석하고 서류 초안을 만드는 역할을 담당하더라도 어떤 주장을 선택할지, AI의 결과가 정확한지, 고객에게 가장 유리한 해결책이 무엇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결국 변호사의 몫이라는 것이다.
채 변호사는 “기술을 외면하고 과거 방식만 고집하는 로펌은 갈수록 경쟁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AI를 제대로 활용하면서도 사람이 최종적으로 검증하고 책임지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이러한 변화가 한인사회에도 직접적인 혜택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교민들이 법률서비스를 이용할 때 가장 크게 느끼는 부담은 비용과 시간입니다. AI를 잘 활용하면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이면서도 정확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이용해 고객에게 얼마나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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