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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관빈씨와 출연진들이 공연후 관객들의 기립박수에 인사하고 있다.(사진: 이동근) |
크리스마스를 앞둔 지난주부터 시애틀 지역에는 기록적인 폭우와 강풍이 이어졌다. 곳곳에서 강 제방이 무너져 홍수가 발생해 주민들이 대피하고 도로가 차단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악천후 속에서도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찬양하는 성탄 음악은 비바람을 뚫고 어둠 속에서 더욱 밝게 울려 퍼졌다.
생전에 청소년과 음악을 사랑했던 고 안성진 목사의 숭고한 뜻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매년 안 목사 가족이 개최해 온 제28회 머킬티오 크리스마스 콘서트가 올해도 수준 높은 음악으로 은혜롭게 열렸다.
지난 12월 18일 오후 7시 30분부터 린우드 트리니티 루터란 교회에서 2시간 동안 열린 이번 음악회에는 한인사회와 미 주류사회에서 활동하는 수준급 음악인들이 함께 참여해 찬양과 연주로 성탄의 기쁨을 나누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
특히 출연진과 약 600명의 참석자들이 함께 캐럴을 부르며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은혜가 충만한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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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정덕 바리톤과 권수연 소프라노가 듀엣으로 찬양하고 있다.(사진: 이동근) |
파이프오르간의 캐럴 전주로 시작된 음악회에서 트리니티 루터란 교회 헥터 톨레도(Hector Toledo) 목사는 “안 목사 가족이 수준 높은 음악을 통해 예수님 탄생의 기쁜 소식을 커뮤니티에 전해왔다”며 감사하고, 성탄의 은혜와 하나님이 주신 이 기쁜 복음을 음악으로 온 세상에 더욱 널리 전하자고 당부했다.
이날 공연은 시애틀 행복한 교회 합창단(지휘 박관빈)의 ‘Joy to the World’를 비롯해 안 씨 가족과 친구 앙상블, 노스웨스트 걸콰이어(Northwest Girlchoir), 벨뷰 유스 심포니 오케스트라, 허정덕 바리톤 솔로, 권수현 소프라노 솔로, 듀엣 무대 등으로 다채롭게 이어졌다.
특히 음악회 감독을 맡은 고 안성진 목사의 외손자이자 줄리아드 음대 대학원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박관빈 씨는 외손녀 안진선(바이올린), 9살 증손녀 안나 안(Anna Ahn) 양등 8명과 함께 ‘The Little Drummer Boy’를 연주해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안 목사의 숭고한 뜻이 4대째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카렌 브루네(Karen Brunais) 지휘로 ‘Nigra Sum’ 등 4곡을 부른 여고생 합창단 노스웨스트 걸콰이어 11명의 무대는 천상의 화음 같은 아름다운 소리로 관객을 사로잡으며 큰 박수를 받았다.
또한 매튜 사비아조(Matthew Saivaggio) 지휘의 벨뷰 유스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A Bach Christmas’와 ‘호두까기 인형’ 중 ‘Waltz of the Flowers’ 등을 연주해 수준 높은 기량을 선보였다. 박관빈 씨 역시 협연자로 참여해 온몸으로 열정적인 바이올린을 연주해 깊은 감동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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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관빈씨와 가족, 친구들이 연주하고 있다. (사진: 이동근) |
목회자이자 찬양 사역자인 바리톤 허정덕 목사는 ‘Amazing Grace’를 풍부한 성량으로 열창해 큰 박수를 받았으며, 워싱턴 체임버 앙상블 솔리스트이자 한국과 미국 오페라 무대에서 활약 중인 소프라노 권수현 씨는 오페라 아리아 ‘Una voce poco fa’를 실제 오페라 연기처럼 열창해 공연 중간에도 탄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을 정도로 가장 많은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음악회에서는 인종과 세대를 초월해 남녀노소 모든 참석자들이 장엄한 오르간 연주에 맞춰 기립해 예수님 탄생을 축하하는 'O Come, All Ye Faithful'등을 함께 찬양 했으며 이어 전통적인 피날레로 출연진들과 청중들이 함께 ‘O Holy Night' 을 불렀는데 박관빈씨와 출연진들은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기립박수를 여러 차례 받았다.
환영 인사에서 전 미스 시애틀이자 손녀인 안진선 씨는 “머킬티오에서 30년을 사신 할아버지는 음악과 지역사회를 사랑해 1993년 이 음악회를 시작하셨다”며 “2002년 별세 이후에도 6남매 가족이 그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안진선 씨의 어머니인 써니 안 씨는 “여러 인종과 세대, 문화가 함께하는 이 유니크한 음악회를 통해 기쁨과 평화, 사랑이 가득하길 바란다”며 지난해에도 약 4,000달러의 도네이션이 모여 불우이웃 돕기에 사용됐다고 감사했다.
이 음악회는 기독교 문학가였던 고 안성진 목사의 뜻을 이어 문학 활동을 하고 있는 차녀 안문자 씨와 남편 이길송 장로가 중심이 되어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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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애틀 행복한 교회 합창단 찬양후 박관빈 지휘자가 인사하고 있다.(사진: 이동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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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관빈씨와 고 안성진 목사 가족이 함께 하고 있다.(사진: 이동근) |
안문자 씨는 “아버님은 하나님께 받은 음악적 재능에 감사하며 지역사회에 환원하길 원하셨다”며 “음악을 통해 주류사회와 우정을 나누고, 이해와 사랑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자는 취지로 시작된 음악회”라고 설명했다.
국민훈장을 수상한 아동문학가이자 기독교 교육자였던 고 안성진 목사는 서울에서 기독교 어린이문화관을 창설하고 평생 어린이와 청소년 사역에 헌신했으며, 관련 도서 80여 권을 발간했다. 또한 평양·대구·서울에서 목회했으며, 시애틀에 2개, 캐나다 밴쿠버에 1개의 교회를 개척했다.
안 목사의 셋째 아들로 시애틀과 뉴욕에서 활동 중인 조각가 겸 화가 안형남 씨는 음악회 프로그램 표지 디자인을 맡았다. 그는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담임목사 오정현)에 설치된 대형 조각 ‘영원한 사랑(Forever Love)’으로 2016년 대한민국 문화연예대상을 수상했다. 현재 서울 모란미술관에서 초대전 《안형남의 서사(Inseparable: A Retrospective of Hyong Nam Ahn)》를 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음악회에도 참석해 많은 축하를 받았다.
이처럼 안성진 목사 가족은 음악과 미술, 문학의 재능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있다.
한번도 빠지지 않고 매년 이 음악회에 참석해 왔다는 린우드 L씨는 “매년 12월이 되면 이 음악회가 기다려진다.”며 “비와 눈 속에서도 많은 미국인과 한인들이 찾는 이유는 동네 음악회가 아니라 시애틀 베냐로야 홀에서 열려도 손색이 없을 만큼 수준 높은 음악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4대째 이어지는 음악 가족들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 돌리고 이웃과 함께 하는 이 음악회야 말로 진정한 크리스마스의 정신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L씨는 “뒤돌아보면 지난 32년 동안 큰 폭설이 내렸던 해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3년간 중단되었던 시기를 제외하고 매년 개최되어 온 ‘머킬티오 크리스마스 콘서트’는 미주 한인사회의 자랑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영원히 계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근 (전 시애틀 중앙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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