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밤 백악관 연설을 통해 미군 전 장병들에게 1인당 1,776달러의 크리스마스 보너스 수표를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보너스가 올해 시행한 강력한 관세 정책을 통해 확보된 재원으로 마련됐다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약 15분간 진행된 연설에서 “미국의 건국 연도인 1776년을 기념하는 의미로 모든 군인들에게 1,776달러를 지급한다”며 “수표는 이미 발송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관세 덕분에 예상보다 훨씬 많은 수입이 들어왔다”며 “이 법안의 혜택을 가장 받아야 할 사람들은 바로 우리 군인들”이라고 말했다.
이번 보너스는 현역 군인 약 145만 명에게 지급될 예정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크리스마스 이전에 지급되는 ‘워리어 디비던드(Warrior Dividend)’”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발표는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커지는 시점에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미국 내에서는 식료품, 주거비, 공과금, 연말 선물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으며, 최근 몇 달간 고용 시장도 눈에 띄게 약화된 상태다.
백악관 외교접견실에서 조지 워싱턴 초상화와 크리스마스트리를 배경으로 연설한 트럼프 대통령은 고물가 책임을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 돌렸다. 그는 “11개월 전 나는 엉망진창인 상황을 물려받았고, 지금 그것을 바로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다수의 미국 성인들은 관세 정책 이후 물가가 다시 상승하고 고용 증가세가 둔화됐다며 경제 운영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연율 기준 3% 상승하며, 올해 4월의 2.3%보다 다시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4월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이라 명명하며 대규모 수입 관세를 발표한 이후, 월평균 신규 일자리 증가 수는 1만7천 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실업률도 1월 4%에서 최근 4.6%로 상승했다.
한편, 주식시장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휘발유 가격 하락과 함께 기술 기업들의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등 일부 긍정적인 신호도 존재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체감 경제는 여전히 불안정하며,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번 백악관 연설은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는 시점에서, 흔들리는 지지층을 다시 결집시키기 위한 행보라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 선거에서 공화당이 일부 지역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기반 약화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각종 경제 지표 차트를 직접 제시하며 경기 회복을 강조했다.
그러나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제 현실은 여전히 복합적이며, 향후 경제 지표와 정책 효과가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향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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