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지역에서 두 개 이상의 일을 병행하는 주민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저소득층의 생계 전략으로 여겨졌던 투잡·멀티잡 문화가 이제는 중산층·전문직·가정 단위까지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라고 시애틀타임스가 23일 보도했다. 높은 생활비, 주거비, 육아비 부담과 더불어, 보다 유연한 근무 형태를 찾으려는 흐름이 맞물린 결과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 노동자 중 5~20%가 여러 형태의 부수 소득을 갖고 있다. 우버·도어대시 같은 플랫폼 기반 ‘긱 워크’와 프리랜서 수입 증가도 이러한 경향을 보여준다.
워커스 랩(Workers Lab)의 셸리 스튜어드 연구책임자는 “전통적인 일자리만으로는 생활비가 감당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듣는다”며 “많은 사람들이 주말 우버 운전, 야간 수업 강의 등으로 소득을 추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운트레이크 테라스에 사는 30대 여성 노엘씨는 풀타임 직장 + 대학 야간 강의 2개를 병행하며 주당 70시간 이상 일한다. 모기지 월 4,300달러, 학자금·생활비·자동차 수리비 등 빚 5만 달러에 가까운 부담으로 “두 사람의 연소득 22만5,000달러인데도 빠듯하다”고 털어놨다.
건강 문제로 일을 줄인 전 의료기관 임원 리즈(44)는 장애 수당 심사 대기 기간 동안 뒷마당의 ‘핫텁’을 공유 플랫폼에 올려 렌털 수익을 얻고 있다. 또한 물리치료 클리닉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다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삶의 활력을 준다”고 말했다.
70대 노년층도 예외가 아니다. 시애틀 컨벤션센터·클라이밋 플레지 아레나에서 고객 응대를 병행하는 로드니 휠러(78)는 쌓인 신용카드 부채 1만 달러를 갚기 위해 매주 약 30시간 일한다. “일하는 덕분에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고, 경제적 숨통도 트인다”고 말했다.
전업 교사로 일하다 해고된 스티븐 오벤트는 풀타임을 포기하고 파트타임 2개 + 프리랜서 음악 작업으로 새 소득 구조를 만들었다. 아내가 전일제로 복귀하면서 그는 아이 돌봄을 주당 60시간 맡는다. “소득은 줄었지만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 만족한다”고 전했다.
시애틀은 전국에서도 생활비가 높은 도시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멀티잡 증가가 “개인이 만든 또 하나의 안전망”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장시간 노동과 건강 악화, 가족 생활 위축 등 새로운 부담도 안긴다고 분석한다.
그럼에도 많은 시애틀 주민들은 생계를 유지하고, 꿈을 지키기 위해 여러 일을 병행하는 길을 선택하고 있다고 타임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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