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푸르른 시애틀 하늘 아래 녹음이 짙푸른 나무들과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한 올여름 7월 미국 동부 조지아 주 애틀랜타시에 사는 둘째 딸, 막내 손녀딸, 둘째 손자와 손자며느리 그리고 미국 동부 메릴랜드 주 아나폴리스시에 살고 있는 큰딸까지 총 5섯 식구가 바쁜 일정을 쪼개어 시애틀에 방문했다.
5~6일 시애틀에 머무는 짧은 일정을 보람 있게 보내야 하겠기에 남편은 아이들이 잘 방들의 침대 시트와 베개 닛, 화장실 청소에 바빴다. 나는 아이들에게 먹일 한국 음식들... 이것저것 생각하느라 며칠 밤 잠을 설치기도 했다.
만나자마자 서로 얼싸앉고 기쁨의 포옹을 하며 지나간 옛날이야기꽃을 피웠다. 밤이 늦도록 시원한 뒷마당의 나무 덱에서 둥근 테이블에 둘러앉아 전깃불을 끄고 촛불을 켜놓고 시원한 수박을 먹으면서 어린 시절 두 딸이 시집가기 전 추억 이야기들로 웃음꽃이 만발했다.
정말 오랜만에 온 식구가 모이니 텅 빈 둥지와 같았던 적막하고 고독한 우리 집에 한꺼번에 사람이 북적대니 기분이 업되어 마냥 기쁘고 행복하고 즐거웠다.
사실은 7월 7일이 나의 80세 생일날이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남편과 나 우리 둘이서조촐하게 외식하고 가까운 자연을 찾아 자동차로 드라이브나 하려고 계획을 했었는데.... 아주 오랫만에 두 딸들과 손자 손녀딸이 바쁜 각자 일정을 제치고 비행기를 두 번씩 갈아타면서 시애틀로 날라 와 줘서 너무나 감사했다.
벨뷰에 있는 고급 식당에서 8순 잔치를 해준다고 아름다운 꽃 모양 디자인의 쌀로 만든 특별 생일 케이크을 주문해서 가져오고 꽃다발과 선물들, 아이들과 손자 손녀들이 주는 사랑이 담긴 귀한 기프트들을 받고 보니 너무나 기뻤다. 특히 창문 넘어 바닷가에 오리들이 옹기종기 헤엄치며 예쁜 꽃들 사이로 물놀이를 하는 배경도 인상적이었다.
기념사진을 찍는 시간도 가졌는데 오늘 꿈인지 생시 인치 마치 내가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행복감과 기쁨이 넘쳐났다.
짧은 일정이라 먼저 아이들에게 시애틀 상징인 시애틀 다운타운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과 워터 프론트를 방문하고 그리고 시애틀 바다 부둣가에 위치한 아이버스 시푸드 레스토랑에서 광어와 대구 생선 튀김 요리를 먹었다.
오랫동안 시애틀 다운타운 고층에서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층층다리와 바닷가 길을 걸어서 인지 다리가 피곤해진 나는 점심 후에 "너희들을 밤늦게까지 스페이스 니들 고층 타워에서 놀다가 오려무나" 당부하고 파킹징에 세워 놓은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차 안에서 남편은 "그동안 당신이 주님의 사역을 위해 충성스럽게 좁은 길 함께 걸어준 것에 대해 늘 하나님께 감사하고 있어요. 우리 더 늙기 전에 더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쌓도록 해 봅시다"라고 말했다.
그다음 날은 일 년 열두 달 눈이 쌓여있어 '눈산'이라 부르는 마운트 레이니어에 등산하는 날이다. 새벽에 일어나 아이들이 산 정상에서 먹을 점심으로 불고기, 잡채, 소고기장조림, 계란말이, 김치전, 각종 나물, 김치, 흰밥을 찬합에 잔뜩 싸 들고 따로 콩나물국과 커피와 탄산수와 물과 종이접시, 나프킨, 젓가락을 챙겨 새벽부터 출발했다.
대식구가 움직이려니 출발 시간도 지연됐다. 자동차 2대에 인원이 꽉 차고 집에서 2시간 정도 운전하고 가니 드디어 눈산 입구 대문에 다다랐다.
입구에서 약 30분 정도 고지로 점점 올라가면 웅장하고 장엄한 폭포수가 콸콸 힘차게 산꼭대기에서 눈이 녹아 쏟아져 내려오는데 가끔 오색 찬란한 아름다운 무지개가 영롱하게 물방울 속으로 비쳐오기도 했다. 창조주의 기묘한 솜씨에 감사 찬양이 절로났다.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내 마음속에 그리워 볼 때 하늘의 별 울려 퍼지는 뇌성 주님의 권능 우주에 찼네 주님의 높고 위대하심을 내 영혼이 찬양하네 주님의 높고 위대하심을 내 영혼이 찬양하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전 세계에서 구경하러 왔는지 파킹장을 발견할 수가 없어 빙빙 돌다가 결국은 피크닉 에리어라고 쓰여있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자동차 두 대를 나란히 파킹하고 피크닉 테이블 위에 비닐 덮개를 깔고 새벽에 만들어 온 한국 음식들을 펼쳐 놓고 먹으니 꿀맛이었다.
또 그다음 날은 시애틀 북쪽에 사는 막내아들 집에서 전체 식구들이 티타임을 가졌고 그 후에 수양딸 집에 초대받아 융숭한 저녁 대접과 손자 손녀 딸의 스페셜 '티타임 세리머니'도 있었다. 연이어 흥겨운 K-팝 리듬에 맞추어 춤추는 시간도 있었는데 80세 노인인 나도 깡충 뛰면서 무용을 했다.
나는 65년 전 사범 중고등학교 시절에 발레를 했었다. 그리고 서울 덕성여대 약학대학 시절에 '5월의 여왕' 행사에 뽑힌 적도 있었다. 행사 때마다 고전무용 또는 발레 무용을 추웠었다.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는 발레 곡은 'Waves(은파)' 클래식 뮤직이다.
막상 80세 노인이 춤을 추려니 마음은 원이로 대 육신이 잘 따라 주지 않고 숨이 찼다. 아이들은 즉흥적으로 춤추는 할머니 모습에 손뼉 치며 깔깔 웃어 댔다.
두 딸네 식구들이 떠나가기 하루 전 마지막 날은 러스톤으로 가는 길 해변가에 '듁크'라는 씨푸드 고급 식당에서 두 딸이 대접을 하겠다고 하여 식당 뒷마당 바다에 떠 있는 나무덱 위에 비치파라솔 테이블에 앉아 함께 점심을 먹었다. 그 후 러스톤 디파이언스 던전 워터 프론트 파크에 도착해서는 아이들 여섯 명씩 타는 4륜 마차를 2대 렌트하여 1시간 동안 바퀴를 구르며 바닷가 산책길을 여러 번 도는 모습을 사진 찍어주었는데, 기뻐하는 아이들 모습에 나는 참으로 행복했다.
저녁 늦게 집에 돌아와 마지막 만찬은 간단한 떡국으로 하고 갑자기 신앙 간증 부흥회가 열렸다. 엄마 아빠가 과거에 어떻게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으며, 주님께서 환상과 음성, 꿈으로 나타나셔서 마지막 때의 사명을 주셨으며, 부귀영화를 버리고 좁은 길을 가서 신학공부할 때 여러 가지 위기와 고생과 기적을 체험한 이야기, 막내아들 낳을 때 하나님의 기적을 체험한 이야기 등 살아계신 주님 간증으로 아이들의 시애틀 방문의 막이 내려졌다. 간증 스토리를 더 듣고 싶어 하는 것을 'Next Time 개봉 박두'하며 미뤘다.
다음날 저녁에 모두들 안전하게 비행기 여행을 마치고 각자 집에 잘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은 후에야 후유~ 안도의 숨을 돌린 나와 남편은 발을 뻗고 잠을 잘 수가 있었다. 이제 '기쁨의 샤워'를 듬뿍 받고 새 힘을 얻었으니 주님 주신 소명을 향해 묵묵히 다시 좁은 길을 감사하며 걸어가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모든 영광과 감사를 주님께 드린다. 느헤미야 8:10 ".. 여호와를 기뻐하는 것이 너희의 힘이니라" 할렐루야!
워싱턴주 기독문인협회 부회장
'토라에 비친 예슈아의 신부' 외 7권 책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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