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제21대 대통령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자 미국 월가 주요 투자은행(IB)들이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전망을 내놨다. 월가는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발령으로 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기대하면서 동시에 이 대통령의 시장 친화적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정부 지출 확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전쟁은 시장 활성화를 막는 부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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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서초구·강남구 유세에서 ‘코스피 5000 시대’를 들어 보이며 경제회복 퍼포먼스를 진행한 바 있다. |
미국 CNBC에 따르면 이날 이 대통령 취임 효과로 급등한 코스피가 아시아 증시 상승세를 주도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일 후 첫 거래일인 4일 코스피가 3% 가까이 급등하며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71.87포인트(2.66%) 오른 2,770.84로 집계됐다.
존 조 JP모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은 한국 주식 시장의 가치를 높이는 데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며 그중 하나로 이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인 상법 개정안을 꼽았다.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 강화와 소수 주주 보호하는 상법 개정안이 현실화할 경우 이사의 충실의무가 기존 ‘회사’에서 ‘주주 전체’로 확대된다. 상장기업에는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된다.
또한 그는 “차기 한국 정부가 국내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적극적인 재정 부양책을 채택하는 동시에 무역 문제를 실용적으로 처리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국 경제가 낮은 성장률을 기록한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 상황에서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공지능(AI) 등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제조업체에 대해 계속 긍정적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러한 정책 변화로 금융주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블룸버그는 “지주회사, 금융회사, 증권주들은 이 대통령이 이르면 이달 중 상법 개정안 등 주요 법안을 시행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코스피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8.95포인트(1.44%) 오른 2,737.92에, 코스닥은 8.84포인트(1.19%) 오른 749.13에 개장했다. [연합]
이와 함께 가상화폐 시장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됐다. 블룸버그는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와 스테이블코인에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스테이블코인이란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정 자산에 가치를 고정한 가상화폐를 말한다. 주로 미 달러나 유로 등에 교환가치가 고정되게 설계된다.
대선 결과가 나오기 전 벤처캐피털 업체 해시드 벤처스의 김서준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에 “주요 후보들이 모두 가상화폐 친화적 정책을 지지하고 있어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한국의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분명한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당선 여부와 관계없이 새 정부 출범 자체가 불확실성 해소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도 지배적이다. 캐슬린 오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대선, 대선으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 제거로 (한국의)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진 최 HSBC 이코노미스트는 “모든 대선 후보가 경기 부양을 위해 더 많은 지출을 계획했다”며 “재정 확대가 국내 성장률에 작지만 꼭 필요한 상승 효과를 가져와 주식과 원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분석가들은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한국의 주식 시장과 환율에 대한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며 “새 지도자 탄생만으로도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21대 이재명 대통령 취임선서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
다만 정부 지출 확대로 인해 국채 금리에 대한 경계가 계속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경기 부양을 위한 대규모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강조한 바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수익률)는 이날 오전 11시 기준 전 거래일 0.066% 오른 2.401%, 10년 금리는 0.088% 오른 2.883%를 기록했다. 국채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는데, 금리가 오르는 건 시장에 국채를 파는 사람이 많아져 가격이 내려갔다는 뜻이다.
블룸버그는 “새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 가능성에 따른 공급 확대 우려를 반영된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NYT는 “최근 중국과 일본 주식시장이 두 자릿수 상승을 이어갔지만 한국 주식은 여전히 낮은 가격으로 계속 거래되고 있다”며 “다른 아시아 시장과 비교하면 한국 주식은 기업 지배구조가 열악하고 주주 권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시장이 당면한 문제들도 위험 요소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주가 상승, 원화 강세를 기대하면서도 “새 지도자는 유권자 통합부터 글로벌 무역전쟁 극복까지 국내외에서 많은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정부 지출 확대, 기업 지배구조 개선, 노동 보호 강화,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 등 경제성장률 회복을 위한 이 대통령의 정책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했다.(기사제휴=미주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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