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이 빛이 난다. 그 어느 때보다 지금 6월 더 빛이 난다. 푸른 숲은 더 초록으로 짙어지고 파란 바다 물결은 더 은빛으로 물들고 시리도록 푸른 하늘은 눈부신 태양으로 더 빛난다.
저 멀리 남쪽으로는 사철 만년설 정상으로 구름 위에 우뚝 솟아있는 하얀 레이니어 산, 북쪽으로는 버논 산과 베이커 산, 짙푸른 삼림들과 하얀 빙하 골짜기의 케스케이드 산맥, 원시림으로 가득한 올림픽 산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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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인들이 굴을 따며 즐거워 하고 있다. © 이동근 |
어둡고 비가 많이 내리는 겨울철에 시애틀에 온 사람들은 이곳을 싫어한다지만 지금처럼 비 오지 않고 해가 쨍쨍한 계절에 오면 시애틀에 다시 이사 온다는 말이 있다.
한국에서 오는 8월경 2년 연수로 지인 가족이 온다고 하고 또 자녀가 유학 온다는 가족도 있는데 지금 이곳에 오면 한 눈에 반할 것이다.
시애틀은 미국의 그 어느 곳보다 자연 환경이 아름답고 공기 맑고 물 맑아 살기에도 좋다. 많은 인디언 보호구역과 문화가 남아 있어 미국의 과거, 현재가 있는가 하면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제작사인 마이크로소프트사, 세계 최대 온라인 판매업인 아마존, 세계 최대 커피점 스타벅스, 세계 최대 도매업 판매 코스트코,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 공장 등 세계 최대 첨단 산업들이 인류의 미래를 창조하고 있어 인간과 자연이 잘 어울려져 있는 이상적인 도시이다.
아무쪼록 좋은 계절에 시애틀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갖고 나아가 더 나은 미래가 되길 바란다.
나의 경우 시애틀에 처음 도착했을 때의 순간을 잊지 못한다. 그날은 5월11일이었다. 시애틀 공항에 착륙하는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니 하얀 눈의 레이니어 산이 구름 위에 우뚝 솟아 있었고 끝없이 펼쳐지는 짙푸른 숲들과 파란 호수 위에 떠 있는 수많은 하얀 돛단배들의 풍경은 정말 감탄을 주었다.
벌써 38년이나 지났지만 생생히 기억되는 그날의 모습들이 올해에도 또다시 재현되고 있으니 기쁨이 넘쳐난다.
눈 오고 비 많이 오고 춥고 어두웠던 겨울이 지나고 이젠 새벽예배에 가는 시간에도 햇빛이 눈부시고 저녁 9시에도 해가 지지 않는 따뜻하고 화창한 날들이 왔다.
반가운 6월이 되었으니 따사한 햇살을 몸에 가득 받고 그동안 비와 추위로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을 활짝 열고 마음껏 햇볕을 쪼여보자.
우리 교회 샬롬 선교회원들은 이미 지난 4월 봄나들이로 시애틀에서 한 시간 거리인 스카짓 벨리에 펼쳐진 광활한 붉은 튤립 꽃들의 축제를 즐겼고 인근 인디안 보호구역에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일부 부지런한 교인들은 이른 봄철에 시금치 밭에서 시금치를 따와 선교 기금을 마련하고 야산에 풍부한 고사리를 채취하기도 했는데 시애틀 고사리는 매우 유명해 타 지역에서 주문할 정도다.
지난 6월5일에는 연중 바닷물이 가장 많이 빠지는 마이너스 타이드로 교인들과 함께 바다에 나가 굴 따는 즐거운 시간도 가졌다.
굴 껍질들이 해안에 자갈처럼 깔려 있는 주립공원에서 굴을 따고 먹는 재미가 있었지만 생각지도 않게 그날이 마침 나의 생일이라고 교인들이 케이크를 사와 “해피버스 데이” 생일 축하를 해줬다. 뜻밖에 바닷가에서 열린 생일 축하파티는 정말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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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닷가에서 생일 축하를 하고 있다. © 이동근 |
30년 전 미국에 온 후 일하느라 한 번도 굴 따기를 해 본적이 없다는 한 교인은 해안에서 커다란 굴을 서투른 솜씨로 까보며 어린이처럼 기뻐했다.
특히 같이 간 B장로님은 투석을 21년째 하고 있고 두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를 타야하기 때문에 굴 따는 곳에 가지 못하고 중간에서 쉬어야 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그러나 그 장로님은 지난 몇 달 동안 병원에 여러 차례 입원했고 최근에는 마지막이라는 판정을 병원에서 받아 놀랐지만 오뚝이처럼 기적적으로 또다시 회복되어 비록 굴은 따지 못했지만 함께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건강한 모습에 우리 모두 은혜를 받고 하나님께 감사했다.
아름다운 자연 환경 속에 시금치를 채취하고 고사리를 따고 조개를 캐고 낚시를 하며 곧 연어잡이까지 할 수 있으니 시애틀이 미국에서 제일 살기 좋을 뿐만 아니라 천당 다음으로 아름다운 999당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6월이 되면 많은 한인들로부터 여행하기에 좋은 곳이 어디냐는 문의를 받는다. 그래서 지난 6월 4일에는 교회에서 우리 교인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 한인들을 위한 제 2회 ‘사진과 여행’ 강의를 했다.
내가 직접 가보고 사진 찍은 450여 사진과 함께 사진 찍는 법과 아름다운 곳들을 소개했다. 워싱턴주에는 3개의 국립공원- 올림픽 국립공원을 비롯하여 노스 캐스케이드와 레이니어 산 국립공원이 있어 멀리 가지 않아도 아름다운 여름휴가를 보낼 수 있다.
또 태평양의 낭만을 즐길 수 있는 ‘라 푸시’와 오션 쇼어, 아름다운 오리건주 바닷가들, 동부 워싱턴주의 미네랄 워러 호수로 유명한 ‘솝 레이크’, 지구 사상 최대 폭포였던 ‘드라이 폴’, 화산 폭발한 세인 헬렌산, ‘잔데이 화석지대’ 등 꼭 가봐야 할 여러 여행지를 소개하였는데 많은 분들이 모르고 있어 오히려 이들에게 좋은 여행지를 소개했다는 보람도 가졌다.
특히 이날 강좌는우리 교회를 알리려는 전도가 목적이어서 외부에서 온 한인들에게는 내가 쓴 ‘서북미 여행가이드’ 책을 무료로 증정하여 사진과 여행에 관심 있는 더 많은 분들이 참석했다.
교회에서 실시하고 있는 노방 전도에서는 아무리 전도지와 선물을 나눠주고 전도해도 교회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없는데 사진과 여행 강의를 한다니 자발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우리 교회를 찾아왔다. 더욱 기쁜 것은 이 중 3명이 바로 다음 주일에 새로 우리 교회에 등록하였으니 정말 강좌 목적이 달성되어 기쁘고 하나님께 감사했다.
우리 교회 올해 목표가 “한 가정마다 한 가정을 전도 합시다” 인데 하나님이 주신 나의 작은 은사를 통해 전도와 교회 부흥을 위해 조금이라도 이바지 했다는 것에 보람을 느꼈다.
한 60대 여성분은 미국 생활 39년이 되었는데 이제 자녀들도 성장하고 은퇴했다며 그동안 여행을 다녀본 적이 거의 없어 강의를 듣고 싶다고 연락했는데 우리 교회 예배에까지 인도해 남편과 함께 등록하셨다.
또 다른 참석자는 미국생활 10년으로 취미가 사진인데 배울 사람이 없었다고 반가워하고 강의 후에도 개인 지도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래서 다시 따로 만나 사진 개인지도를 할 예정인데 이것 역시 전도 목적이다.
돌이켜보면 나의 경우 한국에서 대학졸업 후 직장에 다니면서 사진 취미를 가졌고 사진작가 회원으로 국전, 국제전 등 수많은 수상을 했다.
그래서 미국에 이민 올 때는 더 많은 사진 창작을 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바쁜 이민생활로 오히려 취미활동도 못하고 여행조차 어려웠다. 가족과 함께 LA 디즈니랜드를 10년 후에야 갔었을 정도였고 미국생활 38년이지만 아직도 안 가본 곳이 많아 아쉬워하고 있다.
그래서 장거리 여행 대신 연휴나 짧은 휴가 때 가까운 서북미 지역을 여행했고 사진을 찍어 한인사회 최초로 서북미 여행가이드 책을 발간했다.
그러나 지금도 많은 한인들이 생업에 바빠 가까운 곳에 있는 아름다운 곳들을 알지 못하고 매일매일 일만하는 안타까움을 보고 있다. 특히 젊었을 때 열심히 일하고 은퇴 후엔 여행을 계획했으나 이젠 나이가 들어 몸이 아파 잘 걷지도 못하는 한인들도 주위에서 많이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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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인들이 튤립 축제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이동근 |
이제 아름다운 여름이 되었으니 잠시나마 육체적, 정신적으로 쉼의 시간을 만들기 위하여 가족,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 이민생활에서 잃어버린 낭만을 되찾고 삶의 활력을 찾는 아름다운 추억을 갖기 바란다.
특별히 사진 강의의 진정한 목적은 하나님을 알게 하고 믿게 하는 전도 차원에서 시작되었다. 강의 시작 전 인사말에서 나는 여행에서 사진을 찍을 때마다 아름다운 자연을 창조하신 하나님을 더 가까이 만날 수 있고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더 깨닫는다며 여러분도 앞으로 여행을 통해 같은 체험을 하고 교회를 다니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온땅이 주께 경배하고 주를 찬양하며 주의 이름을 찬양 하리이다 할지어다.”(시 66:4)
그랜드 캐년에서 1932년 건설된 높은 성벽 전망대 같은 70피트 높이의 4층 석조 타워인 Desert View Watchtower에 이 말씀이 쓰인 작은 나무판이 부착되어 있는 것을 보고 이 말씀을 이곳에 쓴 사람처럼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나도 찬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그랜드 캐년 서쪽 끝에 있는 1914년 건축가 메리 콜터가 설계한 6650피트의 Hermit‘s Rest에서도 “하나님께 노래하며 그의 이름을 찬양하라. 구름을 타고 다니시는 이를 위해 길을 예비하라. 그의 이름은 여호와시니 그 앞에서 기뻐하여라.”(시 68:4) 말씀이 있는 조그만 판을 발견하고 기뻤다.
어려운 이민생활로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고 스트레스가 많아 우울증에 시달리는 한인들도 있지만 이제 우리 앞에 펼쳐진 아름답고 화창한 날들을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여행이나 취미 활동 등으로 즐겁게 보내자.
특히 아름다운 여행지에서 창조주 하나님의 위대하신 사랑과 은혜를 깨닫고 체험하는 믿음의 여행길도 되길 바란다.
이동근(전 중앙일보 시애틀지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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