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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09/11  조이시애틀뉴스
[칼럼] 그라운드 제로의 십자가 ...이동근

Photo courtesy National September 11 Memorial & Museum


벌써 20년! 오늘이 2021년 9월11일. 벌써 뉴욕 9·11 테러 만행이 발생한 지 20년이 되었다. 이날을 맞아 미국의 모든 언론들이 다시 한 번 그날의 비참했던 상황들과 현장들을 특집으로 수시로 보도하고 있어 9·11 테러의 끔찍함을 다시 상기시켜주고 있다.


상상할 수도 없는 테러로 무려 고귀한 생명 2977명이 억울하게 희생당하고 2만50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은 끔찍한 날, 우리는 이날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나는 당시 뉴욕 테러 현장에는 없었지만 살고 있는 시애틀에서 그날을 겪었기 때문에 지금도 그날을 생생히 기억하고 잊지 못하고 있다.


그날 아침 신문사로 출근 준비 하는데 TV에서 긴급 뉴스로 뉴욕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 북쪽 타워에 경비행기가 충돌 한 것 같다며 빌딩이 불타는 장면을 생중계 하고 있었다. 이때만 해도 테러인 줄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17분 뒤 다른 비행기가 또 다른 남쪽 타워에 충돌했고 다른 항공기들이 펜타곤 건물과 펜실베니아주 생크스빌 인근 들판에도 추락하자 미국이 테러 공격을 당하고 있는 중이라고 긴박하게 보도하였고 모든 항공기들을 긴급 착륙시키고 이륙 금지를 시켰다.


뉴욕뿐만 아니라 미국 다른 대도시에도 고층 빌딩에 테러가 있을 것이라는 경고와 우려 속에 마침 그날 저녁 나는 시애틀 최고 76층 빌딩에서 디너 모임을 가질 예정이었는데 취소해야 했다.


그날 TV로 생중계된 9·11 테러는 정말 상상도 못할 충격과 또 충격이었다.


뉴욕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에 여객기 2대가 연쇄적으로 돌진해 충돌, 화염과 연기 속에 빌딩이 불타고 미국의 심장부 펜타곤마저 공격받아 일부 파괴된 모습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충돌 직후 110층짜리 높은 건물에서 생존자들이 유리창 밖으로 손수건 등을 흔들며 필사적으로 구원을 요청하다가 끝내 그 높은 빌딩에서 밑으로 떨어지는 장면은 정말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특히 잠시 후 무너져 내린 빌딩의 연기와 먼지구름과 함께 그 안의 사람들조차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처참한 장면에는 비통함 속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장 주변에 철망 울타리가 쳐져 있는 가운데 펜스에는 비극을 묘사한 성조기와 애도문들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안타깝게 읽고 있다. © 이동근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 비행기들이 테러범들에게 납치된 것이고 고귀한 3000여명의 생명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부상을 입은 물적, 인적의 상실감에 참으로 큰 분노가 일었다. 하이재킹 된 비행기의 마지막 순간에 가족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보낸 승객의 전화 내용에도 가슴이 미어졌다. 사랑하는 이들을 잃고 살아가야하는 가족들의 슬픔과 아픔이 전해져온다.


2001년 9월11일 발생한 기습 테러는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었고 더구나 이 미국 땅에서 이 같은 테러 참사가 발생했다는 것에 믿어지지 않는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미국의 자랑인 그 빌딩에 자살 여객기가 부딪히는 순간은 미국의 자부심에 큰 구멍이 뚫리는 순간이었고 순식간에 폭삭 무너져 내리는 모습은 미국의 자존심이 붕괴되는 불명예의 순간이었다.


20주년을 맞아 다시 한 번 고귀한 생명을 잃은 한인들을 비롯하여 수많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부상자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하며 그 가족들에게 하나님의 위로를 보낸다. 미국정부는 사상최악의 테러를 기획한 빈 라덴을 끝까지 추적해 결국 사살했지만 앞으로도 테러분자들은 기필코 찾아내 강력히 응징, 테러가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줘야 한다.


나는 테러가 발생한 다음 해인 지난 2002년 7월 교단 총회로 뉴욕에 갔다가 끔찍한 테러로 인해 파괴된 맨해튼 뉴욕 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그라운드 제로 현장을 방문했었다.


현장을 방문하기 전까지 나의 머릿속에는 고층 빌딩에 충돌하는 비행기, 화염 속에 불타는 2개의 쌍둥이 고층빌딩, 살려달라고 창밖으로 구원을 요청하며 그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아비규환의 참상, 가루처럼 무너져 내리는 빌딩, 악마처럼 보이는 먼지 구름 속에 도망가는 사람들, 처참하게 부서진 건물의 잔해 등 잔인하고 비참한 광경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 가보니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던 건물 붕괴조각들이 다 철거되고 지하 밑바닥까지 이미 다 파져 크게 비어 있었다.


그리고 제일 먼저 눈에 보이는 것은 대형 십자가이었다. 현장 철거 당시 철근 구조물로 나왔던 철근 십자가였는데 그 곳에 아직도 우뚝 솟아 있어 마음을 뭉클하게 하였다.


그 강철 십자가 빔은 9·11 테러를 겪은 가장 잔인한 역사의 한 조각이다. 또 미국의 가장 어두웠던 순간을 지켜보았던 한 부분, 증거물이었다. 그러나 그 십자가는 참혹한 테러 장면보다는 단 한명의 생명이라도 구해내기위해 파괴된 타워 속에서 헌신했던 수천 명의 구조대원들의 용기와 희생을 기억하고 테러와 전쟁보다는 평화와 사랑을 이야기하는 기념비가 된 것이었다.


억울하게 희생된 고귀한 영혼들은 무엇으로도 보상 받을 길이 없지만 이젠 저 예수님의 십자가로 위안을 받았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전쟁과 갈등, 테러와 폭력으로 파괴된 현장 위에 당당하게 세워져 있는 십자가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뜻을 발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 나의 경우 1년 전 2000년에 아내의 유방암 투병으로 마치 가정이 테러를 당한 것 같은 큰 어려움 속에 있었지만 더 많은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몸소 체험했기에 폐허 위에 세워진 십자가는 하나님이 위로를 주시고 새 사명감을 주시기 위해 보여주신 것이라고 확신했다.


죄악과 유혹이 많은 이 세상에서 고통을 당하고 어려운 상황 속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과 은혜를 보여줘 소망과 용기와 비전을 줄 수 있는 글을 쓰는 것이 이민 생활에서 줄 곳 언론인으로 일해 왔던 나의 사명감이라고 깨닫고 나는 2002년 신앙 월간지와 ‘하나님의 사랑을 증거하는 사람들’ 이라는 100명 간증집을 상하권으로 발간했다.


아내는 새 생명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해 전도사로 사역하고 특히 시애틀 한인사회 최초로 ‘암을 이긴 사람들’을 발족하여 암 환자들을 돕고 암 계몽 운동을 시작했다.


공원 벤치 아래에 한인이 제공한 영어 성경 말씀이 새겨져 있다. © 이동근


돌이켜보면 9·11 테러 이후 지난 20년 동안 미국에 사는 우리의 삶은 크게 달라졌다. 공항 탑승 수속이 엄청나게 철저해졌고 주요 시설의 보안이 강화되었다. 자유롭게 오가던 캐나다 국경 육로 통과에도 이젠 패스포트를 보여줘야 하고 질문과 검사도 까다로워졌다. 불체자 단속이 심해지고 각종 베네핏도 시민권자에게만 주어지고 있다. 더구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전쟁에서 미국의 수많은 군인들과 민간인들이 전사하고 그 부상으로 인해 지금도 불구의 몸으로 살아가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평화로웠던 미국이 테러 위협으로 인해 항상 긴장 속에 갇혀있는 듯한 불안감이 때로는 밀려온다는 점이다.


20년이 지난 지금 뉴욕 테러 현장에는 무너져 내린 월드트레이드 센터 그 자리에 기념관과 박물관 그리고 추모 공원 등이 새롭게 건설되었다. 기존 쌍둥이 빌딩이 있던 자리에는 추모 연못 2개가 만들어지고 연못을 둘러싼 벽 위에 테러 희생자들의 이름들이 빽빽이 동판에 새겨져 있다.


20년 전 파괴되어 공포와 충격, 비탄 속에 폐허가 되었던 그 자리에 다시 새 건물들이 재건되어 이제 우리의 아픈 가슴을 달래줄 뿐만 아니라 잔인한 공격을 극복하고 미국이 다시 강대국으로 일어선 굳건한 모습을 보여주게 되었다.


특히 지난번 빈 라덴 사살처럼 테러범들에게 굴복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미국은 보여 주었다. 테러 후 오히려 미국인들이 인종을 초월해 하나로 단합된 모습을 보여줘 이제 미국은 20년 전 테러공포와 절망과 염려에서 벗어나 그라운드 제로에 평화와 자유의 타워를 세우게 되었다.


그러나 9·11 테러 후 시작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과의 20년 동안이나 계속된 전쟁이 드디어 지난 8월말로 완전 끝났지만 마지막 철수 때 자살 폭발로 또다시 수많은 생명들이 희생되는 등 지구상에 분쟁은 끝이 없다고 우려되고 있다.


우리는 파괴된 그라운드 제로 현장 위에 당당하게 세워져 있는 십자가에서 전쟁이나 테러보다는 평화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발견한다.


이젠 이 지구상 어느 곳에도 전쟁 위험이 없는 곳이 없다고 볼 때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평화를 이룩하는 일이며 그를 위해서는 각자의 마음에 증오와 미움의 악마를 키우기 대신 사랑과 화합을 심는 것이며 가족이나 직장, 사회에서부터 싸움과 갈등보다는 화해와 평화를 추구해야할 것이다.


U.N 국제 연합 뉴욕 본부 뜰에는 전쟁 무기를 가지고 농기구를 만드는 조각상이 서있다. 세계 평화를 실현하려는 U.N의 목표가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자"(Let us beat swords into plowshares)라는 이사야 2:4절의 말씀으로 나타나 있는 것이다.


"그가 열방 사이에 판단하시며 많은 백성을 판결하시리니 무리가 그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그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 이 나라와 저 나라가 다시는 칼을 들고 서로 치지 아니하며 다시는 전쟁을 연습치 아니하리라."(사2:4)


며칠 전 아내와 함께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우리 집에서 얼마 멀지 않은 카운티 공원을 갔다. 이 공원은 수많은 높은 나무들이 가득한 산길로 1.2마일 정도 내려가면 바다가 나오는 곳이어서 삼림욕을 한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의 맑은 공기 속에 운동하기에도 좋아 한인들도 많이 찾고 있다. 특히 이 산을 흐르는 조그만 개울에는 연어들이 바다로 오가고 있어 봄가을엔 더욱 좋다.


삼림욕을 할 정도로 공기가 맑고 나무들이 무성한 동네 공원. 이곳에서도 사랑의 성경 말씀을 발견하고 기뻤다. © 이동근


1년 6개월 만에 처음 찾은 공원의 산 밑에는 마침 비가 많이 내리면 바다로 나가는 통로를 사용할 수 없어 불편했던 곳을 개선 공사하는 관계로 막아놓아 조금 아쉽기도 했다. 숲 속 산길은 내려가는 길은 쉽지만 올라가는 산길은 경사가 급해 다소 힘들기 때문에 우리는 다시 돌아가기 전에 잠시 쉼을 위해 개울 앞에 있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벤치에 앉아 쉬었다. 그런데 발밑에 조그만 동판이 붙어 있었다.


읽어보니 “ Love is patient, love is kind. It does not envy, it does not boast, it is not proud. It does not dishonor others, it is not self-seeking, it is not easily angered, it keeps no record of wrongs. Love does not delight in evil but rejoices with the truth. It always protects, always trusts, always hopes, always perseveres” (1 Corinthians 13:4-7)


뜻밖에 생각지도 않게 공원 숲 속 벤치에서 고린도 전서의 사랑 말씀을 발견한 기쁨이 컸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자세히 살펴보니 놀랍게도 동판을 제공한 사람이 Kyung Hee Chung 이라는 한인 이름이 적혀 있었다. 누군지 모르지만 공원을 찾아오고 힘들어 벤치에 잠시 쉬는 사람들에게 사랑의 말씀을 전하고 싶은 아름다운 마음을 실천하는 크리스천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공원에 있는 몇 개 다른 벤치에 새겨진 동판들을 보니 공원을 좋아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제공한 것이라는 설명이 있었고 이처럼 성경 말씀이 새겨진 것은 하나뿐이었다. 한 동판에는 이 공원을 사랑하고 이곳에서 45년을 하이킹한 미국인 부부가 2017년 제공했다고 설명되어 있었다.


이처럼 정경희씨가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주기 원했던 하나님의 사랑의 마음들을 우리 모두가 간직할 때 하나님의 나라가 우리 모두의 심령에 이루어져 전쟁과 테러가 없는 평화로운 이 땅에서 우리는 살게 될 것이다.


이동근 (전 중앙일보 시애틀지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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