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불법체류자들이 워싱턴주로 원정을 가 자동차운전면허증을 대거 취득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워싱턴주는 뉴멕시코주와 함께 체류 신분에 관계없이 자동차운전면허 취득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래 들어 뉴멕시코주는 자동차운전면허 취득 요건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불체자 단속에 고삐를 죄고 있어 한인 불체자들이 워싱턴주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플러싱 W운전학원의 경우 한 달에 50여 명의 불체자들을 워싱턴주 시애틀의 한인 운전학원 브로커들에게 알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워싱턴주에서는 뉴욕의 6점과 달리 4점만을 충족하면 되고 여권이나 한국의 호적등본, 학교성적표 등까지 폭넓게 점수로 인정하고 있다.
시애틀의 한인 운전학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운전면허증 취득 비용은 기출문제집과 차량제공, 운전교습, 숙식 등을 포함해 1,800~2,800달러까지 들쭉날쭉하다. 심지어 시애틀 시내 당일 관광까지 패키지로 제공하는 곳도 있다. 이때 왕복 항공료와 번역공증료 1건당 100달러는 운전면허를 취득하고자 하는 이가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
신청료 20달러와 면허증 수령 시 25달러도 마찬가지다. 600달러 안팎을 호가하는 항공료를 350~475달러짜리 저가 항공사까지 물색해 주는 운전학원도 있을 정도. 뿐만 아니라 통상 필기와 실기시험을 치르기 위해서는 한 달 간격으로 두 차례 방문해야 하지만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한국어로 치르는 필기시험에 합격하면 다음날 실기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도 아끼지 않는다.
국경을 넘어 와 무비자인 불체자까지도 운전면허 취득이 가능하다는 게 시애틀 소재 한인 운전학원 관계자들의 얘기다. 운전면허 유효기간은 5년. 워싱턴주 운전면허로 뉴욕이나 뉴저지에서 운전은 물론 그들이 소개하는 뉴욕이나 뉴저지 운전학원에 수수료 200달러만 지급하면 번호판까지도 뉴욕이나 뉴저지주 번호판으로 부착할 수 있도록 입체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실기시험 합격 때까지 비용을 받지 않는 곳도 있다. 후불제를 고수하는 철저한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한 이들이다. 한 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 5년 후 면허증 갱신 시에는 800달러씩 받는 수수료를 전혀 받지 않고 DMV 웹사이트를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비기(秘技)를 전수해 주기도.
하지만 소셜번호가 없는 이들에게는 ‘주소 계약료’로 최고 1,500달러까지 추가로 요구한다. 5년이 지나 비자가 만료되거나 유효하지 않은 한국 운전면허증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추가 비용이 발생해 사람에 따라 비용이 4,000달러에 이르기도 한다. 소셜번호가 없을 경우 주거 증명을 해야 하는데 한 주소지에 2~3명 이상을 넘으면 아무래도 위험하다는 게 운전학원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한편 워싱턴주에서 추진되던 불법체류자의 운전면허 취득 금지 법안이 올해 초 부결됐다. 이로써 워싱턴주에서는 현행처럼 체류 신분에 관계없이 운전면허 취득이 가능해진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 불체자의 운전면허 취득이 가능한 주는 워싱턴과 뉴멕시코의 2개주 뿐이다.
뉴멕시코주는 최근 들어 주 내에 거주하지 않는 불체자들의 운전면허 취득을 대폭 강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수잔나 마르티네즈 뉴멕시코 주지사는 최근 타주 거주자로 의심되는 운전면허 소지자 1만 명을 무작위로 선정, 거주 증명을 지참하고 차량국을 방문하라는 편지를 발송한 바 있다.
(기사=뉴욕일보 양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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