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미국 법률업계에 빠르게 확산하면서 변호사 수임료를 둘러싼 새로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AI 덕분에 법률 업무 처리 시간이 크게 줄어들자 고객들이 변호사 비용도 그만큼 낮춰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대형 로펌들은 최근 계약서 검토, 기업공개(IPO) 서류 작성, 기업 인수합병 실사 등에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설리번앤크롬웰, 쿨리, 롭스앤그레이 등 주요 로펌은 과거 수주일 걸리던 업무를 몇 시간 만에 처리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고객들의 반응은 마냥 긍정적이지 않다. AI로 업무 시간이 단축됐다면 시간당 비용을 청구하는 기존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법률 소프트웨어 기업 레고라(Legora)에 따르면 일부 기업 법무팀은 로펌에 전체 청구액의 20~30% 할인을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AI를 활용해 변호사 청구서를 분석한 뒤 자동화할 수 있었던 업무 항목을 찾아 비용 삭감을 요청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로펌들은 AI가 단순 업무를 줄여주는 대신 변호사들이 복잡한 법률 분석과 전략 수립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하게 된다며 일률적인 할인 요구에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시간당 수임료 중심의 전통적인 법률 서비스 방식이 점차 바뀔 것으로 전망한다.
씨티은행 조사에 따르면 미국 대형 로펌 55곳 가운데 65%가 2035년까지 AI의 영향으로 기존 시간당 청구 방식을 변경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계약서 작성, 상표 등록, 부동산 거래 등 반복적인 업무는 정액제로 전환하고, 복잡한 소송이나 협상은 기존 시간당 요금제를 유지하는 혼합 방식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같은 변화가 당장 이루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웰스파고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 대형 로펌의 매출은 평균 12% 이상 증가했으며, 표준 시간당 청구 요금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AI가 법률 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이는 만큼 앞으로는 변호사가 일한 시간보다 고객에게 제공한 실질적인 가치가 수임료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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