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도록 푸른 하늘 아래, 드넓은 밭에는 크고 굵은 빨간 고추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그 옆에는 숲처럼 무성한 깻잎 밭이 펼쳐져 있고, 다른 밭에는 대파와 부추가 가득했다. 아름다운 시애틀의 가을 하늘 아래, 미국 생활에서는 보기 힘든 귀한 채소밭이 눈앞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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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순동 장로가 밭에서 딴 빨강고추들을 보여주고 있다. © 이동근 |
더구나 맑은 공기와 상큼한 채소 내음을 맡으며, 가게에서는 비싸게 팔리는 크고 싱싱한 고추와 깻잎, 부추 등을 밭에서 직접 따는 기쁨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컸다.
공식 가을이 막 시작된 지난 9월 3째 주 어느 날 3년 만에 처음으로 시애틀 북쪽 스노호미시 카운티 레이크 스티븐스에 있는 ‘만나 농장’(Manna Farm)을 찾았다.
27에이커의 대규모 야채 농장은 시애틀 한인사회에서 유일 할 정도로 최순동(79) 장로와 부인 최재금 권사가 운영하고 있는데 한인사회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곳이다.
봄이든 가을이든 농장을 찾을 때마다 두 부부는 늘 밭에서 일하고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 직후였던 3년 전 7월 4일, 미국의 독립기념일 연휴에도 쉬지 않고 호박 모종을 심고 있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
지난 주 오랜만에 다시 찾은 이날도 최 장로는 트랙터를 몰고 있었고, 부인은 고추를 따고 있었다. 그러나 두 분의 얼굴은 오히려 몇 년 전보다 더 젊고 건강해 보였다.
30여년 이상 잘 알고 있는 이들을 보면서 이 농장에 올 때마다 밭에 가득한 야채들보다 하나님의 은혜가 풍성한 이 가정에 많은 감동을 받는다.
이들 부부는 미국에 와서도 흙 속에서 힘든 농사를 짓는 어려움 가운데에도 1남4녀의 자녀들을 모두 믿음으로 훌륭하게 양육해 중앙일보 시애틀 지사의 ‘장한 어버이 상’을 수상할 정도로 본이 되고 있다.
특히 최순동 장로는 이민초기 젊은 시절 방황하다 예수님을 만나 변화돼 지금은 야채밭의 채소 내음보다 더 진한 예수님의 향기를 나타내고 있다.
최장로는 전도를 위해 자신의 과거와 하나님 만난 간증을 적극하고 있지만 나 역시 오랫동안 최 장로 가정과 농장을 지켜본 산 증인이다.
그는 이미 76년에 시애틀에 이민 온 후 78년부터 형 최순식씨와 함께 메리스빌에 워싱턴주 한인사회 최초로 ‘최스 한국 농장’을 시작했다.
한때 최스 한국농장은 75에이커의 큰 규모에 배추, 무, 마늘 등 한국 야채를 재배, 서북미와 타주의 한국 식품점은 물론 세이프웨이 체인에까지 납품하기도 했다.
35년 전 처음 최스 농장을 찾았을 때는 많은 멕시칸 일꾼들도 있었고 이젠 하늘나라에 가신 어머니 이만엽 권사까지 함께 일하고 있었다. 당시 어린 자녀들이 배추 묘목을 부모와 함께 심는 등 밭일도 돕던 일이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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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나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최순동 장로와 최재금 권사 © 이동근 |
그 후 최스농장은 형님이 돌아가신 후엔 독립해 2003년에 에버렛에 4.5에이커의 새로운 농장을 구입하고 이름도 '만나 농장'으로 바꾸었으며 채소보다는 꽃 묘목 등에 주력해왔다.
에버렛 묘목원을 운영했을 때 다양하고 많은 꽃들을 미국 사람들이 사가던 모습도 선하다.
그리고 다시 2011년에는 이보다 몇 배 큰 현재의 27에이커의 큰 농장으로 이주했다. 이 농장을 구입할 수 있었던 것은 스노호미시 카운티 당국이 최씨 기존 농장 땅 4.5에이커를 도로 공사를 위해 매입하는 조건으로 더 큰 농장과 교환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의 농장으로 이사한 것에 대해 “그동안 은퇴 목사, 선교사님들이 쉴 수 있고 성도들이 기도할 수 있으며 믿지 않는 사람들도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농장을 기도해왔는데 이것도 하나님이 주셨다.”고 감사의 고백을 했다.
그는 미국인이 운영했던 이 농장을 배추, 무, 깻잎, 고추, 부추, 토마토 등 각종 야채 농장으로 만들어 한인들도 많이 찾아와 직접 따며 저렴하게 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농장 위치와 규모는 다르지만 갈 때마다 농장에는 언제나 싱싱한 야채들이 가득한데 이젠 인부들도 없이 두 부부가 봄철 씨앗 뿌리는 것부터 가을 수확까지 쉬지 않고 밭에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감동을 받는다.
특히 세월이 흘러 농장에서 부모를 돕던 1남4녀 자녀들이 모두 훌륭히 자라 그야말로 채소 농사뿐만 아니라 자녀 농사까지 성공을 이뤘다.
농장에서 자란 자녀들은 장학금을 받고 공부해 명문 대학 졸업 후 큰 딸 은영씨는 변호사, 둘째 딸 애나씨는 치과 의사, 아들 대니씨는 치과 의사, 셋째 딸 디나씨는 안과 의사, 그리고 막내딸 은혜씨는 보잉 엔지니어로 모두 성공한 전문인이 되었다.
현재는 손주들이 12명이 되었을 정도로 세월이 흘렀지만 모두 행복한 가정을 누리고 있어 믿음의 가정으로서 대가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최장로는 "우리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농장에서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자녀들을 위한 기도만 했는데 다 하나님이 도와주셨습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고 말하고 있다.
전남 광양 출신인 그는 시골에서 농사하기 싫어 서울로 와서 사업을 하다 30세인 76년에 시애틀에 왔다. 그는 어려운 미국 이민생활에서 언어 장벽, 생존 경쟁 등으로 방황하게 되자 모든 것을 잊기 위하여 술과 담배, 화투놀이 등 육신의 즐거움을 찾으려고 허랑방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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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순동 장로가 트랙터를 운전하고 있다. © 이동근 |
그러나 예수님을 만나 새사람으로 거듭난 그는 36세인 83년에 교회에서 장로 안수를 받았다. 특히 하나님의 은혜를 전도하기 위해 당시에 자신의 간증이 실린 전도지 3,000장을 만들어 시애틀, 타코마 지역의 술집을 찾아가 전도했으며 여러 교회에서 간증하기도 했다.
최장로는 81년 창립된 에버렛 비전 교회(담임 고창훈 목사) 창립 성도이자 지난 44년을 한결같이 한 교회만 섬기고 있다. 선교에도 적극, 여러 선교사들을 후원하고 있다.
내년이 80세인데 은퇴하지 않고 아직도 농사일을 하느냐는 말도 듣지만 농장에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기쁘고 감사하다는 그는 “밭에서 일하는 것이 건강에도 좋기 때문에 앞으로도 일할 수 있는 한 놀지 않고 일하겠다.” 고 말했다.
특히 많은 한인들에게 싱싱한 한국 야채들을 따서 사가는 즐거움을 드리고 가족들이 도심에서 볼 수 없는 넓은 야채 농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갖고 기도회도 할 수 있는 등 모든 사람들의 쉼터가 되길 바라고 있다.
오랜 이민자들은 농장을 잘 알지만 잘 모르는 젊은이들도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들을 보고 찾아온다는 최장로는 농장이 유명한 아이스 케이브 얼음동굴로 가는 길에 있어 많은 한인들이 찾아와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매번 농장을 방문할 때마다 최순동 장로는 신앙도 감사, 생활도 감사, 늘 감사하는 삶을 살고 있는 행복한 모습을 보여 농장의 풍성한 채소 작물처럼 이 가정에 하나님의 은혜가 넘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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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소 농사뿐만 아니라 자녀 농사까지 풍년인 최준동 장로 가족,손주들 © 이동근 |
이번 농장을 방문했을 때 따고 또 따도 아직 가득 남아있는 풍성한 깻잎과 고추 밭을 보면서 이제 가을비가 오고 더 추워지는 날이 오기 전에 많은 한인들이 이곳을 찾아와 싱싱한 야채들도 직접 따가고 최장로 가정에게 부어주신 하나님의 풍성한 은혜도 함께 나누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했다.
만나 농장 주소:7808 ST R 92 Lake Stevens, WA 98258
▲글/사진: 이동근 (전 시애틀 중앙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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