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도 불구하고 5월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당초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것만큼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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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시애틀 코스트코 매장의 샤핑객 모습 |
14일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일반적으로는 관세 부과가 수입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지만, 현재까지는 일부 예외 품목을 제외하면 전반적인 물가는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미 노동부는 지난 11일 5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전월과 비교해선 0.1% 상승했다. 전년 대비 상승률은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에 부합했으며, 전월 대비 상승률은 전문가 전망(0.2%에 못 미쳤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앞으로 몇 개월 간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정 무역’을 주장하며 추진한 관세가 물가를 점진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CNBC는 “지금까지는 수입 비용에 특히 민감한 일부 품목을 제외하곤 관세가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았는데 여기에는 3가지 요인이 작용했다는 게 월가의 분석”이라고 전했다.
3가지 요인은 ▷기업들이 4월 2일 상호관세 발표 이전에 수입품을 대량으로 사들인 점 ▷관세가 실제 경제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 ▷소비자가 지갑을 닫으면서 기업들이 가격 전가력을 잃었다는 점이 꼽혔다.
노무라증권의 아메미야 아이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5월 지표에서 관세의 영향이 제한적이었던 것은 관세 시행 전 기업들이 사전에 재고를 확보했고, (관세가) 실제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관세 영향은 향후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실제로 일부 품목에서는 관세 영향으로 추정되는 가격 상승이 관측됐다. 통조림 과일·채소는 1.9% 상승했으며, 볶은 커피는 1.2%, 담배 0.8%, 가전제품 4.3%, 컴퓨터 및 관련 기기는 1.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RSM의 조셉 브루수엘라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가전제품 가격 상승은 2018~2020년 수입세 부과 당시 세탁기 가격이 급등했던 것와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향후 물가 상승이 일시적인 수준에 머무를지, 지속적일지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는 소비자들이라는 분석이 많다. 미국 경제의 약 70%를 소비가 차지하기 때문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초 발표한 경기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기업들은 원가 상승분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는 데 주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윌밍턴트러스트의 루크 틸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오래 전부터 관세는 오히려 인플레이션보다는 ‘경기 둔화’와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을 유발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봤다”며 “현재 소비자들이 여행·여가 지출을 줄이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고 전했다.
틸리 이코노미스트는 1930년 스무트 홀리 관세법 당시를 언급하며, 관세가 오히려 소비 위축과 경기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스무트 홀리 관세법이란 미국이 대공황 초기인 1930년 산업 보호를 위해 제정한 법으로 공화당 소속 리드 스무트 의원과 윌리스 홀리 의원이 주도했다. 당시 미국 정부는 2만여 개가 넘는 수입품에 평균 59%, 최고 400%의 관세를 부과하도록 하는 극단적 보호무역을 도입했다.
그러나 이는 유럽 국가들의 보복관세와 무역전쟁을 유발하며 오히려 미국 기업과 농민들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 결국 고관세 정책으로 대공황이 더욱 심화되면서, 스무트 홀리 관세법은 오늘날 ‘현대 경제사에서 가장 재앙적인 경제정책’이라는 혹평을 받는다.
연준은 여름 동안 관세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좀더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9월까지 연준이 금리 인하를 보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브루수엘라스는 “이번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 수준에 그친다면, 연준은 올해 하반기에 금리 인하에 나설 수도 있다”면서도 “반면 소비자들이 단기적인 식료품·생필품 가격 상승을 체감하면서 자신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높아질 경우, 연준의 금리 인하는 더 늦춰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제휴=미주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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