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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08/26  조이시애틀뉴스
[서울통신] 그 여름의 햇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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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롯트 가수 장민호가 7번 국도가 좋다고 한 이후, 강릉에서 부산까지 가던 무궁화 열차의 바닷길이 그리워졌다. 7번 국도를 달려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여름휴가를 계획했다. 너무 자주 가는 도시는 살짝 비껴서, 국도로만, 강릉→경주→진주→군산→청양을 코스로 잡았다.


일주일 넘는 기간 지역에서 숙박도 하고 지방도로를 드라이브도 하면서 8월의 태양을 제대로 만끽한 셈이다. 기대했던 강릉에서 부산까지 이어지는 7번 국도는 해안 안쪽 길이라 생각보다 바닷바람을 멀리서 느끼고 쐬는 길이었다.


경주에 도착해서 10개 이상의 유적지를 잘 닦여진 도로들을 이용해서 돌아보았다. 강릉에서는 지역 맛집으로 초당 순두부를 택했다. 순두부에 콩비지에 보통 두부까지 최고의 순두부 상차림이었다. 4.3km의 토함산 터널을 지나 바닷가에 문무대왕릉에 도착했다.


무척 덥고 그렇기 때문에 푸른 바닷가가 더 착 달라붙는 진한 색과 볕을 쏟아내 주었다. 해변 식당에서 전복죽을 먹고 말린 오징어를 기념으로 샀다. 다시 경주 시내로 돌아와 다음 행선지인 진주로 향했다.


‘거긴 진짜 진주성 이외에 볼 것 없는데~’ 진주 간다는 말을 듣고 경주에서 들은 반응이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것은 가는 길이었다.  24번 25번 국도를 지나면서, 그림 같다고도 할 수 없는, 늘 갈 수 있었던 그 길이 8월의 푹푹 찌는 온도와 습도 사이 고개를 들어 잠재력을 발산한다.


바쁜 부모 모르게 눈부신 성년이 되어서 점잖게 스스로를 드러내고야 마는 자녀의 어깨를 보고 조용히 경악하는 부모처럼 나는 마치 미지의 세계를 만난 듯, 국도를 통해 펼쳐지는 아름다운 전경들에 놀라고 또 놀란다.




고대 가야를 향해 가고 있는 한 자락의 영혼. 도착해서 느낀 분위기도 격조 있고 기름지게 느껴졌다. 논개로 유명한 진주는 늘 듣기만 하고 갈 일이 생기지 않아서 이번 특별히 여행지로 정했고 정말 나의 소중한 선택을 만족시켰다. 촉석루도 가고 의기 논개가 떨어졌다고 하는 의암 바위 가까이에도 서 보았다.


우연히 알게 된 지역 진주냉면 맛집을 방문했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안내도 판촉도 열성적이었고, 냉면 맛도 도톰한 고기전 고명과 시원한 국물 맛이 어우러져 정갈한 맛이 일품이었다. 서울에서도 진주냉면을 먹었는데 그때는 맛을 제대로 못 느끼고 좀 특이하다 싶었다. 본산지 맛을 기억하며 집에 돌아가면 그 식당에서 다시 한번 진주냉면의 맛을 느껴봐야겠다는 생각했다.


군산으로 가는 길은 내가 막연히 꿈꿨던 7번 국도의 해변 도로로서의 아쉬움을 풀어준 멋진 해안도로였다. 하늘과 양쪽으로 바다만 보이는 넓은 도로를 달리면서 이곳을 일정에 넣은 것이 무척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짬뽕이 유명한 군산. 마침 일요일이라 가려던 중국집이 휴일인 관계로 다른 유명 집에 갔다. 오전부터 사람이 많아 기대가 되었지만 다음에 다시 군산에 와서 원조 최고 맛집에 가보리라는 생각을 굳혔다. 대신 도착한 날 저녁 어두운 밤거리에 유난히 불을 밝히고 긴 대기 줄이 있는 빵집이 있길래 들어가서 빵을 샀다. 


2층 카페에 올라가서 평소 좋아하는 팥빙수를 사 먹었는데 이게 대박이었다. 부담 없는 양에 아삭하고 시원한 얼음조각, 팥, 아이스크림, 새콤한 주스까지, 재료의 비율과 맛의 조합이 거의 인생 빙수였다. 하여 다음날 다시 들러 한 번 더 주문했다. 가격도 요즘 시중 고가 빙수에 비하면 너무 높은 것은 아니고, 나오는 속도도 디지털 급이어서 더욱 좋았다.


군산에서 선유도에 들러 어촌 체험과 관광으로 잘 조성된 바닷가 구경을 했다. 특산품점에서 완도산 미역을 샀다. 점심으로 소라죽을 먹을까 물회를 먹을까 하다 새로운 메뉴를 경험해야겠다는 차원에서 물회를 먹었다.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은 모범적인 맛이었고, 특히 재료와 조리과정이 깔끔해서 신선도가 좋았다.




캠핑차를 타고 자녀들과 온 가족 여행객을 보면 우리 집 일도 아닌데 마음이 덩달아 좋아진다. 멋진 캠핑차에서 내린 4인 가족이 같은 식당 텐트 지붕 아래서 비슷한 메뉴로 식사를 하는 우리의 여름휴가는 공통의 기억을 간직할 것이다.


관광지가 아닌 그냥 조용한 전원일 수 있는 충청남도 청양에 들렀다. 생각보다 마을의 구도가 널찍하게 다가왔다. 명성처럼 뙤약볕 아래 어디서나 빨간 고추가 마르고 있었다. 한 국밥집에서 황태국밥을 시켜 먹었다.


식당 TV에서 옛날 드라마, ‘전원일기’를 보고 있었다. 청양 자체가 살고 싶은 전원 마을로 가꾸어 유명한 줄 알았는데, 식당에서 전원일기를 보고 있는 것이 마치 그 드라마가 방영되던 시절의 그 마을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다른 테이블에서 하는 말이 들린다.


‘어르신들은 읍에 10시에 볼 일이 있으면 7시부터 와서 기다리신다…’ 그 모습이 환히 상상되서 희미하게 웃었다. 칠갑산 아래 맛집에서 동태찌개 백반을 시켜 먹었는데 두부를 넣어 끓인 찌개도 맛있고 반찬도 정성스럽다. 한가지라도 더 맛보게 하고 싶은 상 차리는 사람의 마음이 이해되어서 남은 반찬을 가져가 다음 끼에 먹을 수 있을까? 외식을 할 때 종종하게되는 고민이다.


지방을 차로 다니는 동안, 수도권에 비해 확실히 외제 차도 적고, 운전 습관도 느긋하고 여백의 혜택을 많이 누렸다. 서울에서 보면 대중교통이 이렇게 잘 되어 있는데, 왜 그렇게 또 모든 사람이 차를 가져야 할까? 라고 생각했다면, 이렇게 국도와 지방도가 잘 되어 있는데 평소 복잡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자동차 여행의 즐거움이나 차박을 좋아하지 않기도 어렵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청양에서 푹푹 익어가는 고추뿐 아니라 지역민의 친절과 너그러움을 많이 접했다. 여행으로 겪는 고생이나 어려움은 아무래도 돈을 쓰고 다니는 것이니 재미와 추억으로 귀결된다. 코로나 정국이기에 지침을 준수하면서, 그분들의 일상에 누를 끼치지 않도록, 매사 과하지 않게, 거주지에서 멀수록 지역을 살짝 엿보는 것에는 많은 주의가 필요한 것 같다.


부디 내가 지나간 많은 길이 지구 온난화를 부추기거나 지역에 민폐가 되지 않았기를! 다음에는 남해와 서해의 해안과 섬을 연결하는 부산~파주선인 77번 국도가 전체 개통되면 완주할 수 있을까? 또 욕심이 나는 것 같다. 

 

 

 

신순영

조이시애틀뉴스 서울통신원

고려대 농학박사

soonyoun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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