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입장에서 유명한 스타가 자발적으로 제품을 사용하고 홍보까지 해준다면 이보다 더 큰 마케팅 효과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홍보 효과를 기대하는 것까지는 아닐지라도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최악의 행동도 있다. 유명인의 홍보는 즉각적인 매출로 이어지지만 반대로 유명인의 악평은 크나큰 손실로 이어진다.
먼저 근시안적인 관점으로 고객의 신뢰도 잃고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 최고의 기회를 놓치고 만 사례를 살펴보겠다. 말단 직원 한 명의 실수로 생긴 막대한 손실을 보여주는 이러한 사례들은 고객 경험(CX) 교육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하게 만든다.
PGA 챔피언 스토리
무명의 골프 선수 릭 빔은 세계 4대 메이저 골프 대회 중 하나인 헤이즐틴 내셔널에서 2002년 월드 PGA 챔피언이 되는 영예를 안았다.
그는 첫 라운드에 72타를 친 후 두 번째 라운드에서는 6언더파 66타를 치는 맹공을 펼쳤다. 선두와는 불과 다섯 타 차이였다. 세 번째 라운드에서 72타로 2위로 오른 그는 1위를 기록하고 있던 저스틴 레오나드와 겨우 3타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네 번째 라운드에서 빔은 마지막 4홀에서 모두 버디를 기록한 타이거 우즈와 경합해야 했다. 하지만 마지막 라운드에서 빔은 68타, 타이거 우즈는 69타를 기록했고 최종합계에서 1점 앞선 무명의 빔은 타이거 우즈를 꺾고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이로써 릭 빔은 단번에 월드스타 반열에 올랐으며 전 세계 상위 20위 프로 골퍼의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챔피언 자리에 오르기 전, 릭 빔은 시간 당 7달러의 수입을 올리기 위해 카스테레오와 핸드폰을 판매하는 외판원이었다. 한 때 시애틀에 소재한 자동차 대리점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기도 한 그는 그야말로 아메리칸 드림의 성공 신화였다.
2002년 월드 PGA 챔피언이 된 직후, 빔은 고급 스포츠카부터 구입하고 싶었다. 경기가 끝난 다음 주 월요일, 빔과 아내는 오랜 세월 꿈꿔온 차를 구입하기 위해 한 자동차 대리점을 방문했다. 소박하게 살아온 빔은 당연히 아르마니 수트를 걸치거나 PGA 챔피언임을 자랑하는 메달을 걸고 있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전 세계 신문과 일간지가 그의 사진으로 일면을 도배한 뒤였다. 빔은 평상시 모습대로 자동차 대리점을 찾았고 그 결과 자동차 대리점 직원 중 누구도 빔이 월드 PGA 챔피언이라는 사실을 알아보지 못했다. 영업사원들은 빔을 무시하며 무관심한 태도로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았다.
“반바지에 운동화, 야구 모자를 걸친 상태여서 그런지 아무도 차를 권하지 않더군요.” 빔은 웃으며 말했다.” 아내는 이제 제가 사고 싶은 거라면 뭐든 살 수 있을 거라고 말했지만 도와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개인적으로 그 영업사원에게 서운했죠. 하긴 보통 최고급 승용차를 구입할 때는 잘 차려 입고 오잖아요. 야구 모자를 뒤집어쓰고 반바지에 운동화를 신은 사람이 뭘 살 거라고 기대하겠어요.”
그 자동차 대리점은 그날 빔을 옷차림과 외모만으로 판단해 고객을 한 명 잃은 것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월드 PGA 챔피언이 자신들이 판매하는 차량과 서비스를 홍보해줄 수 있는 귀한 기회를 차버린 것이다. 얼마나 큰 손해인가!
지금은 잘 알려진 거부나 스타들이 한때 노숙생활을 했던 사례는 수없이 많다. 해리포터의 저자 J. K. 롤링, 영화배우 짐 캐리와 아놀드 슈왈제네거, 가수 제니퍼 로페즈 등은 힘든 과거를 딛고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 중 일부에 불과하다. 외모나 성별, 피부색 등에 기인한 차별이 고객 관리 매뉴얼의 첫 번째 금지 항목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오프라 윈프리가 겪은 오프라 효과
2013년, 미국 최고의 스타, 오프라 윈프리는 언론에서 자신이 스위스 취리히에 위치한 트와 폼므라는 명품 편집숍에서 인종차별적인 대우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오프라 윈프리의 업적을 나열하자면 책을 수십 권 쓰고도 남을 정도다. 그녀는 시카고에 위치한 하포 스튜디오의 회장이자 자신이 설립한 오프라윈프리 네트워크사의 CEO다.
수십 권의 베스트셀러를 낸 저자이기도 하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 자유 훈장을 수여 받기도 했다. 또한 하버드대에서 명예박사학위를 이수했으며 흑인 여성 최초로 미국 내 억만장자 명단에 당당히 오른 기록도 있다. 전 세계 여성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실로 대단해 쇼에서 살짝 보여주기만 해도 해당 상품이 하루 아침에 품절 사태를 일으킬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다.
오프라 윈프리가 친구인 흑인 가수 티나 터너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스위스에 갔을 때였다. 취리히를 산책하던 오프라 윈프리는 트와 폼므 명품숍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유리 진열대 안에는 삼만 팔천 달러라는 가격표가 달린 톰 포드 백이 진열되어 있었다. 당시 윈프리는 자신의 쇼에도 자주 출연했던 여배우 제니퍼 애니스톤의 이름을 따서 만든 제니퍼 백을 눈 여겨 보고 있었다.
윈프리는 점원에게 저 가방을 잠시 볼 수 있냐고 물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점원은 업신여기는 듯한 말투로 “안 됩니다. 저건 너무 비싸요. 손님에게는 이 가방이 더 나을 거예요. 저 가방은 너무 비싸거든요. 저 정도 가방을 드실 형편은 아니시자나요.”라고 말했다. 점원의 대꾸에 오프라 윈프리는 웃으며 “아, 고맙습니다. 맞아요. 제 형편에는 과한 듯하네요.”라고 말하며 돌아섰다고 한다.
재계에서 오프라 윈프리의 말 한마디가 불러일으키는 영향력은 실로 막대하다. 오프라 윈프리의 추천으로 망하기 직전에 놓인 작은 상점이나 기업이 하룻밤 사이에 기사회생하는 사례가 수도 없이 많다.
어떻게 보면 그 자리에 있던 점원이 운이 없었을 수 있다. 하필 얼굴을 못 알아보는 슈퍼스타가 나타날 줄이야. 사실 나도 여러 차례 문전 박대를 당한 적이 있었다. 오래 동안 나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당연히 그 가게에 다시는 가지 않았으며 다른 사람과 나의 경험담을 나누며 같이 분개했다. 고객 경험(CX)과 관련된 실수는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아무도 모른다. 임직원 교육이 상시로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미셸 오바마 vs 신세대의 패턴
스티브 잡스처럼 자신이 가진 개인주의적 성향을 표현하기 위해 간편한 옷차림을 착용한 청년 사업가들을 영업사원은 어떻게 구분할까? 고객이 실제 구매의사가 있는지 어떻게 감을 잡을까? 외모로 사람을 판단한다고 무조건 비난하기는 어렵지만 고객을 상대하는 영업사원이 이러한 편견을 지녀서는 곤란하다. 앞서 거론한 몇몇 사례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생각하는 고객의 모습은 우리가 기대하는 고객의 전형적인 모습과는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트 모더니즘 시대의 고객들은 수직적 사고방식을 지닌 이전 세대와 차이를 보인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고객들 중에 인위적이고 화려한 차림을 거부하는 사람이 많다, 다른 사람의 이해나 공감을 애써 구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은 정체성이다. 요즘 세대의 고객은 창의성과 독립성, 독창성에 보다 큰 가치를 둔다. 이러한 고객은 획일적이거나 규범에 얽매이는 수직적인 기성 문화를 피하려 하며 기존 문화에 물들지 않은 자신만의 쿨한 개성을 추구한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페이스북의 창립자인 마크 주커버그가 자산이 2백 억 달러에 달하지만 고작 3만 달러 밖에 안 되는 차를 타고 다닌다는 기사를 보도한 적이 있다(2019년 현재, 마크의 자산은 700억 달러로 증가했다).
요즘 세대의 고객은 지난 세대의 고객처럼 정형화하기 힘든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기존 세대처럼 행동하거나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이런 성향을 지닌 고객들을 분석한 후 그에 맞게 판매원을 교육시켜야 할 것으로 본다. 표지로 책 내용 전체를 판단하는 기업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영부인이었던 미셸 오바마는 우연히 들린 워싱턴의 한 상점에서 겪은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한 적이 있다. “내가 가게에 들어서자 아무도 무엇을 사러 왔는지 물어보지 않았어요. 유일하게 내게 다가온 한 여성이 있었는데, 그 여자는 저더러 선반 위의 물건을 꺼내줄 수 있는지 묻더군요. “영부인처럼 보이기보다는 거기서 일하는 키 큰 직원처럼 보였나 봐요”
직원의 개인적인 판단에 따라 물건을 구매하러 온 고객이 길바닥으로 내몰려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몸에 밴 습관처럼 머릿속 깊숙이 차지한 관념을 단번에 변하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탄탄한 고객 서비스를 갖추고 있는 기업조차도 개인의 오래 묵은 선입견을 바꾸기가 어렵다고 토로한다.
습관이란 무의식적으로 몸에 밴 비자발적 행동패턴이기 때문에 좋은 습관인 경우라면 걱정이 없지만 몸에 배인 나쁜 습관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를 어떻게 개선하고 관리하느냐가 서비스와 연관된 21세기 모든 산업에서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저자: 이인 교수, 시애틀에 거주하는 한인 벤처캐피털리스트 겸 싱가폴국립대학(NUS) 경영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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