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해 겨울 국민학교 6학년때 우리 동네에 사는 영애라는 친구가 놀자구 찾아왔다.
엄마의 허락을 받고서 동네 넓은 마당에서 친구들과 고무줄놀이를 하던 중 영애가 배가고픈데 자기집에 가서 빈대떡전을 먹자구 내 손을 잡아끌었다.
친구를 따라 친구집을 들어서는데 커다란 옛날 한옥집 문을 열고 들어서니 대청마루 한쪽에 커다란 하얀 휘장이 내려져 있는게 보였다.
나는 집안으로 들어서려는 발걸음을 주춤하자 영애는 나에게 들어오라며 내 손을 잡아끌면서 나에게 설명을 하였다.
저 휘장 안에는 돌아가신 자기 아버지 위패가 있다며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3년이 되면 휘장을 없앨것이라고. 그리고 영애의 엄마가 아침저녁마다 위패 앞에 밥하고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반찬하고 국을 차려놓고 절을한다면서 휘장을 살짝 열어 안을 보여줬다.
휘장 안에는 하얀밥과 토란국 그리고 가지나물이 올려져 있었는데 이날 내 눈에 들어온 가지나물의 시퍼런 색깔이 어찌나 이상한 느낌이오던지. 이날 이후 거의 오랜 동안 가지는 입에 대지를 못했다.
간혹가다가 우리 엄마는 반찬으로 가지를 밥에다 쪄서는 조선 간장하고 마늘을 섞어서 깨소금을 솔솔 뿌려 맛있게 나물로 만들어 밥상에 올려놓으셨지만 그리고 여름에 가지를 사셔서 가지를 가늘게 썰어서 따사로운 햇살에 말려서는 추운 겨울이 되면 말려놓은 가지를 오랫동안 물에 불려서는 고추가루, 마늘, 파, 참기름, 소금, 깨소금으로 조물조물 무쳐 상에 올리셨는데
엄마가 만드신 반찬은 너무 맛있어서 남은적이 없는데 영애의 집을 방문한 이후로는 한번도 가지를 입에 댄적이 없었는데..
몇년전 우리 가족이 로마여행을 갔을때 식사를 위하여 들른 이태리식당에서 시킨 가지요리는 가지를 올리브 기름과 소금, 후추, 마늘로 구워서는 가지 위에다 트러플버섯으로 가니시한 요리였는데 이곳 레스토랑의 가지 요리를 입에 넣는 순간 입안에 퍼지는 은은하고 감미로운 트러플버섯의 향내가 너무나 좋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가지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오믈 유럽 산가지를 얇게 썰어서 소금, 후추, 마늘로 간을 해서 올리브에 잠깐 담그었다가 오븐에 10분간 살짝 구워낸 후에 트러플버섯과 오일로 가니쉬하니 예전에 로마에서 먹던 그때 그가지의 맛이었다.
레지나 채
소셜워커, 워싱턴가정상담소 소장
조이시애틀 푸드 칼럼니스트
(206) 351-3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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