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한인의 날 행사장을 찾았다. 무대에 오른 어린 청소년들이 요즘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K-팝 음악에 맞춰 다양하고 멋진 춤을 능숙하게 소화하는 모습을 보며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은 한국계뿐 아니라 다양한 나라의 젊은이들이 한국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직접 한국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었다. 한국의 대중문화가 이제 국경과 언어를 넘어 세계 젊은 세대가 함께 즐기는 문화로 성장했다는 사실에 뿌듯한 마음도 들었다.
그러나 공연을 지켜보면서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남았다.
거의 두 시간 동안 K-팝 댄스 중심의 공연이 이어지다 보니 프로그램이 다소 단조롭게 느껴졌다. 공연의 제목은 ‘탈’이었지만, 제목이 전체 공연 내용과 어떤 의미로 연결되는지도 관객의 입장에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실제로 주변의 일부 미국인 관객들이 공연 도중 자리를 떠나는 모습도 보였고, 함께 참석한 어르신들 가운데는 긴 공연에 지친 듯 조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일요일 시간을 내 행사장을 찾은 관객들이 세대와 국적을 넘어 끝까지 함께 즐길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무대에 오른 청소년들의 열정과 실력에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문제는 K-팝 자체가 아니라 ‘한인의 날’이라는 행사의 성격에 맞는 프로그램의 다양성이다.
한인의 날은 우리 스스로 한국계라는 정체성을 되새기는 자리인 동시에 미국인과 다른 민족들에게 한국의 문화와 역사, 오늘의 모습을 알리는 뜻깊은 행사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K-팝과 함께 태권도 시범, 한복 패션쇼, 한국 고전무용과 탈춤, 사물놀이와 전통악기 연주, 비보이 공연, 한국 노래 합창 등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이 골고루 마련됐더라면 어땠을까. 어린이와 청소년부터 어르신, 미국인 관객까지 함께 즐기면서 한국문화의 폭과 깊이를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콘트라베이스와 퉁소, 드럼, 피아노가 어우러진 ‘베사메 무초’ 연주도 인상적이었다. 다만 한인의 날이라는 의미를 생각하면 ‘금강산’처럼 우리에게 친숙한 한국 가곡이나 음악도 함께 연주됐더라면 더욱 뜻깊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고향과 조국을 떠올리게 하는 음악이 울려 퍼졌다면 이민 1세대부터 젊은 세대까지 서로 다른 추억과 감정을 하나로 이어주는 순간이 되지 않았을까.
이번 공연이 ‘K-팝 공연’이나 ‘K-팝 경연대회’였다면 현재의 프로그램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인의 날’이라는 이름에는 K-팝을 넘어 우리가 지켜온 전통과 문화, 그리고 오늘날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국의 모습까지 함께 담아내기를 기대하게 된다.
다시 말하지만 이날 무대를 빛낸 청소년들의 춤과 열정은 훌륭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젊은이들이 한국 노래를 부르고 한국 춤을 즐기는 모습 또한 자랑스러운 광경이었다.
그래서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K-팝의 역동성과 한국 전통문화의 깊이가 한 무대에서 조화를 이루고, 세대와 국적을 넘어 모든 관객이 함께 즐길 수 있었다면 ‘한인의 날’이라는 이름이 더욱 빛났을 것이다.
이번 행사를 통해 느낀 작은 아쉬움이 앞으로 한인의 날을 더욱 다양하고 풍성한 문화축제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소셜워커, 워싱턴가정상담소 소장
이메일: regina.chae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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