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객 00는 늘 등에 메고 다니는, 군대에서 군인들이 짊어질 법한 방수가 될 듯한 검은색 백팩을 메고 있었다. 무게만 해도 족히 100파운드는 되어 보였다.
여기에 홈굿 스토어에서 파는 플라스틱 쇼핑백을 10개쯤 겹쳐 만든 쇼핑백 4개를 하나씩 손에 들기 시작했다. 내가 보기에도 쇼핑백 하나하나가 너무 무거워 보여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00는 가방 하나를 들고 가는 것도 버거워 보였고, 몇 주 전부터 무릎이 아프다고 말한 적도 있어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하버뷰 병원에서 무릎 진료를 받아보자고 권했지만, 00는 “미쎄스 채, 아임 오케이!”라며 거절했다.
내가 수술받은 무릎을 보여주며 “이렇게 무거운 걸 계속 들다가는 나처럼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어”라고 말해도, 00의 대답은 여전히 “미쎄스 채, 잇츠 오케이!”였다.
한 번은 00의 의사와 상관없이 진료 예약을 잡아두었다가, 정색한 00가 무척 화를 냈다. 그러면서 병원에 가면 의사나 간호사들이 자기 몸에 이상한 장치를 달아 정보를 다 빼간다며, 절대로 가면 안 된다고 했다.
우리 사무실과 하버뷰 병원은 같은 빌딩 안에 있어 환자들이 오면 곧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어 편리하다. 그러나 00는 무거운 쇼핑백 네 개를 한꺼번에 들기 힘든지, 한 개씩 조금씩 앞으로 옮겨 놓고 다시 돌아와 다른 가방을 옮기는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가방 하나의 무게는 족히 100파운드는 넘어 보였다.
언젠가 내가 “이렇게 무거운 쇼핑백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한번 보여줄 수 있느냐”고 묻자, 00는 흔쾌히 보여주었다. 한 쇼핑백에는 그릇, 무거운 무쇠 프라이팬, 냄비, 스푼과 포크 등 각종 살림살이가 들어 있었고, 다른 쇼핑백에는 통조림과 물병이 가득 들어 있었다. 물병만 해도 20개는 되어 보였다. 또 다른 쇼핑백에는 며칠 전 산 듯한 야채들이 이미 시들어 냄새까지 나는 상태로 담겨 있었고, 또 다른 가방에는 사탕 봉지와 각종 과자들이 잡화점을 열어도 될 만큼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정말 이걸 다 가지고 다녀야 하느냐, 이렇게 다니다가 상한 음식을 먹을 수도 있고 허리와 무릎에 너무 무리가 간다”고 걱정스레 말했지만, 00는 느긋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했다.
“미쎄스 채, 아임 오케이!”
같은 대답으로 나의 걱정을 마무리하는 00를 더 설득할 길이 없어 상담을 마쳤다. 일주일간의 행적과 안전 여부를 확인하고, 어디를 가든 사무실에 연락하라고 당부한 뒤, 전화기가 잘 작동하는지도 확인했다. 사무실을 나서는 00를 돕기 위해 입구 문을 붙잡아 주었고, 00가 무거운 쇼핑백 네 개를 밖으로 옮기는 것을 도왔다.
마침 다음 약속이 없어 잠시 00를 따라가 보니, 00는 사무실 뒤편 빌딩 옆 전봇대 근처로 짐을 옮겼다. 쇼핑백 네 개를 나란히 내려놓더니 갑자기 입고 있던 치마를 올리고 그 안에 입은 형형색색의 바지를 내린 채 길바닥에 주저앉아 볼일을 보기 시작했다.
나는 너무 놀라 “00, 방금까지 사무실에서 나와 45분이나 있었는데 왜 화장실을 안 쓰고 지금 이러는 거야?”라고 물었다. 그러자 00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미쎄스 채, 나는 여기가 편해.”
혹시 누가 지나갈까 봐 주변을 살피고 있는데, 사무실 경비원 프랭크가 이 광경을 보고 천천히 다가왔다. 그는 걱정스러운 내 얼굴을 보더니 말했다.
“레지나, 걱정하지 마. 00는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야.”
프랭크는 예전에 건물 안 화장실을 쓰라고 권해도 절대 말을 듣지 않는다며 고개를 저었다.
볼일을 본 00는 쇼핑백에서 물티슈를 여러 장 꺼내 닦아낸 뒤, 치마를 다시 들어 올리고 온몸 구석구석을 물티슈로 닦기 시작했다. 마치 샤워를 하듯 사람들 시선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물티슈 한 박스 이상을 쓴 듯했고, 사용한 물티슈로 방금 볼일을 본 자리를 덮어놓은 뒤 다시 쇼핑백 네 개를 하나씩 옮기며 이동했다.
저렇게 가다가는 집에 도착하는 데 하루는 걸리겠다 싶었는데, 잠시 사무실에 들렀다 다시 나와 보니 00는 건너편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몇 달 전, 00가 3주째 사무실에 오지 않아 그룹홈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하우징 케이스 워커를 만나니, 00는 시애틀 다운타운에서 100달러짜리 지폐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다 돈을 노린 중독자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해 병원에 실려 갔다고 했다.
나는 그날 병원으로 달려갔다. 병실에서 만난 00는 온몸과 얼굴이 멍투성이였지만, 나를 보자 “헬로, 미쎄스 채”라며 웃으려 했다.
사건의 배경은 이러했다. 00는 부모님 유산으로 현금 40만 달러를 상속받았고, 그중 3만 달러를 인출해 거리에서 나누다 변을 당한 것이다. 이전에 변호사에게서 120만 달러의 유산 중 00 몫이 40만 달러라는 연락을 받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00는 돈을 혼자 관리하겠다고 했고, 우리는 본인의 동의 없이는 개입할 수 없었다.
00와의 만남은 7년 반째 이어지고 있다. 그의 방은 각종 물건과 식료품으로 가득 차 바퀴벌레와 날파리의 천국이었다. 00는 “지진과 쓰나미에 대비한 준비”라고 말했다.
결국 00는 1년 반 만에 40만 달러를 모두 써버렸다.
소셜워커, 워싱턴가정상담소 소장
이메일: regina.chae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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