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는 잘생긴 얼굴에 공부를 잘하여서 여학생들에게 많은 인기가 있었는데 나에게 가끔씩 만나는 언니들의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었다.
막내오빠에 대한 기억은 너무나 많다. 어느 겨울 중학교 때 학교 가는 내가 발이 시릴까 봐 내 신발을 불 옆에다 갖다 놓고 잊어버리는 바람에 불의 온도에 녹아버린 밑창을 엄마가 알면 오빠가 혼날까 봐 몰래 신고 다니던 기억, 여름엔 인왕산에 데리고 가 산딸기며 머루들을 따서 내손에 가득 담아주던 오빠.
그랬던 오빠가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 암수술을 받다가 하늘나라로 갔던 이 기간은 나에게는 너무나 아프다. 오빠가 마지막 하늘나라로 떠나기 전 힘없는 모습이지만 그래도 밝은 모습으로 야! 막내, 소셜워커가 이렇게 힘든 사람 하나 못 고치냐 너는 못하는 것 없잖아 하나님께 더불로 기도해 봐?
내가 지금 떠나면 이 세상 손해야! 손해! 오빠는 장시간의 간암수술을 받고 성공적이라고 하였으나 함께 발견한 위암이 온몸에 퍼져서 이 세상을 떠났다. 며칠 후 함께 수술을 받던 큰오빠 마저 하늘나라로 갔다. 이 시간이 참으로 어렵다. 나에게 아픈 기억을 주기에.
오빠는 노래를 참 잘했다. 특별히 에릭 크립톤의 '천국의 눈물(Tears in Heaven)'이라는 노래를 기타를 치면서 부를 때면 함께 듣는 이들이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한다. 나도 이 노래를 좋아한다. 그래서 가끔씩 이 노래를 많이 불러보게 된다
Would you know my name?
If I sow you in heaven
I must be strong and carry on
Cause I know I don’t belong here in heaven tears and heaven.
이 노래를 부르다 보면 오빠가 나와 함께 있는 것 같아서이다. 오빠가 생각이 나면 나는 비틀스의 노래를 틀어놓으며 오빠와의 어릴 적 추억에 잠기며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한다.
세월은 벌써 이만큼 흘러서 내 머리에도 하얀 서리가 내리고 이제는 자유롭게 뛰놀던 어릴 적 시간들을 기억해 보는 세월이 흘러갔다. 오빠가 지금까지 살아있었다면 자주 만나서 얘기도 하고 노래도 함께 부르고 맛있는 음식도 함께 나눌 텐데.
아마도 오빠가 대학생이었을 때였던 것 같다. 나는 그때에 중학생이었는데 오빠가 친구들하고 술을 마시고 밤늦게 집으로 들어오려다가 아직도
잠자리에 들지 않은 아버지께 술 마신 것을 들킬까 봐 대문을 살짝 열고 그 추운 날 장독대에 숨어서 아버지가 잠이 드시기만을 기다리다가 그대로 장독대에서 잠이 든듯하였다.
늘 오빠와 가까이 지내던 나는 오빠가 집안에 보이지 않자 조용히 방을 빠져나와 문가로 가려는데 장독대 끝에 누군가가 엎어져 잠이든 모습이 보여 살펴보니 술에 만취된 오빠가 그대로 장독대에 꼬꾸라져 쓰러져 잠이 들었었다.
나는 목소리를 줄여서 오빠를 깨우려는데 이미 깊이 잠이든 오빠는 전혀 미동도 않다가 내가 몇 번을 흔들어 깨우니 겨우 눈을 뜨더니 별안간 우웩 하면서 토해내기를 하는데 오빠는 그날 저녁에 친구들하고 먹은 음식들을 나에게 쏟아낸 것이었다.
나는 주위도 캄캄해진 한밤중에 오빠가 토해낸 오물을 다 뒤집어쓰고서는 절절매다가 그 추운 날에 찬물(그때는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았었다)로 씻어냈다. 한밤중에 물을 덥혀서 몸을 씻는 일이 불가능해서 11월의 매서운 겨울밤에 뒤집어쓴 오물을 찬물로 씻어 내었지만 제대로 씻기지 않아서 밤새 잠도 못 자고 덜덜 떨던 생각이 난다.
이튿날 아침 자기의 행동에 부끄러움을 느끼던 오빠가 미안하다며 절절매며 사과를 하고 나서는 다시는 만취해서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었다.
오빠는 참 좋은 친구이기 도 했다. 재미있고 늘 즐겁고 유쾌하며 진취적이며 늘 나에게 새롭게 나아가는 삶을 얘기해주고는 했었다. 아 그리운 나의 오빠! 오늘은 유난히 오빠가 이렇게 많이 보고 싶은 걸까?
소셜워커, 워싱턴가정상담소 소장
이메일: regina.chae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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