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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0/10/03  조이시애틀뉴스
[조이문학] 마스크를 써라 ...신순희

이런 세상이 올 줄 누가 알았을까.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쓰고 살아야 한다니. 코로나바이러스가 온 세계를 강타하고 변화무쌍하게 굴어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고 있다.


처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시애틀에 환자가 발생했을 때만 해도 시애틀에 국한된 줄 알았다. 중국에서 태평양 건너 가장 가까운 곳이니까. 아시안 얼굴을 가진 나는 공연히  목을 움츠려야 했다. 시애틀에 있는 양로원에서 미국 최초의 코로나 사망자가 나왔으니 그럴 만도 하다. 지금은 미국의 어느 주보다 통제가 잘되는 워싱턴주라지만, 글쎄 두고 볼 일이다. 앞날을 예측하기가 어디 그리 쉬운가.


처음부터 텔레비전에서는 코로나 예방책으로 손 씻기를 강조했다. 한 여성 앵커가 나와 마스크 사용법에 관해 얘기했지만, 곧 입을 다물었다. 그때 난 눈치챘다. 마스크를 써야 하지만 부족하니 의료진을 위해 말 못 한다는 걸. 그것이 올 삼월이었다.


몇 달이 지나면서 코로나바이러스에 체계적으로 대처하게 되자 마스크를 쓰라는 캠페인이 시작됐다. 마스크를 팔지도 말고 사지도 말고 스스로 만들어 쓰라고 했다. 기존 마스크는 의료진을 위해 양보하라는 얘기였다. TV에서는 재봉틀을 돌려 헝겊 마스크 만드는 화면을 내보냈다. 가게 문이 닫혔는데 어디서 헝겊을 구하나?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헝겊 말고도 페이퍼타올, 청소포를 이용한 다양한 방법이 등장했다. 내 나름대로 집에 있는 짜투리 옷감으로 마스크를 만들어 보았지만 영 미덥지 않았다.


아마존에서 거래되는 마스크 가격이 널을 뛰었다. 불량품이 판친다는 불만이 나왔다. 한국산이 좋다는 평판이 들리던 차에, 이웃이 한국산 마스크를 친척을 통해 구할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래, 역시 나의 조국이다. 몸은 이국에 있지만, 터전이 어디든지 무슨 상관인가, 세계는 하나인데. 코로나가 광범위하게 증명했다. 그렇게 구하려 해도 할 수 없었던 보건용 마스크를 한국의 친지를 통해 우편으로 받았다. 새털처럼 가벼운 마스크를 들고 흐뭇해하는 내 모양이라니.


처음 한국에 코로나가 발생했을 때 일부 한국인들이 미국으로 도피한다는 말이 돌았다. 한동안 한국에 가서 안 보이던 모습들이 보이기도 했다. 일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이번엔 미국이다. 미국은 한국보다 더 심하다. 한국으로 되돌아가는 사람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건 정말 다행이다.


마스크는 연예인들이 얼굴 가릴 때 쓰는 줄 알았다. 미국에서는 복면강도가 연상되어 좋아하지 않는다. 마스크를 쓰라고 연일 난리다. 사람들 참 말 안 듣는다. 마스크 안 쓸 권리가 있다, 자유를 막지 마라. 한쪽에서는 마스크를 쓰라 하고 한쪽에서는 반대하고. 그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불편하긴 해도 어렵진 않건만. 내 얼굴 가려서 가족이 안전하고 사회가 안전하다면 못 할 것도 없건만.


마스크가 모든 사람 외모를 평등하게 만들었다. 화장할 필요 없고 멋진 옷도 필요 없다. 신분도 나이도 인종도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을 읽기 힘들다. 마스크를  쓰니 말도 잘 안 하고 손짓으로 의사를 표시한다. 마켓에서는 영수증을  손님보러 떼어가라 한다. 서로 손 안 대고 눈 안 맞추고 입도 떼지 않는다. 입 다물라는 무언의 소리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구나. 마스크 안에서 웃는지 화를 내는지 어찌 알까. 모른다 한들 뭐가 문제인가. 마켓에서 사람을 피해 말없이 장보고 계산하고, 집안에 앉아서 손가락만 까딱대며 물품을 구입하고, 비대면으로 업무를 보며 돈을 벌고…우리가 직접 대면하지 않고 이렇게 살 수 있다니. 앞으로 사람이 귀만 커지고 입은 작게 진화될지 모른다. 그동안 너무 떠들었나 보다.


그나저나 마스크는 얼마나 비축해 두어야 하는지, 올겨울만 넘기면 무사할까, 이 어려운 사태가 언제 끝나려나. 스페인독감 땐 바이러스가 사라지는 데 만 2년이 걸렸다는데,  1918년 스페인독감이 창궐할 때도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했다는데. 그때나 이제나 세월은 흘렀건만 인간 세상 대처방식은 여전하니 인간이 진보한 게 맞긴 맞는 건가? 


오늘도 텔레비전에서는 주지사가 마스크를 쓰고 나와서 말한다. 워싱턴 주민 여러분 마스크 쓰세요. 상점에서는 마스크 안 쓴 손님은 받지 마세요. 아, 마스크가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온갖 시름도 막아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신순희
수필가, ‘월간문학’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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