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자라갈수록 부모 노릇 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 집니다. 아이를 갖기 전에는 "난 좋은 엄마(아빠)가 될거야!"라고 다짐했었지만 막상 아이가 태어나 영아기를 거쳐 유아기에 들어서기만 해도 부모역할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좋은 부모'란 과연 어떤 부모를 가리키는 것일까요? '좋은 부모'란 '자녀의 성격 유형을 제대로 파악하여 그에 적합하게 양육하는 부모'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자녀의 성격을 파악하는 일이 그리 쉽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부모인 나의 유전인자를 그대로 물려받고 태어난 내 자녀라고 해서 아이가 하는 말이나 행동이 저절로 이해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므로 부모 된 우리가 자녀의 타고난 성격 유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다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 네 가지의 선호 경향
데이빗 스툽(David Stoop)은 그의 저서 <nderstanding Your Child's Personality : 기질을 알면 자녀가 보인다>에서 캐더린 브릭스(Katherine Briggs)와 그의 딸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Isabel Briggs Myers)가 스위스의 심리학자 칼 융(C.G.Jung)의 심리유형론을 바탕으로 개발한 '마이어스-브릭스 성격유형검사(MBTI 성격유형: Myer-Briggs Type Indicator, 자신의 성격을 알아내어 자신을 이해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도록 고안된 것으로 과학적으로 입증된 자가 설문지)'가 자녀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래서 데이빗 스툽의 저서 내용을 부분적으로 인용하여 부모님 여러분께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마이어스-브릭스(Myers-Briggs)는 "모든 사람은 특정한 성향을 가지고 태어나는 데 그 성향에는 각각 네 쌍(8개)이 있다"고 하였는데 네 쌍은 ①외향성 또는 내향성 ②감각형 또는 직관형 ③사고형 또는 감성형 ④판단형 또는 인식형 등으로, 모든 사람은 네 쌍 중 각각 하나씩의 성향을 가지고 태어나기에 우리는 '네 가지 선호 경향'을 갖게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에 집중하는가?'에 따라 ‘외향성과 내향성’으로 구분하는데, 외부세계에 집중하면 ‘외향성’, 내부세계에 집중하면 ‘내향성’이고, '어떻게 정보를 수집하는가?'에 따라 오감(五感)을 이용하면 ‘감각형’, 직관을 통해 받아들이면 ‘직관형’입니다. 또 '어떻게 결정하는가?'에 따라 논리와 분석능력을 사용하여 결정하면 ‘사고형’, 개인적·주관적 가치와 감정에 바탕을 두고 결정하면 ‘감성형’ 입니다. 그리고 '외부세계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에 따라 체계적인 것과 사전에 계획하는 것을 좋아하면 ‘판단형’, 융통성이 있고 상황에 따라 즉흥적인 것을 좋아하면 ‘인식형’ 입니다. 여러분의 자녀는 어떤 성격 유형에 속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외향성·내향성 판별 방법
자녀의 성격을 파악하기 전에 부모 자신의 성격을 아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부모가 자신의 성격을 이해하는 만큼 자녀의 성격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 가족의 경우를 예로 든다면, 제 남편의 성격은 '내향성-감각형-감성형-인식형'이고, 제 성격은 남편과 완전 반대인 '외향성-직관형-사고형-판단형' 인데, 큰 아들의 성격은 '외향성-직관형-사고형-인식형'이고, 작은 아들의 성격은 '내향성-감각형-감성형-판단형'으로 두 아이의 성격은 아빠나 엄마 중 어느 한 쪽을 그대로 닮은 것이 아니라 아빠의 일부와 엄마의 일부를 부분적으로 닮았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그 어떤 성향도 다른 것보다 좋거나 나쁜 것은 없다는 것입니다. 단지 다를 뿐입니다. 남편과 아내의 경우도, 부모와 자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이나 잘못된 것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각각 다르지만 모두 소중하다."라는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이런 '네 가지의 성격 유형'이 아이들에게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는 선호도는 아이가 ‘외향성’인지 ‘내향성’ 인지에 관한 것인데, 이것은 갓난 아기가 새로운 사람들과 환경에 어떻게 반응하는 지를 관찰함으로써 알아낼 수 있습니다. 집에 손님이 왔을 때, 엄마에게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아기는 아마 ‘내향성’일 것이고, 반면에 호기심을 가지고 손님을 쳐다보며 그가 자기에게 하는 말에 반응하는 아기는 아마 ‘외향성’일 것입니다. 외향성 아이는 배우는 것과 동시에 말하며 혼자 있는 것을 즐기지 않는데 반해, 내향성 아이는 말하기 전에 깊이 생각하고 혼자 노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 성격별 특성은 이해해야
다음으로, 아기가 18개월에서 24개월 정도되면, 아이가 ‘판단형’ 인지 ‘인식형’ 인지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판단형 아이는 자기 방이나 자기 물건을 잘 정리하고, 시간 개념이 확실하며, 일정한 방식에 따라 일하지만 변화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인식형 아이는 겉으로 보기에 별 계획성이 없어 보이고, 불규칙적이며 순간적이지만 변화에 잘 적응하고, 다른 사람을 매혹시키는 능력이 있습니다.
아이가 ‘감각형’인지 ‘직관형’인지, 또는 ‘사고형’‘지 ‘감성형’인지는 아이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가기 시작 하면서 쉽게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선호도는 청소년이 되는 시기까지 계속 발달될 것이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감각형 아이는 매우 구체적이고 정확합니다. 사실적인 것을 좋아하고 쉽게 암기합니다. 그리고 한 단계씩 지시 받는 것을 원합니다. 하지만 직관형 아이는 추상적이고 아이디어의 세계에서 삽니다. 공상하는 것을 좋아하고, 세부사항에 집중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그리고 지시 받는 것을 견디지 못합니다.
사고형 아이는 "왜?"라는 질문을 좋아하며, 매우 객관적입니다. 경쟁하는 것을 좋아 하고, 옳은 것을 위해서 싸웁니다. 반면에 감성형 아이는 다른 사람의 감정에 신경을 쓰며, 당신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논쟁하지 않습니다. 경쟁보다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며, 사람들을 잘 이해하고 협상을 잘 합니다.
이와 같이 자녀의 성격 유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자녀의 성격을 파악함으로써 부모에게 왜 그렇게 반응하고 행동하는 지 이해할 수 있으며, 자녀의 장점은 더 발전시켜 줄 수 있고, 단점이라고 여겼던 부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버리고, 그 아이만의 개성으로 이해하고 발전시켜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비록 자녀의 성격이 부모인 여러분의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억지로 부모의 바램이나 기대치에 끼워 맞추려고 하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발전시켜 주는 것이 좋습니다.
부모가 자녀의 성격유형을 제대로 파악하여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형제나 자매, 혹은 남매 간에도 서로의 성격 유형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서로의 차이점을 인정하여 존중해 줄 수 있으며, 나아가 서로간의 갈등과 충돌을 최소화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정 안에서 '우리는 서로 다르지만 서로를 존중한다'라는 명제를 터득한 가족들은 다른 공동체나 사회 속에서도 보다 열린 마음으로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으며, 그들을 위해 배려할 수 있는 건강한 인격체로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계자 (뉴욕광염교회 사모, 부모교육 세미나 강사, kyejagu@gmail.com)
기사=뉴욕일보 (조이시애틀 제휴사)
//www.joyseattle.com/news/11128
Powered by Newsbuild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