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마저 군통수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사실상 등을 돌렸다. 군은 12·3 비상계엄 사태가 계엄군의 국회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진입과 정치활동 금지 등의 포고령으로 위헌·위법 논란에 휩싸인 것은 물론 내란 행위에 해당한다는 국민적 지탄을 받게 되자 대통령이 아닌 국민의 편에 서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와 군은 국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윤 대통령이 또다시 비상계엄을 선포하더라도 따르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김선호 국방부 차관은 6일 ‘비상계엄 관련 국방부 입장’ 발표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 “국민 여러분께 우려와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 차관은 특히 “오늘 오전 일각에서 제기된 ‘2차 계엄 정황’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만약 계엄 발령에 관한 요구가 있더라도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이를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아직 군통수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2차 계엄 등 부당한 명령에는 따르지 않을 것임을 선언한 것이다.김 차관은 국회에도 이 같은 뜻을 전했다.
이와 관련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김 차관과 통화를 가졌다면서 “군부대가, 지휘관이 계엄권에 따른 명령에 따르지 말 것을 지시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대통령이 제2의 계엄을 행사하려 할 경우 실행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보 진전”이라고 말했다.
국방부가 아직 군통수권을 지닌 윤 대통령을 향한 ‘항명’으로도 비칠 수 있는 입장을 공식 발표한 것은 2차 계엄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과 공포심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이날 오전 군인권센터는 육군이 다수의 부대에 ‘전 장병 출타 정상 시행’ 지침을 내리면서 중대장 이상 지휘관들에게는 오는 8일까지 지휘관 비상소집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휴가를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육군의 이 같은 지침이 윤 대통령의 국회 탄핵 표결이 예정된 7일 이후까지 이어진다는 점에서 “2차 계엄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육군은 “육군본부 차원에서 8일까지 출타 통제 지시를 내린 바 없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군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마당에 국민적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김 차관은 이날 오후 예정에 없던 국방부 입장 발표를 통해 대통령의 2차 계엄 발령 요구가 있더라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국방부는 이 같은 입장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조율도 거치지 않았다고 한다.
이와 함께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핵심임무를 맡았던 이진우(중장)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과 곽종근(중장) 육군 특수전사령부 사령관도 2차 비상계엄 지시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 사령관은 이날 민주당의 김병주, 박선원 의원과 만나 2차 계엄이 선포될 경우 “수방사의 기본 임무는 수도 서울의 시민을 지키는 것”이라며 “불법적이고 적절치 않은 것은 절대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 사령관 역시 김 의원과 박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추가 계엄 선포 지시에 따를 것이냐는 질문에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며 “지시에 따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윤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와 수방사와 특전사의 작전상황을 직접 보고받고 챙겼다는 사실도 폭로했다.
이 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전화해 ‘(국회) 상황이 어떠냐’고 물어 굉장히 복잡하다고 보고했더니 대통령은 ‘알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곽 사령관도 707특수임무단이 이동할 때 윤 대통령이 직접 비화폰으로 전화를 걸어와 어디쯤 이동하고 있느냐고 물었다고 전했다.
군 고위 장성들이 대통령과의 통화 내역을 공개하는 것 역시 평상시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결국 군은 윤 대통령이 아직 군통수권을 지니고 있는 상황에서도 2차 계엄 가능성 만큼은 미리 선을 그은 것이다.
다만 국방부와 군의 이 같은 입장은 항명 문제와 함께 보다 중요한 안보불안 우려도 남긴다.
김 의원은 “계엄권을 포함한 대통령의 통수권에 대해 사실상 군이 항명과 탄핵을 공식적으로 한 것이나 마찬가지의 상황”이라면서 “남북 간 특별한 안보상황이 발생할 경우 어떤 명령을 따라야 하는가가 불분명해지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대통령의 계엄권이 행사되더라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국가의 군 지휘권에 심각한 혼선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면서 “군통수권을 대통령이 가진 상황을 최대한 빨리 직무정지시키는 것 외에는 국정을 안정화시키고 정상화시킬 방법이 없다”며 조속한 탄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차관은 이날 발표에서 “현재 군은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한 가운데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본연의 임무에 매진하면서 국민의 안전과 평온한 일상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사제휴=미주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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