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대학(UW) 한국학의 대부로 2년전 타계한 제임스 팔레 교수 제자인 김선주씨가 하버드대에서 한인 최초로 인문학 분야의 종신교수가 되는 영광을 누렸다.
연세대 사학과 80학번인 그는 대학 졸업 후 결혼하자마자 남편을 따라 85년 미국 이민을 가는 바람에 역사학도의 꿈을 접어야 했다. UW 잭슨스쿨(국제학 대학원)에 들어가기까지 햄버거 가게 종업원, 세탁소 잡부, 청소부, 은행 사무원 등을 전전하며 4년을 보냈다고 한다.
미 군정 당시 문관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은 고(故) 에드워드 와그너 교수가 1958년 종신교수가 돼 한국사 강좌가 처음 개설된 지 꼭 50년 만에 한인 교수로서 그의 뒤를 이은 셈이다. 하버드대 사람들은 와그너 교수에게 역사를 배운 제임스 팔레 교수의 제자가 바로 김 교수라며, 그를 '와그너의 학문적인 손녀딸'이라고 부른다.
지난 2000년 UW에서 한국학 박사학위를 받은 김 교수는 "미국 내에 한국 전근대사를 연구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 쉽게 종신교수가 된 것뿐"이라고 겸손해 하고 있으나 하버드대에서 종신교수 자리는 1년이라는 기나긴 검토 과정 끝에 결정된다. 몇 단계를 거치는 심사는 하버드대의 한국학과는 물론 다른 학과 교수뿐 아니라 미국 내 한국학 종신교수들로부터 단 1표라도 반대가 있으면 성사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엄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허드렛일을 하며 아시아계 여성으로서 미국 내 백인들로부터 직간접으로 받았거나 느껴온 차별이 공교롭게도 그의 연구 업적인 조선시대 평안북도 지방의 차별에 대한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그가 요즘 진행 중인 연구는 이 북서 지역을 발전시키려 노력했으면서도 관직에 오르지 못한 조선시대 선비 이시앙에 집중되고 있다. 주제는 역시 '차별'이다.
김교수는 최근 한국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차별'에 유난히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80년 광주민주화 운동 당시 적극적으로 데모에 가담하지 않았지만 그 시대를 함께 살아간 젊은이로서 차별의 아픔이 가슴 속에 많이 남아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것이 미국 생활에서도 계속 살아남아 있었고요"라고 밝혔다.
김교수는 90년대 초 이후 국제교류재단을 통한 지원이 활성화돼 미 대학에 한국학 강의가 속속 도입되고 있지만 좀 더 조직적이고 적극적인 한국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하고 "얼마 전 불거진 독도 표기 건만 해도 일이 터질 때만 들고 일어설 것이 아니라 평소에 차분하게 홍보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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