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상화폐 자동입출금기(ATM)을 이용한 사기 피해가 급증하면서 워싱턴주에서도 관련 기기를 전면 금지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노년층을 겨냥한 범죄가 잇따르면서 한인 시니어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7일 코모4뉴스에 따르면 연방수사국(FBI)에 접수된 지난해 가상화폐 ATM 관련 사기 신고는 1만3,400건을 넘어 전년보다 23% 증가했다. 신고된 피해액은 3억8,900만달러로 58% 급증했다.
미국소비자연맹(CFA)은 신고되지 않은 피해까지 포함하면 실제 손실 규모가 약 27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가상화폐 ATM은 현금을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로 전환해 송금하는 기기로, 미국 전역의 편의점과 주유소, 슈퍼마켓 등에 2만대 이상 설치돼 있다.
사기범들은 경찰이나 국세청(IRS), 은행 직원을 사칭해 체포 가능성이나 계좌 위험을 경고한 뒤 피해자에게 현금을 인출해 가상화폐 ATM으로 송금하도록 유도한다. 가상화폐는 송금이 빠르고 거래를 되돌리기 어려워 피해금을 회수하기가 매우 어렵다.
실제로 워싱턴주 올림피아에 거주하는 70대 은퇴 여성 엘렌(가명)은 배심원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체포영장이 발부됐다는 전화를 받고 사기범들에게 1만7,500달러를 송금했다.
범인들은 경찰관을 사칭하며 사회보장번호가 포함된 가짜 법원 서류까지 보내 피해자를 속였다. 엘렌은 은행에서 현금 1만5,000달러를 인출해 가상화폐 ATM으로 송금했고, 다음 날에도 2,500달러를 추가로 보냈다.
사흘째 또다시 돈을 인출하려던 엘렌은 은행 직원이 수상한 거래를 감지하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피해가 확산하자 미국 30개 주가 가상화폐 ATM 관련 규제법을 도입했다. 올해 인디애나·미네소타·테네시·버몬트 등 4개 주는 기기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워싱턴주에서도 스포켄·케네윅·아나코테스·라코너 등 일부 도시가 이미 가상화폐 ATM을 금지했다.
미국은퇴자협회(AARP) 워싱턴지부는 내년 주의회 회기에서 주 전역의 가상화폐 ATM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50세 이상 워싱턴주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68%가 전면 금지에 찬성했다.
소비자 보호 전문가들은 경찰이나 정부기관이 체포를 피하거나 벌금을 납부하기 위해 가상화폐 ATM으로 돈을 보내라고 요구하는 일은 없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낯선 사람이 전화로 긴급 송금을 요구할 경우 즉시 통화를 끊고 해당 기관의 공식 전화번호로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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