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반부패 단체의 조사로, 크림반도 흑해 연안을 내려다보는 절벽 위에 자리한 초호화 ‘비밀 궁전’의 내부가 공개됐다고 영국 더타임스가 30일 보도했다. 이 부동산은 9천만 파운드(약 1억1천만 달러) 이상을 들여 리모델링된 뒤 블라디미르 푸틴에게 제공됐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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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림반도 흑해 연안을 내려다보는 절벽 위에 자리한 푸틴의 초호화 ‘비밀 궁전’ (FBK) |
더타임스에 따르면 이 궁전은 크림반도 남단 케이프 아야에 위치해 흑해를 조망한다. 헬기장과 전용 산책로, 선착장, 인공 백사장까지 갖춘 이 부지는 개인 의료센터와 스파, 극저온 치료실(영하 110도까지 냉각), 실내 수영장, 금도금 욕실 설비 등으로 꾸며졌다고 한다. 최신 독일·핀란드산 의료 장비가 설치된 수술실급 의료 공간도 포함돼 있다는 설명이다.
러시아 반부패 단체 반부패재단(FBK)는 입수한 사진과 설계도를 근거로 “호화로움이 메스꺼울 정도”라고 평가했다. 공개 자료에 따르면 대통령 침실로 지목된 공간은 약 2,600제곱피트(약 241㎡) 규모이며, 욕실만 538제곱피트에 달한다. 금빛 손잡이를 잡고 ‘황금 자쿠지’에 올라 TV를 시청할 수 있도록 설계됐고, 욕실 설비 비용만 2만8,330파운드로 흑해 휴양지 소치의 원룸 한 채 값과 맞먹는다고 주장했다.
이 건물은 원래 친러 성향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 빅토르 야누코비치를 위해 지어졌으나,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푸틴과 가까운 코발추크 형제에게 소유권이 넘어갔고, 이후 대대적 개보수를 거쳐 푸틴에게 제공됐다는 설명이다. 야누코비치는 현재 러시아에 망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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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틴의 흑해 궁전에 설치된 금 도금 욕실 (FBK) |
FBK는 “주거 공간마다 극저온 치료실을 고집하는 인물은 사실상 한 사람뿐”이라며, 푸틴이 이 시설에서 회춘·재생 시술을 받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FBK는 고(故)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창립한 단체다.
크렘린은 이번 보고서에 대해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2021년 FBK가 러시아 흑해 연안 겔렌지크의 또 다른 ‘푸틴 궁전’을 폭로했을 당시, 크렘린은 소유 사실을 부인했지만 영상 공개 이후 러시아 전역에서 항의 시위가 확산된 바 있다.
FBK는 “한 사람에게 궁전이 몇 채나 필요한가”라고 반문하며, 국가 권력과 사치의 결합이 낳은 상징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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