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117년 만에 기록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유럽 전역에서도 6월부터 기온이 섭씨 40도를 넘기며 뜨거운 여름이 길어지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 지난 일주일여간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2300명으로 집계됐다.
영국 가디언은 8일(현지시간) 다국적 기후 연구단체인 ‘세계기상귀속(WWA)’을 인용해 “지난 6월 23일부터 7월 2일까지 9일간 유럽 전역의 기온 상승 여파로 12개 주요 도시에서 약 2300명이 고온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이 단체의 과학자들은 2300명의 사망자 가운데 절반 이상인 1500명이 기후 변화로 인한 기온이 상승하면서 목숨을 잃었다면서, 사망자 수를 3배 증가시켰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스페인 마드리드, 이탈리아 로마 등 도시들의 폭염 사망률을 전염병 모델을 통해 추산했고, 이를 화석연료를 태우지 않았거나 자연을 파괴하지 않은 가상의 세계와 비교했다.
도시별로는 이탈리아 밀라노가 가장 많은 사망자(499명)를 기록했으며, 이 중 317명이 이상 기온으로 인한 영향인 것으로 분석됐다. 밀라노를 이어 파리와 바르셀로나가 뒤를 이었고, 런던은 총 273명의 폭염 사망자 중 171명이 기후 변화로 인한 것으로 추정됐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88%가 65세 이상 고령층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폭염이 산불이나 폭풍처럼 명확한 피해 흔적을 남기지 않기 때문에 과소평가되는 부분이 있다고 짚었다.
기후 과학자인 벤 클라크는 “폭염은 파괴의 흔적을 남기지 않지만, 그 영향은 조용하고 치명적”이라며 “단 2~3도만 상승해도 수천명의 생사가 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기후 위기는 일부 도시의 기온을 최대 4도까지 높였으며, 이로 인해 1500명의 추가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분석됐다. 이는 화석연료 오염이 악화시킨 2021년 북서유럽 홍수 사태 당시 사망자(243명)나 지난해 스페인에서 발생한 홍수로 인한 사망자(224명)보다 많다.
연구진은 유럽에서 매년 약 4만4000명이 폭염으로 사망하고 있는데, 단 12개 도시에서만 집계한 이번 폭염으로 2300명의 사망자가 나온 것은 올 여름이 특히 위험할 수 있다는 신호라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 감시 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C3S)는 지난 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달 지구 표면의 평균 기온이 섭씨 16.46도로 역대 5월 중 세 번째로 더웠다고 밝혔다. 지난달 밤 기온 역시 20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아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기 어려운 ‘열대야’ 기간이 크게 증가했다고 C3S는 짚었다.
유럽의 폭염은 지난 6월부터 시작됐다. 지난달 29일 스페인 일부 지역에서는 46.6도를 찍었다. 또 지난 8일 그리스는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고대 신전이 있는 유명 관광지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의 관광객 출입을 금지했다. 관광객이 폭염으로 쓰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아크로폴리스는 그늘이 없는 바위 언덕 꼭대기에 있어 체감 온도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이날 그리스의 전국 최고기온은 42도, 수도 아테네는 38도까지 치솟았다.
한편 한국에서도 기록적인 폭염으로 사망자가 이전보다 늘어나고 있다.
9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돼 유지 중이다. 전날 오후 3시께 서울(종로구 서울기상관측소 기준) 기온은 37.7도까지 올랐다. 서울에서 근대적인 기상관측을 시작한 1908년 이후로 7월 상순(1∼10일) 기준 기온으로는 최고치다.
이날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신고현황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7월 7일까지 통계에 참여한 전국 500여개 의료기관 응급실을 찾은 온열질환자는 961명으로 집계돼, 478명이었던 지난해 동기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온열질환으로 인한 추정 사망자 역시 7명으로 집계돼 지난해(3명)보다 두 배 더 늘었다.(기사제휴=미주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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