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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11/06  조이시애틀뉴스
최경순 "참여한 저자 모두가 주인공입니다"


미주 한인 이민 120주년을 기념하여 역사적으로 기념비가 될만한 책이 출간되었다. 미주 한인 이민 120주년 기념 출판위원회가 지난 7월말 발간한 '미주 한인 동포사회의 발전과 도전 1903-2023'은 외형부터 압도적인 중량감을 과시한다. 워싱턴주를 포함한 미주 한인사회 이민사를 집대성한 책으로 총6장, 표지 포함 492페이지의 호화 양장본으로 출간됐다.
이 책은 역사와 현황을 고루 아우른 내용으로 미주 한인 이민 사회를 통시적이고, 공시적으로 자세히 소개하고 있으며 방대한 자료와 사진, 각계 명사들의 글은 미국 내 각 대학 한국학에서 참고자료로도 사용할 수 있다. 이 책의 책임 편집장인 최경순 씨는 영국 왕립예술학교 (Royal College of Art)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디자인 전문가로 수준 높은 한인 이민사 기록물이 탄생하는게 크게 기여했다. 조이시애틀뉴스가 최경순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 책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들어봤다. 

- 우선 본인의 배경을 소개해주신다면.

"영국 왕립예술학교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했고 영국 정부기관인 예술ㆍ인문연구지원회의(Arts and Humanities Research Council)의 장학금을 받아 런던 킹스턴대학에서 색채심리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 미국에는 언제 오셨는지 그리고 그동안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

"2011년에 로켓 과학자인 남편의 직장 관계로 미국에 왔고 2019년부터 시애틀에 거주하고 있다. 2020년에 시애틀 다운타운에 있는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의 출판 자문위원 중 한명으로 연감 제작에 참여했고 이 인연으로 이 기관의 뉴 브랜딩 작업까지 진행했다. 2021년에는 미주 한인 서북미 연합회 발간 '미주한인회 동포사회의 발전과 도전'의 편집과 디자인을 맡아서 진행했다. 그리고 이 책을 만든 인연으로 작년에 새로 추진하는 미주 한인 이민120주년 기념 발간작업에 참여해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당시에는 여러 사정으로 고사했는데 올해초 이상규 회장님이 다시 연락하셔서 4월초까지 진행 정도에 대해 설명하시면서 발간작업의 참여를 거듭 권유하셔서 책임 편집을 맡게 되었다. 4월초 이상규 회장님으로부터 선행작업이 부분적으로 진행된 컨텐츠들을 전달받았는데 이 인터뷰를 위해 확인해 보니 당시 건네받은 컨텐츠량은 최종 발간된 볼륨의 절반이 채 안되는 양이었다. 추가적인 자료 수집과 함께 방대한 컨텐츠를 정리하고 질적으로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 단기간에 상당한 작업을 마치셨는데.

"사실 너무 힘들었다. 4월초에 건네받은 원고는 대부분 서북미 지역 위주의 모음집 형식의 원고들이었다. 미주 한인 이민 120주년 기념 발간 취지에 맞게 이민 역사와 한인사회 현황을 고루 아우르는 이민사 기록물로 발전시키면 좋겠다는 건의를 했다. 이상규 회장님께서도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원고 청탁과 수집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하셨다.  또한 초판과 비슷한 볼륨과 크기의 책으로 알고 시작했으나 초판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면 책의 포맷을 바꾸는게 좋을것 같아 판형을 키웠고 미주 한인 이민120주년 기념 발간 취지를 강조하기 위해 이민사 자료들을 검토해서 추가하기 시작했다. 

이민사 원고들 중 가장 마음에 와 닿은 것이 '한국인으로, 미국시민으로, 세계인으로'라는 문구로 미주 한인사회의 과거, 현재, 미래를 대변하는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되어 이 책의 시작 부분에 캐치 프레이즈로 소개했다. 발간 취지를 잘 이해하고 내가 이해한 발간 취지를 컨텐츠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잘 전달되는 책을 만들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 작업을 하는 동안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다면. 

"웨인 패터슨 교수님은 한인 초기 이민사회 연구에 가장 많이 인용되는 학자였다. 1977년에 펜실베니아대학교에서 '미국의 한인 개척자(The Korean Frontier in America)'라는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으신 후 이 분야의 많은 책과 논문을 집필하셨기에 이분의 글을 책에 포함시킨다면 한인 이민120주년을 기념하는 이민사 정리에 최선을 다했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청탁을 했으나 거절당했다. 그 이유가 궁금해서 5번 정도 더 이메일 보내면서 강연 스케줄이 많아 원고 작성할 시간이 안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내가 교수님의 연구를 동포사회에 알려서 많은 한인들이 교수님의 연구 내용도 알게되고 또 감사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더니 이분이 승낙하셨다. 서북미연합회 주관 발간사업이므로 서북미와 관련된 원고를 써주시겠다며 그동안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차의석 지사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해 주셨다. 차 지사는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 노동자로 시작해 여러 직업을 거쳤는데 독립운동자금을 지원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2년 독립유공자 훈장을 이분의 장녀가 대리 수상했다." 
 

-이 책의 내용이 국영문 혼용으로 발간됐는데.

"저자가 영문으로 글을 보내주신 경우는 편집자주와 함께 원문을 그대로 실었다. 한인 1세대와 함께 1.5세, 2세대까지 부분적으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 책의 내용 가운데 가장 애착이 가는 부분이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데니 태극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미국분인 로버트 스와트아웃 교수님께서 미국인 가정의 서랍장에  보관되어 있던 데니 태극기와의 만남부터 이 태극기가 미국 한 가정의 서랍장에 보관될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박물관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소개되어야 할 유물이라며5년에 걸쳐 한국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노력하신 과정을 소개해주신 글이다. 현재는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고 보물로도 지정되었다. 

이와 함께 2021년 초판 작업 당시 처음 접했던 캘리포니아 윌로우스 한인 비행학교에 관한 내용도 상당히 감명적이었다. 1920-21년 사이 독립신문과 신한민보에 소개된 학교에 관한 많은 기사들을 읽으며 이민 선조들의 독립을 위해 했던 노력을 널리 알려야한다고 생각했다. 내용을 보면 이 학교는 비행술과 통신술을 함께 가르쳤는데 학교 설립 취지가 지상전이나 해상전으로는 적(일본)에 대항하여 이기기 힘드니 소수정예의 전투비행사를 양성하여 독립을 꾀하고자 윌로우스 지역에 비행학교를 설립, 비행사를 양성했다고 보도되었다."

- 편집 작업을 하면서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다면. 

"모든 원고 각각의 특징을 잘 살려 다양하면서도 조화롭게 편집하려고 노력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 참여하신 모든 저자들이 주인공이며 동포사회 ‘우리의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모든 글의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내가 이해한 내용을 독자들은 더욱 쉽게 글의 내용을 따라갈 수 있도록 시각적인 볼거리와 함께 편집 방법 또는 디자인적인 요소들을 적절히 활용하였다. 앞으로 미주이민 130주년 또는 200주년 기념 책자를 만들때 이 책이 좋은 자료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모든 컨텐츠를 교정은 물론이고 교열, 윤문 작업이 가능한 인력의 도움을 받아 다듬고 또 다듬는 과정을 거쳤다. 

좋은 자료로 그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정성적인 데이터와 정량적인 데이터의 균형이 잘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상규 회장님이 모아 주신 많은 자료들을 보강 작업을 더하여 컨텐츠들이 다양하고 풍부하면서도 시각적으로도 서로간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애썼다. 재외동포 현황의 경우도 보도자료에 한줄의 설명으로만 나가기에는 아쉬운 것이 외교부에서 발표한 재외동포 현황 취합본 363페이지짜리 PDF 파일을 넘겨 받아 내용 중 미국 관련 데이터만 주별로 골라서 총 8페이지에 걸쳐서 미주 한인들에게 필요한 내용만 수록했다. 재외동포 현황의 예처럼 단순 작업이지만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던 페이지들도 있고, 사실관계 확인하느라 시간이 걸렸던 페이지들도 있고, 원고량 축소, 조정하느라 핑퐁 게임했던 페이지 등 492 페이지는 혼자서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일이었다. 원고 보강을 요청하는 과정 또한 쉽지 않았다."

- 지난 7월말에 출간됐는데 한인 이민사를 기록한 귀중한 책자를 만드신 감회는. 

"4월초에 시작해서 정확히는 석달 6일만에 인쇄 원고를 인쇄소에 넘겼다. 단기간 이 정도 볼륨의 책을 만들면서 체력적인 어려움 못지않게 마음 고생도 많아서 이 일을 맡았던걸 한동안 많이 후회했다. 그러나 충분한 휴식 후 깨달은 것이 이 모든 과정이 내 자신을 더욱 성장시켰다는 점이다. 이 책에 수록된 모든 내용을 가장 가까이서 그리고 가장 자세히 들여다 보고 추가 원고 청탁과 많은 자료 보강을 통해 책의 질적, 양적 완성도를 높였다는 자부심도 있다. 초기 원고를 받아보고 서북미 지역 위주의 모음집 형식으로 책이 발간되는 것 보다는 이민사 기록물로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같은 의견을 피력해 반영했다. 

가장 자랑스러운 부분은 많은 노력으로 역사적인 내용과 한인사회 현황을 통시적이고 공시적인 관점에서 자세하게 소개한 책이 내 손을 거쳐 처음 나왔다는 점이다. 이상규 회장님은 이 책을 통해서 포용과 화합을 강조하고자 하셨고 그 뜻에 따라 참여하는 모든 분들이 윈윈할 수 있는 기회를 편집을 통해 드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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