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마지막 일요일 외출을 했는데 갑자기 눈이 많이 내렸다. 바닥에 내리자마자 녹은 눈은 어느새 겨울나무 가지에 쌓여 한 두 시간 지나 돌연 회색 빛 거리에 은세계를 이루었다. 너무 어둡기 전에 집에 돌아 가야겠다 싶어 서둘러 마을버스에 올랐다.
집 앞에서 내리는 데 등 뒤에서 한 가족인 듯한 남자가 7세쯤 된 아이를 향해서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 가야 슈퍼맨 볼 수 있단다!’ 웃음이 났다. 사실 나도 같은 시간에 다른 방송국에서 하는, 요즘 신나는 가왕, ‘우리동네 음악대장’ 이 뽑혀서 기대감에 가득 찬 인기 음악예능방송 ‘복면가왕’을 보려고 이왕 시간 맞춰 귀가하고 있던 중이었던 것이다.
한 가족이 살아도 같은 시간 집집마다 보는 프로가 다르다. 어떤 집은 어머니는 종일뉴스와 퀴즈, 전국노래자랑을 좋아하고 아버지는 정치대담프로나 디스커버리 채널 혹은 코메디 프로를 즐겨보는 데 딸은 엉뚱하게 스포츠나 다양한 토크쇼프로를 좋아한다.
그들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예의상 친목상 거실에서 같은 TV 한 프로를 보고 있다가 채널권을 가진 사람을 남겨 두고 슬그머니 한 명씩 같은 시간 자기가 좋아하는 방송을 보기 위해 자기 방으로 사라진다. 좋아하는 프로를 놓치지 않고 홈에서 편한 자세로 보는 즐거움은 생각보다 몸이 빨리 알아챈다. 그래서 가족끼리 단란해도 그 각자의 즐거움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요즈음 나에게 이런 위로와 즐거움을 주는 프로가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복면가왕’, 그리고 ‘내 친구집은 어디인가’라는 3개의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방송을 놓치면 나중에 재방송을 보기도 하고 본 것을 또 보기도 한다. 프로도 생명체 같아서 어느 때는 유난히 재미있기도 하고 한동안은 좀 덜하기도 하는 데 요즈음 복면가왕이 프로의 전성기 인 듯 재미있게 돌아가고 있다.
이 프로는 두 사람의 출연자가 얼굴을 복면으로 가리고 노래를 부른 후 판정단들이 한번 더 듣고 싶은 출연자를 선택해서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패자는 복면을 벗어 정체를 드러내고 승자는 복면을 쓰고 다른 승자와 다시 겨루어 가왕도전을 계속하게 된다.
오늘은 복면을 쓴 출연자 중의 한 명이 프로그램 최초로 외국인으로 밝혀졌다. 그는 락그룹 스틸하트(Steelheart)의 보컬인 밀젠코 마티예비치(Michael Matijevic)로 밝혀졌다. 한국가사로 노래를 불러야 했던 그는 가왕후보까지는 올라가지 못하고 3라운드에서 복면을 벗고 자기를 소개했다.
그는 이 프로에 출연하기 위해 한국어를 4개월 간 연습을 했다고 하는데 어색한 한국어 발음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가창력과 무대메너로 한국관중들을 매료시켰다. 그는 즉석에서 팬들의 요청에 응해서 스틸하트의 1990년 데뷔곡이며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팝송 중의 하나인 '쉬스 곤(She’s gone)’을 성심을 다해 불러 주었다.
노래방 어디선가 오늘도 밤새도록 들리는 듯한 절절한 음성의 애절한 그 가사 ‘쉬스 곤’. 한국의 관객들은 유명외국가수가 한국프로에 나와서 한국인이 만든 판에 자신을 맞추고 참여해준 그에게 놀라워 하며 그의 노래를 함께 불렀으며 함께 소리와 소통을 즐겼다. 그런데 밀젠코씨 She’s gone이 She is gone이예요 She has gone이예요?
기사/사진=신순영 조이시애틀뉴스 서울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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