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벨뷰의 한 병원 침대 위에 수갑이 채워진 채 누워 있던 조지 이니스(87)는 경찰에 “휴스턴에 있었다” “범인들을 쫓다 다쳤다” “총에 맞았다” 또는 “사고가 났다”고 말했지만, 그날의 현실은 달랐다. 그는 결혼한 지 60년이 넘은 아내 바버라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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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한 지 60년 넘게 지낸 조지 이니스와 바바라 이니스의 날짜가 없는 사진. (가족 제공) |
이니스는 치매를 앓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어떤 행위를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경찰은 그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이니스 역시 부상을 입었다. 사건의 정황은 명확했지만, 수사관이나 검찰, 가족은 ‘치매 환자가 살인을 저질렀을 때, 정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마주했다.
FBI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은 전체 체포자의 2%도 채 되지 않는다. 이 중에서도 치매 환자가 연루된 범죄는 극히 드물다. 이니스 사건은 미국 사회가 아직 충분히 다루지 못한 문제, 즉 급격히 고령화되는 사회에서 치매 환자의 범죄와 사법 체계의 대응 문제를 보여준다.
이니스 부부의 사위는 “우리가 조지를 용서한다는 건 아니다”라며 “다만 그가 존엄하게 대우받고, 치매 환자가 필요로 하는 지원을 받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 과정은 싸움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이니스와 부인 바버라는 1950년대 텍사스 오스틴 대학 생물학 강의실에서 처음 만났다. 이니스는 하버드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은 수학자였고, 흑백 논리와 철저한 사고방식의 소유자였다. 딸은 그를 ‘스타트렉의 스팍(Spock)’ 같다고 묘사했다.
반면 바버라는 파티를 즐기고 누구와도 쉽게 어울리는 사교적 성격이었다. 그녀는 역사 다큐멘터리와 미식축구팀 시애틀 시혹스의 팬이었다. 두 사람은 자녀들과 함께 여러 주를 옮겨 다니며 삶을 꾸려갔다.
이들 부부는 2015년 워싱턴주로 이주했다. 그러나 바버라는 잇따른 수술과 낙상으로 휠체어 생활을 시작했고, 남편은 돌봄 역할을 맡았다. 가족은 “아버지는 어머니가 평생 자신을 돌봐줬다고 생각했고, 이제는 자신이 보답할 차례라고 여겼다”고 전했다.
2017년 무렵부터 이니스는 이상 증세를 보였다. 신호등을 무시하고 운전하거나 길을 잃었고, 고난도 스도쿠를 풀지 못했다. 철학 동호회를 그만두고 가계 재정을 관리할 수 없게 되자 좌절했다. 가족은 “천재 수학자에게 ‘머리’는 모든 것이었는데, 그것을 잃어가며 괴로워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2021년에 치매 진단을 받았다. 2024년 여름, 이니스는 복시 증세로 병원에서 자신이 ‘멕시코만의 배에 있다’고 믿었고, 집을 나섰다가 블랙베리 덤불에 빠져 온몸에 상처를 입은 채 경찰에 발견되기도 했다.
결국 가족은 벨뷰의 한 고급 요양 시설로 부부를 옮기려 했고, 남편은 치매 전문 부서에서, 아내는 아파트에서 생활하게 하자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바버라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말 이들 부부가 요양원에 입주한지 일주일 후, 바바라는 사망했다.
벨뷰 경찰 보고서에 따르면 그들은 12월 2일 늦은 아침 식사를 했고, 선라이즈에 있는 새 집에 대해 흥분한 것 같았다. 바바라와 한 직원은 점심 시간에 이야기를 나눴고, 이니스는 부시 부부와 같은 자신과 아내의 이름에 대해 농담을 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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