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원 회의 때 사정사정해서 이슈로만들고 다른 직원들 동의 얻어서 자기 순서도 아닌데 겨우 힘들게 아파트 얻어주었는데 뭐라구? 라고 말하고싶은심정이 드는 것은 어쩔수가 없었다.
그런데 000의 애기를 다들어보고 뒤로 돌아서 사무실로 돌아오는 내내 000의 입장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래 거의 평생을 길거리를 집삼아 살아왔는데 그리고 그곳에 친구도 있고 가까운 사람들도 있는데 아파트가 따뜻하고 비도 피할 수가 있지만 아무도 없는 곳에 혼자 있으려니 외로왔겠구나?
그래! 맞아 00에게는 거리의 친구들이 가족이고 형제고 그곳이 가정인거지! 그래! 아무리 등따습고 비를 피할 수 있더라도 주위를 둘러보면 아무도 없는 자기만의 방은 00에게는 너무 힘든 곳이구나!는 생각이 들게됐다.
그 이후로도 00는 길거리를 집삼아 지내고 자기의 아파트에는 거의 들어가지를 않아서 결국엔 아파트를 반납하고 다시 거리로 나가버렸다. 아무리 내가 애를 쓰고 마련해주려고 하여도 본인이 불편해하니 어쩔도리가 없었다.
마찬가지이다. 우리고객들이 지금머무는 곳이 호텔인데도 이들은 이호텔안이 창살 없는 감옥인 것이다. 나는 오늘 만난 내 고객을 호텔 밭으로 데리고 나가며 문앞을 지키고있는 가드에게 부탁을 했다. 지금 00하고 내가 이 주위를 몇블락 걷고 올테니 이따가 보자구!
내 고객은 오늘도 검은 쓰레기봉투를 반으로 찢어서 망또처럼 웃옷으로 해입고 아래는 여름치마를 걸치고 신발은 짝재기로 한쪽은 샌달에 한쪽은 운동화를 신고 나와 함께 호텔 주변거리를 몇번씩 돌다가 돌아왔다.
오늘따라 내 속이 불편해서 많이는 걷지 못하고 2블럭 정도를 반복해서 20분 정도 걷고는 그 근처 잡화가게에서 드링크를 하나 사주고는 다시 내 고객을 호텔로 안내해 주고 차를 퀸앤 으로 몰았다.
퀸앤 00에는 나이 먹은 고객이 00쎈터에서 간암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그곳은 환자를 코로나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방문이 허용이 되지않지만 내 고객 0가 가족들의 방문도 없이(가족들도 거의 홈리스) 혼자 지내며 의기소침해 있는터라 이 프로그램 매니저인 내 미국친구에게 부탁을 해서 문밖에서 유리문 너머로 서로 얼굴만보고 종이로 글을 써서 대화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해서….
나는 퀸앤으로 가기 전 내 고객이 가장 좋아하는 감자칩 커다란 백하나와 오렌지 8개 정도를 사가지고는 일단 작은 문으로 감자칩과 오렌지를 넘겨주고는 얼마 후에 휠체어에 앉은 내 고객 0가 혼자서 휠체어를 밀면서 백지장 같은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띄고 나를 만나러 유리문 앞으로 나왔다.
물론 내 고객 뒤로는 간호원이 뒤를 따르고.. 나와 0는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활짝 웃으며 팔모양으로 허그도 하고 준비해간 매직으로 글을 써서 어떻게 지내는가? 아픈 것은 어떤가? 여기서 나오는 음식은 괜찮은가? 요즈음 기분은 어떤가? 등등에 대해서 옆에 지키고 있는 간호원의 도움을 받아가며 서로 소통을 하는데 0가 얘기를 한다. 잘지내고 있는데 또 언제 올꺼냐고?
글쎄 내가 매달 한번씩은 올 수 있을것 같은데 라고 대답을 하자 0는 고개를 잠시 숙이더니 레지나 좀더 자주 올수가 없을까? 라고 애원하듯이 부탁을 한다. 나는 자주오고 싶은데 시간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데 라고 말을 얼버무리자 레지나 내가 얼마나 살까? 라고 물어본다.
나는 잠시 0의 뒤에 있는 간호원을 바라보면서 아니, 왜 그런말을 하지? 라고 물어보니 요즈음은 간질 증세가 너무 자주 발작이오고 배에 수박크기만치 차있는 물이 잘 안빠지는데 아픈 것을 못느끼니 아무래도 이곳에서 내게 진통제를 놓아주는듯 하다며…
그래서 0에게 물었다. 너는 통증을 견딜 수 없으니 아마도 통증을 줄이려고 그런것 같은데? 0는 나를 바라보더니 레지나 나 죽는게 무서워! 음 그렇구나! 그래! 그리고는 뭐라고 할말이 없어서 그냥 가만히 0를 쳐다보는데 0의 눈에 눈물이 흘러내린다.
0가 얘기를 한다. 레지나 내가 죽으면 어디로 갈까? 천국이 있다는데 내가 천국을 갈수 있을까? 라고 혼자서 대답을 한다. 아니야! 나는 너무나 나쁘게 살아와서 천국엔 못갈꺼야 그렇치?
내가 감옥엘 13살부터 들락날락 하면서 70살까지 감옥에 들락거렸는데 나 같은 사람이 천국엘 갈수 있을까?
나는 서로 글을 써서 글로 얘기중이라 더 자세히 쓰지를 못하고 마음속으로 이곳에 상주하고 있는 원목(Chaflen)에게 특별한 부탁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후 화제를 돌려 내가 사가지고온 감자칩에 대해서 말을 하니 00가 금새 화제를 바뀌어서 나에게 얘기를 한다. 레지나 저 감자칩이면 내가 한참을 먹을꺼야!
자기는 돈이 없어서 못사먹는데 이웃 방의 환자들하고 잘 나누어 먹는 0에게 내가 사준 감자칩 다음번에 내가 올때 까지 먹어야되니까 웬만하면 혼자 먹어야돼? 라고 부탁을하니 레지나 우리가 살면 얼마나 산다고 혼자만 먹으래! 우리방에 함께 있는 여자도 아무도 방문객이 없어 그러니 네가 사온 오렌지하고 감자칩 나누어 먹을래!
그래! 그래! 그럼 그렇게해! 0는 내가 이제는 가야겠다고 하니까. 레지나 또 언제오지? 라고 묻는다. 여기를 가도 저기를 가도 외롭고 힘든 사람들이니 내가 좀더 부지런해야 하는데 아무리 부지런해도 팬데믹 때문에 시간도 제한이 되어 있고 또 고객은 더 많아졌으니… 휴유 쉬운일이 아니다.
얼마전 오스트레일리아로 여행을 떠난 우리 젊은 남자동료 000가 팬데믹 때문에 길이 막혀서 비행기로 오지 못하다가 그곳에 머물던 중 그곳에 있는 사람을 만나 사랑에 빠져서는 아예 눌러 앉아버리면서 오스트레일리아가 미국보다도 공부하는데 비용이 적게드니 그곳에 있으면서 박사 공부를 한다음 미국에 돌아오겠다는 이메일을 보내왔다.
그리고는 이 동료가 맡고있던 고객 49명 중 우리 직원들이 더 맡아서 많이 일을 해야 하니 우리 카운셀러들은 우리가 갖고 있는 일보다도 일이 더많아지고 또 새로운 직원이 오려면 시간도 걸리고 또 요즈음은 어딜가도 재정이 충분치 않으니 우리 사무실도 직원을 더 뽑을 수는 없고 현재 카운셀러들이 고객들을 더 맡아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나는 0를 만나고 돌아오면서 어떻게 해야 이 사람들이 덜 외롭게 지낼 수 있게 하나? 라는 생각에 고민이 많아졌다.
레지나 채
소셜워커, 워싱턴가정상담소 소장
(206) 351-3108, chaelee8@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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