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여행이 떠나고 싶어지나요?’ 라는 질문에 우스갯소리로 ‘기내식이 먹고 싶을때!’ 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여행은 가는 과정이 큰 역할이다.
해외로 나가는 비행기를 타본 지도 만 10년이 넘었고, 올 여름은 가까운 대만에 가서 망고빙수라도 맛볼까 했는데, 결국 일상의 별식보다는 내면의 자극을 택하여 옛 크메르 제국(9세기 ~ 15세기)의 앙코르왓 유적지가 볼 만하다는 캄보디아로 여행지를 정했다.
편하게 따라가기만 해도 되는 패키지여행으로 결정한 후, 각 여행사의 일정들을 비교해보았다. 엇비숫한 정보들 중에 현지 민가체험에 ‘안 입는 헌 옷이나 애들 학용품’ 같은 것을 전달 할 기회가 있다는 한 줄 내용에 마음이 끌려, A여행사로 예약을 했다.
3박 5일의 짧은 여정이니 개인 짐은 거의 준비 할 것이 없었고, 남대문시장에 가서 애들 줄 공책과 색연필 등의 학용품, 그리고 약간의 장난감을 샀다. 또 시장에 마트에 가서 한글이름의 포장이 된 달콤한 스낵을 몇 상자 샀다. 그러고 보니 어느새 쇼핑백에 분량이 꽤 무거워졌다.
드디어 캄보디아의 씨엠립공항에 도착해서 한국인 가이드를 만났다. 캄보디아에서 생활하고 있는 가이드는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이 나라의 일면을 보고 편견을 가질까봐 캄보디아의 정치, 경제, 문화, 국민성에 대한 많은 보충설명을 하였다. 결론적으로 가이드는 캄보디아 관광은 휴양이 아니며 유적지탐방이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
전 일정은 가이드와 함께 전용버스로 이동하였다. 목적지였던 앙코르왓과 인근 유적지는 하루 온종일 돌아 다니면서 구경하였고 그 외에 민속촌, 박물관, 공원, 호수, 야간 팝 스트릿, 발 마사지 체험 등, 관광지와 명소들을 둘러보면서 그 사이에 한국인을 위한 맞춤형 식사와 간식과 쇼핑 등을 하였다.
한국에서의 매일 같은 일상을 잊고 툭툭이 (오토바이를 이용해 좌석을 만든 손님 운송수단)를 타기도 하고 소달구지로 전통민가를 방문하는 등 현실을 떠난 여행의 날들이 지나갔다.
가이드에게 ‘한국에서 준비해간 물품을 어디서 누구에게 주면 좋겠느냐’고 조언을 구하니, 유적지 지점마다 선물 파는 곳에 나와 있는 소년소녀 들이 낮에는 학교에서 공부하고 방과후 일을 하는 것이니 그들에게 주면 유용하다고 한다. 그 말대로 한 소녀에게 학용품을 주니까 금세 뒤에서 다른 친구들이 나와서 그런 줄 미리 알았기에 그들에게도 주고 가져온 물품들을 조촐하나마 골고루 나눠 주고 짐이 가벼워 질 수 있었다.
한 사원 창틀에 앉아 방문객들에게 팔 기념품을 쥐고 있던 한 열살 될까 보이는 아이에게 빨간색 장난감 선풍기를 선물로 주니까 옆의 아이도 금방 나타나 같은 것을 또 주니까, 둘이서 태어나서 처음 세뱃돈 받은 천진한 아이표정이 되어 기쁨의 함박웃음을 터트린다. 심장이 쏴했다.
캄보디아는 정치 경제적으로 미국의 의존도가 높은 듯 상인들 조차 캄보디아 돈인 ‘리엘’보다 미달러’를 선호 하였다.
캄보디아에 있는 동안 아무 것도 사지 않으려 했지만 막상 현지 명소들을 다니면서 기념하는 마음도 들고 순면의 재질이 싸고 좋아서 상의 몇 점을 사니 빈 쇼핑백이 다시 선물로 채워졌다. 해외여행을 동네 체육센터 가듯이 빈손으로 가볍게 한번 다녀 와보고 싶다는 개인적인 로망이 있었는데 갈 때도 선물 올 때도 선물로 결국 그 뜻을 이루지 못 한 셈이다.
캄보디아에서 돌아와서 한 1주일은 곳곳에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생각나서 식욕도 없어지고 그랬는데, 지금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그들뿐 아니라 내 안의 시무룩함을 잘 펴기 위해 좋은 것들을 많이 생각해 보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첫날 호텔현관에 새벽같이 찾아와 탁발하던 피골이 상접한 승려청년에게 왜 2달러를 시주하지 않고 왔던가 후회하며 한동안 부대꼈다.
호텔의 가구들은 이 나라가 좋은 목재가 많아서인지 참 튼튼하고 좋았다. 그래도 전기가 모자라서 전기불도 약하고 서민들이 이용하지 못하는 에어컨을 꼭 켜야 하니 좀 미안했다. 그런데 이렇게 척박한 여건 속에서 2006년에 디자이너 앙드레 킴 (1935~2010)이 사상최초로 앙코르왓에서 조명등을 밝히며 많은 아름다운 한국인 모델들과 함께 패션쇼를 열었었다. 앙코르왓을 둘러보고 나니 앙드레킴의 예술적 발상과 국제적 실천이 위대하게 느껴졌다.
신순영
조이시애틀뉴스 서울통신원
고려대 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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