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6일부터 11월 8일까지 서초동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이며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수석발레리나인 강수진의 30년 발레인생의 국내 마지막 은퇴무대가 있었다.
굳은 살 배긴 발가락과 치열한 연습으로 강철나비라는 별명을 가진 강수진은 오랜 해외활동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드물게 대중적으로 큰 인지도와 인기를 끌고 있다. 강수진의 발레리나로서의 마지막 공연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11월 06일 20:00, 11월 07일 19:00, 11월 08일 14:00 총 3회 공연 티켓 값은 R석 28만원, S석 23만원, A석 16만원, B석 10만원, 그리고 C석 5만원에 판매되었다.
이런 소식을 공연날짜가 다 되어서 알고 티켓을 검색해보니 3일 간 전 공연 좌석이 이미 매진이었다. 가격도 싸지 않은 데 다 매진이라니 의외였지만 역시 사람들이 48세 발레리나의 마지막 공연을 함께 하려는 마음이 다 비슷해서 그런 가 보다 생각했다. 강수진은 공연 전 인터뷰에서 말했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았기 때문에 후회가 없고 은퇴가 아쉽지 않으며 지금도 발레를 계속 할 수 있지만 항상 최상의 기량에서 은퇴하고 싶었다. 지금은 후배들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큰 기쁨이다."
내년 7월 22일 독일에서 은퇴공연을 남겨 놓고 있지만 강수진의 국내에서의 마지막 무대를 나는 ‘시야제한석’을 현장판매한다는 공지를 보고 마지막 공연일인 11월 08일 일요일 오후 2시 공연 전 창구에서 줄을 서서 기다린 후 C석의 반값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과연 이 좌석이 얼마나 무대를 가릴 것인가 기대 반 걱정 반 하면서 나는 3층의 한 좌석에 앉았다. 역시 무대가 다른 앞 구조에 가려서 안 보이는 부분이 있었지만 그래도 가격대비 그렇게 나쁘지는 않아서 잘 참고 볼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같은 발레가 소재였던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서 어린 빌리가 체육관 한 쪽에 숨어서 여자애들의 발레 연습장면을 지켜 보듯이 발레무대를 어딘가에 숨어서 보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작품 ‘오네긴’은 푸시킨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을 발췌 편곡하여 만든 드라마발레로서 오네긴은 남자주인공 이름이고 강수진은 그를 사랑했으나 훗날 다시 만났을 때는 떠나 보내는 여주인공인 ‘타티아나’ 역을 맡았다. 음악연주는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였는데 반주 누구지? 할 정도로 생음악다운 호흡을 보여주면서 음악과 무용 전체를 이끌어 나갔다.
작품은 무대장치나 조명이나 의상이 ‘백조의 호수’처럼 화려하거나 환상적인 것은 아니고 전체적으로 연한 핑크나 회색이 톤이어서 꽃잎들이 바람따라 소박하게 움직이는 느낌을 주었다. 내가 강수진의 은퇴발레공연을 보고 싶었던 것도 발레의 아름다움도 있지만 한 사람이 어떻게 자신을 바칠 대상을 선정하고 헌신하고 성취하고 나누며 살아갈 수 있는가 하는 것을 무대라는 엄격한 현장을 통해 직접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공연을 마치고 무대 위에서 강수진 은퇴를 기념하는 이벤트로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예술감독, 무용단, 그리고 스텦들이 모두 무대 위로 나와 줄을 서서 한 명 한 명 강수진에게 한 송이씩 꽃을 전해주고 가볍게 포옹하였다.
가식 없이 숨길 수 없이 다 드러나는 무대에서 최소한의 무대장치와 의상을 입고 2000명의 관객을 집중시킨 강수진의 공연은 한 사람의 힘이 얼마나 큰 지 새삼 확인할 수 있는 공연이었다. 그리고 그 공연은 버터 맛이 안 나고 굳이 이야기 하자면 치즈 맛이 나는 공연이었다.
문화는 충돌하고 변용하고 분리되면서 현재의 각 개인에 이르러 그 정체를 드러낸다. 느끼기도 하지만 즐길 수 있다면 좋지만 생각을 깊게 하면 문화의 정점에는 정치적 힘이 있다. 그래서 외국문물을 즐기면서 드는 생각들에는 늘 한번 더 돌아보게 하는 경계가 있다.
기사/사진=신순영 조이시애틀뉴스 서울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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