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았구나. 살았어!” “누나 왔다” 테이블 여기저기서 큰소리의 탄성이 터져나왔다. 가족들은 얼싸안거나 얼굴을 묻고 오열했다.
20일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2시간 동안 이뤄진 제20차 남북이산가족 상봉자들의 첫 만남은 울음바다 그 자체였다.
이날 오후 3시 10분께 금강산 단체상봉장에 먼저 도착한 남측 가족들은 연신 문쪽을 바라보며 북측 가족들을 기다렸다. 20여분 후 기다렸던 북측 가족들이 속속들이 상봉장에 도착하자 가족들 사이에선 “저인가?” “오셨나봐” 등의 말이 흘러나왔다.
두살때 헤어져 얼굴도 기억이 나지 않는 아버지를 만난 이정숙씨(68)는 아버지를 만나 말없이 눈시울만 붉혔다. 북에서 온 아버지 리홍종 할아버지(88)는 이날 딸과 동생인 흥옥씨(80)를 한꺼번에 만난게 감격스러운듯 입술마저 떨었다. 2살 딸은 어느새 칠순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측 상봉단 중 최고령인 김남규 할아버지(96)는 북에서 온 여동생 김남동 할머니(83)를 만났다. 김 할아버지는 귀가 잘 들리지 않았지만 동생을 보자 어깨를 두드리며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다.
남측 이산가족 389명과 북측 방문단 96가족의 만남은 지난해에 이어 20개월만으로 비교적 빨리 성사됐다.
그러나 금강산까지 오는 길은 쉽지 않았다. 이날 남한 가족 중 2명은 버스가 아닌 구급차에 실려 올 정도로 몸 상태가 나빴다.
북한에 살고있는 염진봉 할아버지(84)의 여동생인 염진례 할머니(83)는 허리디스크 증세 악화로, 북측 김형환 할아버지(83)의 여동생인 김순탁 할머니(77)는 천식 증세가 악화돼 산소마스크를 착용하고 구급차에 몸을 실었다.
나머지 이산가족들은 이날 오전 8시30분께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배웅을 받으며 16대 상봉단 버스에 나뉘어 탔고, 오후 1시 30분께 금강산에 도착했다. 시속 30km대로 움직이는 상봉단 버스 앞에는 두 대의 경찰차와 승용차가 행렬을 이끌었으며 구급차 5대가 뒤따랐다.
단체 상봉장에는 휠체어 40여 대가 준비돼 있었다. 전날 속초 집결지에선 24명이 휠체어를 이용하기로 했다. 권오희(97) 할머니는 이 휠체어를 타고 상봉장으로 향했다.
통일부와 대한적십자(한적)는 예년보다 고령자가 늘어난만큼 의료진을 지난해 12명에서 올해 20명으로, 구급차도 3대에서 5대로 늘려 준비했다. 가을 하늘만큼 마음은 가벼웠지만 체력은 세월을 이길 수 없었다.
상봉자들은 이날 단체상봉 후 저녁 7시반께부터 우리측이 주최한 환영 만찬에서 다시 만나 어색한 첫 만남에서 풀지 못한 원통한 이야기를 푼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산가족 중 80세 이상 고령자는 작년에는 52.8%였으나 올해는 53.9%로 1.1%p 늘었다. 90세 이상은 작년 11.1%(7952명)에서 올해는 11.7%(7781명)으로 고령자 비율은 늘고 숫자는 줄어드는 추세다
북한은 이날 북측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이산가족들이 소지한 아이패드 등을 일일이 검사했다. 취재진 29명의 노트북과 사진 기자의 사진도 일일이 검사했다. 시간이 지체돼 취재진들이 불만을 표하자 북측 세관원은 “법과 원칙에 따라 하는 것이지요”라고 굳은 표정으로 맞받아 냉랭한 분위기도 감돌았다.
그럼에도 남측 상봉단들의 표정은 밝았다. 이날 도착한 금강산은 가을 명칭으로 ‘풍악산’이라 불리는만큼 단풍이 곳곳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한파와 북한 돼지 구제역 발생 등으로 춥고 긴장됐던 지난해 2월 이산가족 상봉과 다른 풍경이었다.
기사=아시아투데이
<저작권자 ⓒ 조이시애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