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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5/10/21  조이시애틀뉴스
65년만에 만난 부녀 "어떤 말로도 표현안돼"


2살때 아버지와 헤어진 딸 이정숙씨(68)는 21일 북에서 온 아버지 리흥종 할아버지(88)를 전날과 달리 ‘아빠’라고 불렀다. 전날 정숙씨는 50년 동안 제사를 지내온 아버지와의 첫 상봉에서 큰 소리내 울지도 못했다.


“아빠, 지금도 그때 부르던 노래 기억나요? 노래 하실 수 있어요?”


“백마강 달밤에 물새가 울어. 잊어버린 옛날이 애달프구나…”


딸의 말이 끝나자 아버지는 ‘꿈꾸는 백마강’을 부르기 시작했다. 딸은 아버지 목소리라도 담아가고 싶어 취재진 카메라용 마이크를 아버지 입에 가까이 댔다.


아버지가 젊었을 때 자주 부르던 노래였다. 백마강은 리흥종 할아버지의 고향인 충남 예산 근처에 흐르던 강이라고 했다. 금강의 명칭이다. 어느새 왼쪽엔 딸이, 오른쪽엔 조카 이하자씨(74)가 앉아 한목소리로 따라불렀고 나머지 가족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아빠, 어떻게 가사도 다 기억해? 아빠 노래 잘하시네.” 부녀의 대화는 계속됐다. 전날 서먹해 말도 잘 못하던 68세 딸은 하룻밤만에 연신 ‘아빠’를 불렀다. 리 할아버지는 딸 입에서 엄마가 불렀다던 일본 가요 이름이 나오자, “그 노래를 알아?”라고 반문했다. 화색이 돌았지만 이내 “북에서는 그 노래하면 안돼”라고 말했다. 노래할 줄 모르던 아내의 유일한 곡이었지만 일본 가요라 북한땅에선 금지됐다. 


금강산호텔에서 진행된 점심때도 딸은 비록 단체 밥상이긴 하나 아버지를 살뜰이 챙겼다. 편안히 식사하라고 아버지 목에 노란색 냅킨을 둘렀다. 65년만에 진짜 ‘식구(食口)’가 돼 밥을 먹었다. 


“(아버지) 기분이 어떠셔?”


“이런 경사가 어딨니.” 


정숙씨는 취재진들에게 “내가 하나뿐인 딸이예요”라고 자랑스러운듯 말했다. 리 할아버지는 딸을 만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 세상 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리흥종 할아버지는 전날 환영만찬 후 갑자기 열이 오르더니 쓰러지기도 했지만 다행히 이날 아침 개별상봉과 점심상봉 장소에 나왔다. 


밥상엔 북한 특산품인 들쭉술과 평양주, 대동강 맥주가 올라왔다. 테이블 여기저기서 “위하여” “또 만나자”란 건배사가 나오며 화기애애했다. 그러나 첫 단체상봉과 환영만찬 후 소화제를 찾는 가족들이 많았다. 고령자가 많은 탓도 있었지만 가족들 대부분은 밥이 어떻게 들어가는지 모를만큼 시간이 빠듯하다고 했다. 


남북이산가족들은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금강산호텔에서 가족별로 비공개 상봉 시간을 가졌다. 남북 관계자나 취재진 없이 오붓한 만남을 가진 가족들의 표정은 후련했다.


북측의 도흥규 할아버지(85)의 조카인 이민희씨(54)는 “방안에서 이야기를 하니 확실히 편하고 좋았다”면서도 “2시간밖에 없어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준비해 온 선물을 찬찬히 설명하고 전날 다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나누자 해가 저물었다. 단체상봉이 끝난 오후 6시 30분,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기사=아시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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