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어느덧 가을의 문턱에 와 있었다.
언제까지나 푸르를것 같던 여름색이 붉게 불들기 시작하는 가을은 우리 사진사들에겐 풍경에 색을 넣어 줄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계절이다. 이 가을의 시작에서 우리는 세인트 헬렌스 산 남쪽을 감고 돌아가는 루이스강에 있는 루이스강 하단 폭포(Lower Lewis River Falls)로 가을 색을 찾아 떠나기로 했다.
이른 아침 타코마에 모인 회원들과 하루 일찍 야영지에 도착한 회원들까지 출사지로 향하는 길은 언제나 즐겁다. 비수기라 넉넉한 야영지에서 하루 전날 미리 자리를 잡고 일행을 기다리던 회원은 호수 위로 지나가는 은하수를 만나 하얀 쪽배 대신 자신의 자동차를 은하수 위에 띄워보낸다.
아침일찍 모여 열심히 달려왔지만 그래도 정오 12시를 훌쩍 넘긴 시간. 안방마님 오드리님이 준비해 주신 비빔밥을 맛나게 나눠먹고 서둘러 폭포로 향했다. 기록적인 가뭄이 폭포마저 반으로 줄여놓았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평년보다 따듯한 날씨 때문에 가을 색도 아직은 이른감이 있었다.
좀더 좋은 구도를 잡기 위해 신발과 양말까지 벗어 던지고 물속으로 들어가본다. 차가운 물이 발의 감각마져 흘려보내며 방해 했지만 멋진 폭포를 담아내려는 우리의 열정이 언 발을 녹였다.
도착한 날 오후 4시에 1차 출사를 마치고 2차 출사지인 스피릿 레이크로 향했다. 한 시간 가량 달려 도착한 포인트에 차를 세우고 하이킹을 시작했다. 화산폭발 때 죽은 나무들이 호수의 1/3을 덮고 있는 광경은 어느곳에서도 보기 힘든 장관이다. 필자에게 이번이 세번째 도전이지만 이번에도 헬렌스는 기어코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해가 지고, 아쉬움을 뒤로한 채 야영지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마지막에 따라오던 일행이 사라진 것을 뒤 늦게 발견했지만 곧 오겠지.. 하는 맘으로 우선 허기진 배를 달랬다.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일행의 행방에 우선 911에 실종신고를 했다.
날이 밝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몇몇 회원이 차로 왔던 길을 되짚어 가며 수색에 나섰다. 자정 넘게 산길을 따라 살펴 보았지만 우리의 여건으로는 무리였음을 느끼고, 야영지로 돌아와 하얀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 공원 레인저와 함께 다시 찾아 나설 때 쯤, 근처 사냥꾼들에게 길을 물어 물어 어렵게 일행이 돌아왔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 나니 하얗게 지샌 밤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듯 했다. 그래도 일행이 무사히 돌아왔음에 감사하며 근처 시더 크릭 그리스트 밀(Cedar Creek Grist Mill)에 들러 출사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남은 닭고기로 점심을 배부르게 먹고 험난했던 9월의 정출을 마무리했다.
글/사진=포토아이모션(회장 최용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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