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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urtesy Photo: TIMF Foundation |
신정 구정 치르고 고개를 들어 봄빛의 길목을 느낄 때 즈음이면 남쪽에서 윤이상 (1917~1995)의 음악제 소식이 들린다.
그때 즈음 대체로 만사가 바쁠 때라 연례적으로 아쉽게 지나치는데 올해는 3월 27일 개막공연을 신경써서 예매했다. 2002년부터 시작된 통영국제 음악제가 올해는 그의 타계 20주년을 맞아 여정을 뜻하는 프랑스어 'Voyages'를 주제로 3월 27일부터 4월 5일 까지 10일간 2014년 개관한 통영국제 음악당에서 열린다.
서울서 통영 가는 길은 기차는 없고 버스를 탄다.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 차창을 내려다보니 터미널 인근 도로변에 ‘천안함 5주기 추모’ 검정색 현수막이 걸쳐 있다. 잠시 후 달리는 차창 밖을 내다보니 산이 높은 동쪽 길이 계속된다. 가끔 보이는 개발이 비껴간 잘 정돈된 논길과 논둑 그리고 사람의 손길로 정돈된 집과 마을이 보이면 다시 한번 농경에 대한 감동이 인다.
4시간 약간 지나 통영에 도착했다. 터미널 바로 앞에 관광안내소가 있어 오늘 일정을 잡은 명소로 가는 길을 안내받고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시내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 정류소 안내판 한 쪽에는 오늘 저녁 ‘무상급식 지키기 촛불문화제’ 안내가 하얀 용지로 붙어있다.
첫 방문지로 시내버스와 택시를 갈아타고 이순신 공원에 도착했다. 바다를 향해 서있는 동상과 바다 전경에 금방 지역적 느낌이 깊어진다. 더구나 나무들도 서울과 다른 남쪽 느낌의 식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어서 인근 청마 문학관을 방문했다. 내부 전시실도 좋았지만 새로 꾸민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그의 생가의 위치, 가옥의 구조, 옛 살림 도구 들에 애착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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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urtesy Photo: TIMF Foundation |
다시 택시를 타고 윤이상 기념관으로 와서 구경을 한 후 또 택시를 타고 본 행사장인 통영국제 음악당을 향해 갔다. 의외의 교통 체증으로 인해 본 행사 5분 전에야 겨우 음악당에 도착하였다. 개막식 연주회의 레파토리는 스위스 바젤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모짜르트의 교향곡 32번, 윤이상의 바이올린 협주곡 3번, 번스타인의 교향곡 2번 연주이었다.
청중은 바젤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이 처음 무대에 등장해서 한 명 한 명 의자에 앉을 때부터 모든 연주가 끝날 때까지 환대와 너그러움을 가지고 진지한 감상 매너를 보여주었다. 연주곡 가운데 윤이상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듣던대로 서양 고전 음악의 한계를 부드러운 물로 파문을 만들면서 녹이는 듯 헤쳐나가는 신비한 소리를 스위스 오케스트라단의 깨끗하고 매끄러운 연주 음색으로 전해주었다.
돌아오는 서울행 버스는 0: 30 분 심야 버스였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늦은 시간이었지만 근처 24시간 영업하는 패스트후드점에서 간단한 간식과 음료를 시켜놓고 잠시 쉬었다. 지역상점은 모두 문을 닫은 야심한 시각. 종업원도 손님도 10대로 보이는 청소년과 학생들인데 발랄한 그들의 모습과 떠들썩한 소리가 마치 이 집이 영업집이 아니고 무슨 교내 학생회관 같으니 안전한 분위기이다.
심야버스는 낯선 사람들끼리 밤새 모르는 길을 달릴 것이지만 모두 운전기사님의 좋은 컨디션에 안전운행을 맡기고 편한 자세를 찾아 잠을 청한다. 심야라 걸리는 게 없어 빨리 도착한 것인지 새벽 4시도 되기 전에 서울에 도착했다. 서울 역시 새벽 4시 대중교통은 아직 보이지 않고 어두운 거리엔 24시간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들이 밤을 지키고 있다.
이번 짧은 통영의 여정에서는 가는 곳마다 문이 열려 있어 그냥 제재없이 여기저기 통과하고 다닌 기분이다. 일정 중 만난 관광 안내원이나 운전기사들이나 식당주인이나 전시관 관계자들 누구 나서서 정색을 하고 ‘안돼요’ 하는 식의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없었다.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닌데 나타나지는 않고 내가 어디서 왔는지 무엇 때문에 왔는지 묻는 사람보다는 내가 늘 거기에 있는 사람처럼 대해줬다고나 할까. 돌아와서 떠오르는 그 생각이 내게 특별하게 느껴졌다.
기사/사진=신순영 조이시애틀뉴스 서울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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