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평하신 신은 부유하거나 가난한 우리 모두에게 하루 24시간을 분배했다. 일생에 한 번뿐인 그 시간을 보다 가치 있게 쓰는 건 전적으로 개개인이 결정해야 할 몫이리라.
일·십·백·천·만을 생각한다. 일은 하루 한 가지 좋은 일 하기. 십은 하루 열 번 웃기. 백은 하루 백자 쓰기. 천은 하루 천 글자 읽기. 만은 하루 만보 걷기이다.
하루 한 가지 좋은 일을 하루 이틀도 아니고 계속되는 날마다 어떻게 하나. 역시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건 타인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내 정신세계를 풍요롭게 하는 지름길이다. 까마득한 옛일이 떠오른다.
학창 시절 어느 해 나는 겁 없이 1년간 날마다 한 가지씩 좋은 일을 하리라 계획을 세웠던 일이 있었다. 꼬박 1년간 파지 수집을 해서 얼마간의 돈을 만들어 그 작은 돈으로 신문배달 학생에게 학용품을 선물했다. 내 능력이 그뿐이라 아주 작은 일이었지만, 꼬박 하루도 잊지 않고 실천한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다.
또 내가 20대 초반일 때 어느 부부가 가난으로 인해 아이를 둘이나 낳고도 결혼식을 못해 원이 된다고 한다. 나는 늦은 밤까지 모금을 하고 계획해서 식장에서 제대로 된 결혼식에 폐백까지 들려줬던 기억이 있다. 그때 어머니는 놀라면서 ‘아이인 네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가 있어?’ 하셨다.
나는 그렇게 남을 돕는 일을 하며 평생 살고 싶었는데, 혼인으로 인해 직면한 현실에 충실해야 하기에 인생 궤도수정을 불가피하게 하고 말았다.
하루 열 번 웃기라. 생각보다 요원하다. 여자 웃음소리가 담장을 넘어가면 안 된다는 시절에도 그러거나 말거나 까르륵 잘 웃던 나인데 이젠 아닌 것 같다.
첫째 생활이 단순해서 웃을 일이 그리 없다. 그래도 웃어보자. 택시 승객이 갑자기 기사에게 ‘어디 가지요?’ 하니까, 기사 왈 ‘언제 탔어요?’ 했다나. 둘 다 똑같네.
하루 백자 쓰기도 실천하기가 쉬울까? 어렵지 않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그럴지도 모른다. 한 가지 방법은 신문에 낱말 가로세로 맞추기와 ‘스토구’ 난이 있다. 그것만 해도 백자는 되지 싶다. 일단 머리를 써 일거양득이란 생각이다.
하루 천자 읽기는 신문만 봐도 충분하다. 두뇌를 깨우는 책까지 본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하루 만보 걷기는 우리 건강에 직결되어 있는 아주 중요한 건강지킴이다.
누군가는 시간이 아까워서 걷지 못 한다고 한다. 시간이 아까워서 걷지 못하다가 건강을 잃으면? 어떤 사람은 ‘등산, 그거, 산에 올라가 봐야 다시 내려와야 하잖아?’ 한다더니 다시 못 올 길을 갔다.
나는 오래전 자고 나니 균형을 잃는 큰 병이 나서 커피 한잔을 못 드는 건 물론이거니와 걷지 못하게 되었다. 1년 후 집 앞 공원에 나가 길지 않은 일정거리를 한번 걸어갔다. 오는데 55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기가 막힌 아기걸음마 속도였다.
그러나 꾸준히 한 결과 이젠 55분에 그 거리를 다섯 번 갔다 오게 되었다. 꾸준히 실천한다는 건 의지력일 것이다. 아직도 정상 속도는 못돼도 혼자 걷게 되어 오늘도 만보에 도전한다.
인간의 몸은 206개의 뼈와 600개의 근육으로 구성되었다. 인간이 걸을 때 300개의 근육이 동시에 움직인다. 운동 중 가장 기본이며 몸에 보약이라는 건기운동. 걸으며 사색하며 글의 소재를 구상하니 더없이 가치 있는 일로 여긴다.
모두가 아는 듯한 위에 열거한 두뇌 깨우기와 신체단련이 말처럼 쉽지는 않더라도 반드시 해야 한다. 백 년을 살자는 것이 아니라 사는 동안 건강하게 살고 싶어서이다.
박유선
수필가, 월간 <수필 문학> 등단
미주중앙일보 중앙신인문학상 (논픽션부분) 당선
한국문인협회 회원
저서 : 수필집 '길 없는 길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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