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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어프레미아 2호기 / 제공=에어프레미아 |
신생 항공사 에어프레미아가 오는 29일 인천~LA 노선에 첫 취항을 앞두고 있다. 국적 항공사의 미주 노선 진입은 31년 만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양분해 온 LA 노선에 신생 항공사가 도전장을 낸 셈이다. 새 항공기, 넓은 좌석, 저렴한 항공권 가격을 내세운 에어프레미아가 미주 노선의 '메기'가 될 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메기 한 마리의 힘
청어는 운반 과정에서 폐사가 빈번하게 발생해 신선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생선이었다.
어느 날 노르웨이의 한 어부가 꾀를 냈다. 청어 수조에 메기를 한 마리 넣어둔 것이다. 메기를 피해 이리저리 도망치던 청어들은 육지에 도착할 때까지 살아있었다.
강한 경쟁자로 인해 활동수준이 높아져 조직 분위기가 활성화된 셈이다. 경제학 용어인 '메기효과'(catfish effect)에 담긴 의미다.
메기효과는 최근 예능프로그램 '하트시그널'과 '환승연애'에 등장했다. 촬영이 한참 진행된 후 투입된 강력한 매력을 지닌 출연자를 '메기'라고 부르면서다.
이때의 메기는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해 같은 생태계 내 다른 경쟁자들을 자극하는 현상을 뜻한다.
◇인천~LA 왕복 항공권 87만원에 파는 신생 항공사
신생 항공사 에어프레미아가 오는 29일부터 인천~LA 노선 취항에 나선다.
에어프레미아는 첫 미주 장거리 노선 취항을 기념해 왕복 87만원대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항공권을 판매 중이다.
이코노미석 기준 100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미국을 오갈 수 있다는 소식에 여행 마니아들의 반응도 뜨겁다. 원달러 환율이 1412원(7일 기준)에 육박하는 '킹달러 시국'만 아니면 당장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인천~LA 노선 이코노미석 왕복 항공권이 177만~200만원 초반대인 것을 고려하면 더더욱 매력적인 가격이다.
에어프레미아는 최신형 항공기 B787-9 드림라이너 도입, 42인치에 이르는 좌석 간격 등을 내세우고 있다. 저비용 항공사(LCC)와 달리 기내 수화물, 기내식, 기내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도 무료로 제공한다.
에어프레미아는 인천~LA 노선 취항 외에도 인천~호치민 노선을 주 4회 운항하고 있다. 인천~호치민 노선의 탑승률은 93.2%에 이른다.
금창현 에어프레미아 여객사업 본부장은 "이달 호치민, LA 등 신규 노선 취항과 함께 B787-9 드림라이너 3호기 도입도 완료할 계획"이라며 "중·단거리 해외 여행을 계획 중인 보다 많은 고객들이 에어프레미아의 프리미엄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새로운 경쟁자" LA 한인들도 환영하는 에어프레미아
대한항공은 올해 4월 미주 취항 50주년을 맞았다. 1972년 4월19일 대한항공 여객기가 LA 공항에 도착한 날, 한인들은 꽃다발을 들고 맞이했다. 처음 본 국적기에 눈물을 보인 이들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만해도 한국에서 미국을 가려면 도쿄에서 비행기를 환승해야 했다. 그랬던 미국 땅에 한국의 국적기가 도착했으니 감회가 남달랐을 것이다. 대한항공 취항 초반 연간 4만명에 불과했던 미주 노선 수송객은 300만명까지 급증했다.
이후 아시아나항공이 1991년 11월15일 김포~LA 노선을 취항했다. 지난 31년간 국적기를 타고 미국에 가려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는 100만명 이상의 한인이 거주하고 있다. 불법 체류까지 합하면 그 수는 180만명가량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마무리되면 통합 항공사가 LA 노선을 독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인들의 걱정이 컸다. 일부 LA 한인들은 에어프레미아에 투자자로 참여하는 등 관심을 보였을 정도다.
일단 LA 한인들은 한국행 선택지가 하나 더 생겼다는 점에서 반기는 분위기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분점 체제보다 가격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어서다. 지난해 200만원을 훌쩍 넘겼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인천~LA 이코노미석 항공권 가격도 이달들어 170만~190만원대로 내려왔다.
미국에 정착한지 22년 째인 A씨는 "한국에 갈 때 대한항공만 타는 이들이 주변에 대부분이고 나 역시 그렇다"면서도 "왕복 87만원을 보고 이 정도 가격 차별화라면 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합병의 전제조건도 '메기들'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미국·영국에서 이르면 다음달 승인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법무부는 이달 대한항공 임원·담당자와 인터뷰를 하고, 대한항공이 제안한 합병 이후 시정 조치 등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16일 1차 본심사에 착수한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다음달 14일까지 1차 심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각국 경쟁 당국은 대한항공 측에 통합항공사 등장 후 시장경쟁성을 유지하기 위해 신규 항공사를 제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인천~LA 노선에 도전장을 낸 에어프레미아처럼 중·장거리 노선 운항이 가능한 항공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이를 위해 동남아시아 외항사·국내 LCC(저비용항공사)와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장거리 노선 취항을 준비 중인 LCC는 티웨이항공이 대표적이다. 티웨이는 호주 시드니 취항을 조만간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중·장거리 노선에 진입하는 항공사들이 진짜 메기가 되려면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안정적인 항공기 확보, 정비 능력 제고로 고객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점이다. 불안정한 재무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아시아투데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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