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하반기부터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의 입사지원서에 신체조건이나 학력 기재, 사진 부착을 금지하는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도입한다. 정부는 이를 민간에까지 확산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평등한 기회·공정한 과정을 위한 블라인드 채용 추진방안’을 5일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달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지시한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마련됐다.
먼저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의 입사지원서·면접에서 편견이 개입될 수 있는 항목은 삭제한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은 채용 시 입사지원서에 출신지역, 가족관계, 신체적 조건(키·체중, 용모), 학력 등의 기재 요구를 할 수 없게 된다.
다만 신체적 조건·학력 등이 직무를 수행하는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예외적으로 요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특수경비직을 채용할 때 시력·건강한 신체를, 연구직을 채용할 때 논문·학위를 요구할 수 있다. 사진은 공무원 채용과 같이 응시자 모두 서류전형 없이 필기시험을 볼 수 있는 경우 확인용으로 입사지원서에 부착 요구가 가능하다.
또 지역인재 채용 확대를 위해 최종학교명을 적는 대신 최종학교의 소재지로 변경된다.
면접에서는 면접위원에게 응시자의 인적정보 제공을 금지하고 사전 교육을 통해 블라인드 면접을 실시한다.
이같은 추진방안은 332개 모든 공공기관의 경우 이달부터, 149개 모든 지방공기업은 인사 담당자의 교육을 거친 후 다음 달부터 시행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공공기관 인력운영방안’과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지표’에 반영될 예정이다.
공무원 경력 채용에도 이같은 방식이 적용된다. 공무원의 공개채용은 2005년부터 응시원서에 학력란이 폐지되고 블라인드 면접이 도입된 바 있다.
다만 중앙부처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체적으로 주관하는 경력채용에서 임의로 인적사항을 요구하는 상황이 있어 인사혁신처와 행정자치부는 ‘경력채용 부문별 표준화 방안’을 마련해 하반기 경력채용 시험부터 모든 행정기관에서 표준화된 제출서류 양식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블라인드 채용을 민간기업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다.기업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실천하기 위해 채용공고-입사지원서-필기·면접 등 채용단계별로 개선해야 할 사항을 담은 ‘기업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북’을 마련키로 했다. 또한 채용수요가 있는 400개 중견·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입사지원서 개선, 직무분석을 통한 직무기술서·면접도구 개발을 지원하는 컨설팅을 실시한다.
이번 방안에 대해 이상민 한양대 교수는 “그간 권고 수준이었던 블라인드 채용을 시스템으로 구축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며 “블라인드 채용에서는 학벌이나 성별, 출신지역을 따지지 않고 해당 직무와 관련된 교육훈련, 경험 등을 바탕으로 한 지원자의 실력을 중점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순희 경기대 교수는 “블라인드 채용은 기업에게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다. 인적사항이 주는 편견을 과감히 버리고 실력을 보는 공정한 평가에 기업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며 “이를 위해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에서도 반드시 직무기술서를 사전에 공개하고 다양한 직무체험 기회도 제공하는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방안이 민간기업의 채용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이성기 고용부 차관은 “공공기관의 선례, 경험 등을 토대로 참고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어 주면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서 가이드북을 제작하려는 것일 뿐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이라는 블라인드 채용 추진에 대한 철학들이 민간부문에 확산되길 바라는 정부의 소망이고 이러한 바람들이 구체적으로 실천되기 위해서는 민간기업들도 나름대로 노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명문대 출신이나 스펙을 준비한 사람들에 있어서 블라인드 채용이 역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데 대해서 이 차관은 “학벌이나 학교명으로 서류 심사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며 “그간 노력해왔던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실력과 역량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동등한 조건에서 실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아시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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