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린베이로 떠나는 날. 어제 낮에 High Cliff 하이킹 코스를 돌고, 저녁에는 공연으로 피곤했을 터인데 모두 일찍 일어났다. 9살 유현이까지 바쁘게 짐을 싸고, 청소를 도왔다.
커다란 카드에 모두가 감사글을 써서 식탁위에 놓자, 떠날 준비 완료. 신속하게 차를 타고, 교회 식당에 도착. 3분 늦었다. 된장국에 김치찌지, 온갖 반찬에 도너스까지. 새벽기도를 마친 시온교회 성도들이 아침을 준비해 놓은 것이다.
애플톤을 떠나는 단원들에게 한가지라도 더 먹이고 싶은 한인 성도들에게서 한국인의 정과 어머니 사랑이 느껴져 왔다. 맛있는 도너스를 사려고 새벽에 이웃도시를 갔다 온 성도 때문에 평소에 눈길도 주지 않던 도너스까지 먹었다.
그린베이 베다니 교회에 도착해 공연짐을 내리자 비서가 신문을 보여 준다. 'KOREAN MUSIC GROUP SPREADS CHRISTIAN MESSAGE' 큰 글자와 함께 샛별 '숲'공연 사진이 그린베이와 애플톤을 중심으로 주변 도시들을 대표하는 신문 첫페이지에 나왔다.
한국의 음악과 무용으로 복음을 전하겠다는 꿈을 안고 걸어 온 지난 30년 동안의 열매를 보는 듯, 눈물이 핑~ 그동안 얼마나 많은 오해와 핍박을 받았나? 당장에 내가 30년 넘게 섬기는 우리 교회에서도 얼마나 어려웠나?
애플톤에서 신문을 보고 공연을 왔다는 사람들이 바로 이 신문이었나 보다. 민박을 맡은 미국 성도들이 한 사람, 두 사람, 모여 온다.
이틀 동안 가족이 되는 성도들과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점심식사가 기다리는 필그림 회중교회로 갔다. 웨딩 교회로 이름이 나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필그림 교회의 성도들과 마크 목사님의 안내로 교제실로 들어서자 한국 선교사였던 목사님 할아버지의 사진과 유품들이 테이블 위에 전시되어 있었다. 부채, 인형, 카드... 너무나 정교하게 만들어져 한국사람들의 예술성을 보았다.
할아버지 선교사님은 1921년 새브란스 병원에 치과가 개설되면서 21년 동안 한국에서 치과의사로 살았고, 목사님 아버지는 한국에서 자라 김치를 좋아하셨단다.
수 년 전에 시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아무도 관심이 없는 한국에 대한 유품을 사모님이 가져와 새브란스병원에 기증을 했다.
얼마 전 새브란스 100주년 기념식에 가족들이 초청 받아 동생 부부가 갔다가 너무나 대접을 잘 받아 놀랐고, 한국의 놀라운 발전에 놀랐다고 한다.
정성이 가득한 점심을 함께 나누고 우리는 골동품 자동차쇼를 하는 마을을 찾아 갔다. 어디를 가도 끝 없는 평지에 옥수수 밭, 콩 밭, 풀 밭이고, 그 사이에 작은 마을이 시야로 들어 왔다.
산과 언덕의 조화, 아름다운 시애틀에 살면서 평지에 사는 사람들에게 미안하게 느꼈는데, 뜻밖에 평지가 주는 차분함, 평안함이 있었다. 온갖 옛날 차들이 모인 광장에 확성기 소리, 어린이들 떠드는 소리, 길 복판에 작은 자동차들의 경주 소리로 시끌벅적이다.
30년 전에는 길에서 가끔 볼 기회가 있던 앤틱 자동차들이 언제부터인지 볼 기회가 없었는데 영화에서나 보던 각종 앤틱 카들이 다 보였다. 단원들은 영화의 주인공이 된 듯이 차들과 포즈를 잡았다.
이어서 찾아 간 곳은 위스콘신 패커 축구팀의 램보 경기장. 시카고 다운타운과는 비교 할 수 없이 규모가 작은그린베이 다운타운에 우뚝 선 거대한 건물. 7만 8천 석이다. 미식축구 역사상 최다 우승팀이 바로 위스콘신 패커팀으로 구단주가 주민들이고 저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경기가 있는 날은 경기장으로 오거나 집에서 응원을 한단다.
도시 사이로 흐르는 Fox 강은 너무 아름다워 달력 속의 한 장면 같았다. 저녁식사 장소인 필그림교회로 다시 가자 맛있는 냄새가 우리 일행을 반기었다.
흰천으로 덮인 원형 테이블마다 꽃이 있는, 휄로쉽 룸이 멋진 식당으로 변해 있지 않나? 남자 성도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여자 성도들은 심부름을 하고 있었다. 닭 가슴살 요리를 중심으로 여러 종류의 샐러드는 정성이 가득한 엄마 음식처럼 신선해 보였다.
함께 손 잡고 돌아가며 기도하는데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를 유명한 사람? 아니면 천사로 생각하나? 나는 미안하게 많이 먹었고, 세윤이는 옥수수를 몇개째 먹고 있었다. 두고 온 시애틀 가족들이 생각나, 길가 트럭에서 팔던 위스콘신 옥수수를 떠올렸다.
대학 학장을 지내신 목사님은 2년 전에 부임해 오셨고, 크고 아름다운 교회에 손가락으로 셀 수 있는 성도가 남았으나 지금은 수십명으로 늘었단다. 성도들이 늙고, 젊은사람들은 대형교회로 떠나고 청년은 아예 없다.
그러나 이렇게 맛있는 음식으로 나그네를 대접하는 성도들이 있고, 선교 사명 투철한 목사님 부부가 있으니 교회는 생기와 희망이 넘쳤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으나 단원들을 자기 집으로 데려가기 위해 기다리는 성도들 때문에 베다니 교회로 가야 했다.
예린이와 매디슨은 30년 동안 고등학교 체육교사로 일한 Connie 할머니 집으로, 남은 여자단원들은 교회 평신도 회장인 Keith 와 Nancy 집으로, 남자 단원들 전원은 수영장이 있는 Cora 와 Bob의 집으로 신나게 따라 갔다. 시내와 조니엘 부부는 또 다른 집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 버린다. 팔려가는 것도 아닌데, 떠나는 단원들을 보면서 서운한 마음은 뭘까?
나는 지영이와 김기성 목사님 아파트로 갔다. 백인 사모님은 노르웨이에 계시고, 목사님 혼자 사는 아파트는 왜 이렇게 썰렁~
노르웨이에서 공부를 하시고 노르웨이 교회를 목회하던 목사님은 30년 전에 스탠포드 대학 교목실로 오셔서 세계에서 모인 학생들에게 복음을 전하시다가 지금은 미국교회를 목회하시고 계시는 것이다. 15년 전에 보로카에서 목회를 하실때에 샛별을 초청해 주셨고, 그때는 목사님 집이 커서 대부분의 단원들이 목사님 집에서 머물렀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을 안 먹고 교회로 갔다. 시온 교회에서 싸준 된장국, 김치찌게, 시애틀에서 가져온 온갖 반찬이 냉장고에 가득했지만 어제 너무 잘먹어서인지, 오늘 주일 예배의 중요한 공연 때문인지, 아무 생각이 없었다.
한 사람, 두 사람, 단원들이 모이기 시작하는데 모두 긴장된 얼굴에 빠른 행동들, 훈련된 모습에 성도들이 놀란다. 아침 8시 1부 예배 시작을 앞두고, 우리는 손을 잡고 마음을 모아 기도했다.
"샛별을 보내신 하나님! 오늘 우리를 써 주시고 기뻐해 주세요.'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성도들이 하나님이 샛별을 통해 하신 일을 보게 될 줄 믿습니다.!" 기도, 찬송에 이어 헌금을 드리는 시간에는 퓨젼 국악 영어 찬송을 불렀고, 목사님이 성경을 읽으신 후에 바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대부분의 성도들이 8시 1부 예배를 드린다고 해서 의아해 했는데, 곧 백인 성도들로 가득찼고, 흑인이나 아시안 성도는 없는 것 같았다. 성도들은 은혜 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고, 태초에...' 천지창조의 소리를 대변하는 공연을 할때, 우뢰와 같은 북소리와 함께 쏟아져 내리는 하나님의 은혜를 느끼는 순간이었다.
"성도 여러분, 130년 전에 미국 선교사들이 한국을 찾아와 복음을 전했는데, 지금은 한국이 미국 다음으로 세계로 선교사를 보내는 2번째 나라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이 한국에게 주신 악기와 춤으로 복음으로 전하러 나선 최초의 단체입니다. 잘하지는 못해도 하나님께서 세계를 다니게 하셨고 오늘 이 자리에 서게 하셨습니다." 단원들이 옷을 갈아입는 시간에 짧은 영어로 설명을 해야 했다.
국악기와 서양악기 반주로 '하나님은 너를 지키시는 자'와 'God blessed America'를 부르며 아들 최우리가 설명을 할 때는 성도들이 폭소를 터트리는데, 나는 못알아 들었다. 크리스틴이 무용 '숲'을 설명하며 28살이라니 성도들이 놀라고, 시내가 장고 합주와 태평소 '비의 변주곡'을 설명하며 샛별과 31년을 함께 했으며 어릴때는 엄마 때문에 했지만 지금은 자신의 결정으로 여기 왔다고 한다.
무대 위에서 뛰고 돌며 장고를 매고 나르는 듯? 나비처럼 가벼운 작은 몸이 모두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것이다. 막내 유현이가 나와서 징을 치고, 버나 돌리는 귀여운 모습에 성도들은 어쩔줄 몰라 일어나 사진을 찍었다.
간증을 할 때는 웃고, 공연을 보면서 눈물 흘렸다. 울다가 웃고, 웃다가 우는 감동이 이어지다가 돌아 온 탕자를 맞는 아버지의 한마당 잔치에서 'Glory! Glory! Halleluya! 태평소 소리와 함께 남자 단원들이 상모돌리며 공중회전하는 순간에는 박수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공연이 끝나며 일제히 일어나 감격과 감사를 보내 왔다.
성도들은 단원들과 대화를 더 나누고 싶어 했으나 2부 예배를 위해 잠시 쉬어야 했다. 2부 예배는 어제 점심과 저녁 식사를 대접해 주셨던 필그림 교회와 연합예배로 드린다.
목사님의 짧은 설교에서 단원들은 은혜를 받았고, 사모님은 샛별 공연 순간마다 사진을 찍으며 눈물을 흘리고, 마치 손주들 공연을 보듯이 좋아서 어쩔줄 모르신다.
1부 예배때처럼 성전 가득채워졌고, 단원들도 피곤하기 보다 에너지 가득한 공연을 했다. 눈물과 폭소가 이어지며 공연이 끝나고, 감격의 기립박수에 이어 사랑의 헌금으로 샛별을 격려했다.
"단원들이 공연은 우리 영혼을 감동시켰습니다."
"상상하지도 못했던 놀라운 공연이었습니다."
"당신의 간증에 감사해요. 말을 너무 재미있게 해서 많이 웃었어요."
사명 감당을 했다는 안도 때문인지 단원들은 피곤하기 보다 행복한 모습이다. 민박 가정에서 준비한 파트락 점심 식사 후, 더 대화를 나누고 싶어하는 성도들을 뒤로 하고 우리는 서둘러 벤에 올랐다.
3시간 거리에 있는 아름다운 미시간 호수 북쪽에 위치한 엄지 손가락 모양으로 호수 중앙으로 뻗어나간 'DOOR COUNTY'로 가야하니까.
최지연 (샛별한국문화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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