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뱅크스로 떠나는 날.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새벽까지 여행 떠날 짐 정리를 하였기에 모두들 깊은 잠에 빠져 있다.
나는 문화원에서 따온 호박을 볶고, 차에서 냄새가 덜나게 김치도 볶고. 다진고기와 두부로 전을 부쳐 도시락 반찬을 만들기로 했다. 페어뱅크스까지는 곧장 가도 7시간은 걸린다는데, 산길을 가다가 식당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호박과 토마토를 다져서 오물렛을 만들어 아침까지 만들고 단원들을 깨웠다. 스타박스에서 운전을 맡을 언니 단원들의 커피까지 사자 떠날 준비 완료이다.
엥커러지는 어디로 가든지 바로 바다나 산들을 만난다. 후리웨이 1번 북쪽을 타자 왼쪽은 바다이고 오른쪽은 겹겹 산들이 줄지어 있어 강과 들판을 가로지르며 달리는 차는 신이 난다.
하나, 두울, 단원들은 흘러 나오는 찬양곡을 따라 부르고 차 안은 감사와 행복으로 가득이다. 우리가 산책했던 Eagle River 숲, 첫번째 공연을 했던 팔머 시티와 야생화 가득했던 Lazy Mountain을 보며 후리웨이 3번을 따라 미지의 세계로 달리기 시작했다.
원주민 동네를 찾아 산 속으로 들어갔다가 우연히 눈 덮인 산과 산들 사이에 있는 아름다운 Eklutna 호수를 만나 점심을 먹기로 했다.
앵커러지에서의 10일 동안 일기예보는 매일 구름과 비의 날씨라고 했으나 매일 덥지 않는 시애틀의 여름 날씨였다.
구운 닭고기를 겨자 쏘스에 무쳐서 상추에 싸서 산과 호수를 보면서 먹는 점심은 가슴 떨리는 행복의 맛. 예린이가 다가와 "사모님! 뽀뽀해 드리면 우리 아이스크림 사 주실 거예요?" "물론이지!" 쉽게 대답이 나왔다.
단원들의 건강을 위해 필요없는 간식은 늘 피했으나 조금 전, 산 속에 엉뚱하게 아이스크림 집이 있어서 웬지 특별한 집이라는 느낌에 들러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점심값만큼 비쌌지만 뒷맛이 깨끗하고 상쾌한 최고의 맛이었다. 궁금한 것은 묻고야 마는 내게 "앵커러지 사는 어떤 사람이 만들어 배달해 줍니다." 백인 아가씨가 대답한다.
서둘러 길을 재촉해 달리자 그동안의 아름다운 산들은 어데로 가고 온통 잿빛 산이다. 가을이 되면 눈으로 옷입고 햇빛에 찬란히 변신하겠지?
저 멀리에 서북미 최고봉 멕켄리 산은 흰 눈에 덮혀 빛난다. 높은 산들 사이에 있어서 일까? 구름 위에 혼자 우뚝 솟은 레이니어 산처럼 장엄하지 않았다.
길 공사로 차가 서자 사람들이 차에서 내려 길가의 야생 블루베리를 따먹는 것을 보고 어린 단원들이 따라 내렸다. 수많은 산과 강들을 지나 드디어 데나리 국립 공원에 도착하자 아직 환한 저녁, 훈훈한 기운이 자욱하다.
우리는 돌아오는 날에 다시오기로 하고 발 걸음을 돌려 길 가의 작은 호수에서 저녁상을 차렸다. 아침에 만들었던 고기와 두부 전, 김치볶음, 호박나물, 어머니들이 보내주신 밑반찬들이 모이니 진수성찬? 어머니들께 감사하며 꿀보다 단 밥을 먹었다.
열심히 달리는 우리를 지켜 주듯이 해는 산을 넘지 못하고 비추다가 드디어 넘어 갔나? 서운한 마음이 들 때에 다른 산 위로 얼굴을 내밀어 주니 반가워서 박수 쳤다. 아득히 멀어진 산들이 울타리처럼 둘러치고 광활한 들판이 펼쳐진 천연의 요새요 분지의 도시, 알라스카 제 2의 도시인 페어뱅크스에 다 온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북극으로 가는 관문인 페어뱅크스는 겨울에는 영하 40도로 내려가지만 눈 덮인 사방에 바람이 없어서 체감 온도가 높은데, 여름에는 영상 27도까지 오르며 여름이 길고 온화하여 주민들은 세상에서 제일 살기 좋은 도시로 믿고 있었다.
거기에 지구가 자전을 할 대에 북극에 가까워 천천히 돌기 때문에 사람들이 덜 늙는다니, 그 말이 믿어진다.
밤 11시가 되었는데도 훤한 하늘 아래 우뚝 솟은 멋진 건물들, 바로 알라스카 주립대학이 나타났고 한 눈으로 들어오는 작은 시내에서 우리들의 벤은 쉽게 '페어뱅크스 중앙 선교교회' 싸인이 있는 건물로 들어섰다.
이 멀고 깊은 동네에 우리 한인교회가 위풍당당하게 자리잡고 있어 가슴 뿌듯하다. 남자단원들은 교회에서, 여자단원들은 새로 지은 선교관에 머물기로 하고 들어가 보니, 우리가 처음 손님이란다. 정돈 된 침대 시트에서 수건, 샴푸..., 성도들이 손님을 천사로 모시니, 천사의 마음을 갖기로 매무새를 가다듬었다.
화요일. 서둘러 일어나 아침을 먹자 목사님께서 오셨고, 장로님을 비롯한 성도들이 찾아 왔다. 흑인 할머니 성도가 자신이 만든 빵과 함께 밥, 쇠고기 스튜를 아침으로 만들어 오셨지만 우리는 벌써 아침을 먹은 후였다.
페어뱅크스에는 육,공군 기지가 있고, 총 한인이 200명에 5개의 교회가 있단다. 중앙 선교교회는 30여 년 전에 세워졌고, 성영철 담임목사님이 오신지 20년, 현재 80여 명의 성도들 중 한인들은 10여 명이고 대부분 미국사람이다.
지역사회의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전도하였고, 미국 성도들은 한국음식을 비롯한 한국문화와 한인들이 최고라고 믿는다.
이 교회도 처음에는 한국부인들만 교회를 나왔지만 성 목사님이 오신 후부터 미국인 남편, 자녀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기 시작해 무숙 집사님 남편은 사찰 집사님으로 , 영미 집사님 남편 집사님은 교회 행정집사로 한국말까지 웬만큼은 알아 들었다.
이선녀 장로님 남편도 교회 장로로서 부인 장로님과 목사님의 최고의 협조자로 교회를 이끌어 가고 있어 귀감을 사고 있었다. 우리를 섬기려 오신 성도들을 뒤로 하고 우리는 페어뱅크스 관광을 떠났다.
눈은 없지만 크리스마스 동네를 가서 Reindeer를 만나고, 주변을 둘러 본 후, 치나 강 옆의 호수를 찾아 단원들에게 물놀이를 하도록 강요했다. 알라스카, 그것도 북극 가까운 페어뱅크스 호수에서 수영을 할 것이라고 믿지 못했는지 여자 단원들이 쉽게 수영복으로 갈아입지 못했다.
언니들이 만든 싱싱한 샌드위치에 아직도 뜨거운 미국 할머니가 만든 쇠고기 스튜를 찌게처럼 먹게 하자 모두 너무 맛이 있단다. 나도 할머니가 만든 빵을 먹어 보니 달지 않고 구수한 맛이 좋았다. 그래도 버터에 볶은 밥은 여자단원을 못 먹게 했다.
교회로 돌아 와 단원들은 연습을 하고 나는 고추장에 무친 폭찹으로 김치찜을 만들어 사찰 집사님과 목사님 식사 초대를 하고, 교회 아파트에 사는 입양아 좐을 불러서 먹게 하자 생전 처음 먹어 본다면서 너무 좋아했다.
우리는 함께 모여 감사 예배를 드리며 우리가 어떻게 페어뱅크스에 오게 되었는지 돌아 보았다. 매해 여름마다 세계 곳 곳을 다니며 공연을 하는 25년 동안, 단 한 번도 쉽게 되거나 안 된 일이 없었던 것은 오직 하나님께서 우리를 보내신 때문이었다.
올해는 샛별이 30주년을 맞아 공연 준비를 해야 하기에 여름 순회공연은 쉬운 길로 가고자 알라스카로 정했는데 시간이 가도 스케쥴이 잡히지 않았다.
알고보니 알라스카는 친척이 있거나 부자들이나 여행 가는 곳이란다. 많지 않은 한인들은 여름 한 철 산과 바다로 나가고, 손님들이 몰려 와 교회까지도 사람들이 모이지도 않는데 낯선 손님까지 받아 줄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우연히 만난 사람에 의해 앵커러지 원주민 문화원과 박물관, 한인교회들까지 스케쥴이 잡히어 하나님의 예비하심을 찬양했으나 페어뱅크스는 떠날 날이 다가오는데도 깜깜 무소식이었다.
다급해진 마음에 목사님께 기도제목을 올리고 며칠이나 지났나? 베다니 교회 협력 선교사이신 윤요한 탈북자 목사님께서 전화를 해 오셨다. "사모님,알라스카 가세요? 내가 도와 드릴까요?" "왜 아니겠어요? 빨리 도와 주세요!" "페어뱅크스 가실래요? 내가 30년 전에 목회하던 교회가 있어요."
며칠 후, 기다리던 윤 목사님의 전화가 왔다. "사모님, 패어뱅크스 목사님께 연락했더니, 교회는 어려우니 한인회장님과 연락하래요."
한인회장님이 사람 모으고 손님 대접하기 더 어려운 입장인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지만 여기까지 오게 하신이는 하나님이시기에 성 목사님께 전화 걸어 인사를 드렸다.
"사모님, 혹시 몇 년 전에 목회자 세미나에서 미국엄마들과 입양아들 데리고 공연하신 팀인가요?" "네, 몇 년 전이 아니라 벌써 십 년이 넘었습니다."
드디어 손바닥만한 구름이 나타난 것이다. 아니 빗소리가 들려 왔다. "사모님, 우리 교회 숙소에서 주무시고 수요일과 주일날에도 공연 해 주세요!"
한인회장님 전화번호 대신에 교회 행정담당 집사님 전화번호를 주시며 포스터까지 만들어 시내 곳 곳에 붙이겠다고 하셨다.
언제나처럼 우리 하나님은 샛별을 보내실 때에 먼저 그곳에 가셔서 준비해 놓으신 좋으신 하나님, 살아계신 하나님이셨다.
최지연 샛별한국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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