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11월 6일 발표한 새로운 국무부 지침에 따라, 당뇨병·비만·심혈관 질환 등 특정 건강 상태를 가진 외국인은 미국 이민 비자 발급이 거부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CBS뉴스가 7일 보도했다.
이날 공개된 국무부 외교전문(케이블)에 따르면, 영사 및 대사관 비자 담당관들은 신청자의 건강 상태, 연령, 그리고 공적부조(public charge) 의존 가능성을 근거로 비자 불허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시받았다.
지침에는 “심혈관 질환, 호흡기 질환, 암, 당뇨, 대사질환, 신경계 질환, 정신 건강 문제 등은 장기적이고 막대한 치료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러한 질환을 가진 신청자는 공적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번 지침은 또한 비만을 비롯한 비감염성 질환도 평가 대상에 포함시켰다. 문서에는 “비만은 천식, 수면무호흡증, 고혈압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 역시 고비용의 장기 치료가 필요하다”고 적시됐다.
비자 심사관들은 신청인이 미국 정부의 재정지원 없이 평생 의료비를 감당할 수 있는 충분한 경제력을 갖추었는지도 판단하도록 요구받았다.
즉, “신청인이 전 생애에 걸친 의료비를 정부의 보조 없이 충당할 수 있는가”를 심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조치는 기존의 국무부 외교업무지침과 상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톨릭이민법률네트워크(CLINC)의 찰스 휠러 변호사는 “비자 담당관은 ‘가정적 가능성(what if)’을 이유로 비자를 거부할 수 없도록 명시돼 있는데,
이번 지침은 그런 원칙을 뒤흔들고 있다”며 “의료 전문지식이 없는 영사관이 개인 판단으로 신청자의 건강 위험을 예단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지침은 신청자 개인뿐 아니라 가족 구성원의 건강 상태도 평가하도록 요구한다. “부양가족 중 장애인, 만성질환자, 또는 돌봄이 필요한 가족이 있어 신청인이 지속적인 고용을 유지하기 어려울 경우, 이는 비자 거부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현재 모든 이민 비자 신청자는 이미 미국 대사관 지정의사의 건강검진을 거치며, 결핵 등 감염병 검사와 예방접종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새 지침은 감염병뿐 아니라 만성질환·정신건강·대사질환까지 평가 범위를 대폭 확대한 셈이다.
조지타운대학교의 이민 전문 변호사 소피아 제노베세는 “기존에도 기본적인 건강평가가 있었지만, 이번처럼 비감염성 만성질환과 장래 치료비 부담까지 고려하는 것은 매우 포괄적”이라며 “비자 인터뷰 단계에서 예기치 못한 거부 사례가 급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광범위한 반(反)이민 정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앞서 행정부는 불법 체류자 대규모 추방, 특정 국가 난민 금지, 영주권 발급 상한 축소 등 강경 정책을 지속해 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침이 특히 당뇨·비만 등 질병 유병률이 높은 개발도상국 출신 신청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 세계 인구의 약 10%가 당뇨병을 앓고 있으며, 심혈관 질환은 세계 사망 원인 1위로 꼽힌다.
이민 법률 전문가들은 “의료비용 부담을 이유로 비자 심사에서 건강 문제를 적극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인도주의적 가치에 반한다”며, “이민자에 대한 차별적 기준을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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