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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 첫 모녀 주한미군인 서진규 예비역 미 육군 소령(희망연구소장·하버드대 박사·왼쪽)과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연락 부비서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딸 제스민 조 소령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 미군기지 군정위 회의실에서 태극기와 유엔군사령부기를 배경으로 힘찬 거수 경례를 하고 있다./사진=이병화 기자 |
한국인 첫 모녀(母女) 주한미군이 있다. 모녀는 하버드대 명문대를 나왔다. 하버드대 역사상 첫 모녀 재학생이었다. 딸은 여자로서 하버드대 학군사관후보생(ROTC) 중 1등으로 임관을 했다.
임관식날 딸, 제스민 조는 예비역 육군 소령인 어머니께 임관 선서를 했다. 하버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들의 몸속에는 뜨거운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라는 베스트셀러 책을 쓴 서진규 예비역 미군 소령(65·미 하버드대 박사)은 22일 오후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범상치 않은 자신의 인생을 너무나도 담담히 소개해 나갔다. 한국인 여자로서 미군 일병 병사로 시작해 소령까지 올랐다. 여군으로서 20년 동안 군 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태어난 한국을 위해 주한미군으로도 근무했다.
‘모전녀전’(母傳女傳)이라고 할까? 가발공장 여공에서 하버드대 박사까지 나온 어머니는 그가 쓴 책 ‘희망은 또다른 희망을 낳는다’처럼 그의 딸은 현재 주한미군 여군 장교로 근무하고 있다. 미 여군장교로서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연락 부비서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군정위 미 비서장은 대령이 맡고 있다.
유엔사는 15개국 회원을 둔 다국적 연합이다. 정전 유지 책임과 함께 회원국의 수용·대기·전방이동·통합(RSOI) 임무를 맡고 있다. 한반도 군사적 위기를 덜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유엔사 군정위는 정전협정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관리 감독하고 정전협정의 모든 위반사항을 협의해 처리하는 임무를 하고 있다.
정전협정 관련 사령부 자문 제공과 유엔사-북한군 접촉, 유엔사-북한군 간 24시간 핫라인 유지와 운영도 하고 있다. 교통회랑 운영과 감독은 물론 비무장지대 출입과 군사분계선 통행을 관리한다.
이러한 중책을 맡고 있는 조 소령은 2001년 소위 계급장을 달고 군인으로서는 어머니의 나라인 한국 군산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다. 패트리어트 미사일기지 방공 장교로 군산과 오산에서 2년 동안 근무하고 한국에서 중위 계급장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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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진규 예비역 미 육군 소령과 딸 제스민 조 소령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 미군기지 군정위 회의실에서 굳건한 한미 군사동맹을 상징하는 포즈를 취하면서 웃고 있다./사진=이병화 기자 |
2005년에는 미 태평양미사일사령부에서 중대장으로 한국과 일본의 미사일 방어작전을 계획하는 장교로 근무했다. 이어 2011년 아프가니스탄 국제안보지원군(ISAF) 소속으로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연락장교를 했다. 지난해 11월 다시 어머니의 모국인 한국으로 돌아와 미군으로서 군정위 임무를 맡고 있다.
비록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어머니 대(代)를 이어 한국에서 미군으로 근무하고 있는 조 소령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근무를 해봤지만 한국과 미국 군인들이 완전히 연합지휘체계 속에서 하나가 돼 한국에서처럼 정말로 열심히 협력하는 것을 본적이 없다”고 한·미 군사동맹을 극찬했다. 조 소령은 “미국이 동맹을 하는 나라 중에서 정말로 여기 한국만큼 협조가 잘 되고 있는 나라는 본적이 없다. 다른 나라에서는 아주 답답했다”고 했다.
그 누구보다 세계 각국의 군인들을 많이 겪어 본 조 소령은 한국군에 대해 “다른 나라 군인들은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면서 훈련을 한다”면서 “하지만 한국 군인들은 북한의 위협 속에서 전쟁이 매일 현실이 되고 있다”고 했다.
조 소령은 “한국 군인들처럼 매일 뛰고 싸우고 긴장감 높게 사명감을 갖고 나라를 지키는 강한 군인들을 본 적이 없다”면서 “진짜 전쟁 상대를 바로 옆에 두고 같이 사는 군인들은 한국군 말고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정말로 한국군은 프로페셔널한 아미(Army·군)다”고 높이 평가했다.
지난 5월 결혼 신고를 한 조 소령은 다음달 29일 서울 중구 퇴계로 ‘한국의 집’에서 미 국무부 외교관으로 파키스탄 대사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마이클 에이블(34)씨와 한국식으로 전통혼례를 올린다. 남편 에이블씨는 2011년 파키스탄에서 1년 동안 근무할 때 만났다.
조 소령은 2009년 방공에서 지역전문가(FAO)로 병과를 바꿨다. 지역전문가 장교를 하면서 세계 각국의 정부와 대사관·외교관들과 협조를 한 군 생활의 경험을 살려 내년 4~5월에는 전문 외교관으로 전직을 할 계획이다. 2000년 임관 후 주한미군으로 군산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던 조 소령은 14년 동안의 군 생활의 마지막도 한국에서 장식하게 됐다.
하버드대 학부 때 동아시아 외교정책과 국제외교를 복수 전공한 조 소령은 프린스턴대에서는 국제관계 공공외교 정책을 연구했다.
조 소령은 “지역전문가 군인으로서 근무하면서 군의 경험을 살리면 정말로 지도력과 전문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외교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다”면서 “분명히 군만으로 한계가 있는 것이 있고, 군과 외교 정책이 함께 손을 붙들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 소령은 “비록 국적은 미국이지만 피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남편과 함께 성 김 주한 미 대사처럼 남·북한이 하나되는 통일과 평화에 기여하는 외교관이 꼭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어머니를 따라 일본에서도 생활한 조 소령은 한국과 일본에 대한 이해가 깊고 한국어와 일본어도 영어처럼 유창하게 구사한다.
여군과 군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에 대해 조 소령은 “자기가 여자라는 것을 의식하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면서 “자기가 여자라는 것을 너무 의식하면 주변도 의식하게 된다. 내가 군인인데 여자라는 것을 먼저 본다. 여자라는 것을 의식 안하고 행동하면 하나의 군인으로 인정 받는다”고 조언했다.
조 소령은 “장교는 부하들이 문제를 갖고 오면 해결해 줄 수 있도록 항상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면서 “언제나 자기 의무를 피하지 않고 부하들을 진솔하게 섬기고 자기 자신이 누구라는 것을 잊지 않는 리더가 돼야 한다”고 했다.
예비역 미 육군 소령인 어머니 서 박사는 1976년 미군에 일병으로 입대했다. 1977년 주한미군으로 근무했다. 한국인 여군으로 주한미군은 그가 처음이었다. 한국인 여자가 미군 병사로 들어가는 것도 그 당시 극히 드문 일이었다.
3년 간 주한 미8군 군수보급병으로 근무하면서 표창장까지 받은 서 박사는 1981년 병참 간부 후보생에 합격해 장교가 됐다. 독일 근무를 마치고 1983년 중위로 다시 주한미군으로 온 그는 1984년 한국에서 대위를 달고 경기도 남양주시 퇴계원에서 유류병참 중대장을 했다. 그 후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 근무하다 일본에서 4년간 지역전문가 장교를 마지막으로 1996년 11월 전역했다.
서 박사는 “딸과 나의 삶 자체가 바로 한·미동맹의 가교이며 현주소이고 상징”이라면서 “앞으로 책과 강연을 통해 미국인과 세계인들에게 진정한 한·미동맹을 알리고 한국의 위상을 높이 심어 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미군에서 20년간 군 생활을 한 그는 세계 최강 미군의 힘과 원동력에 대해 “미국은 엄청난 비용과 인력, 노력을 지불해 가면서까지 군인 한 사람 한 사람을 우대하고 그 가족까지 돌봐준다”면서 “군인들이 전쟁터에서 쓰러져도 내 가족은 국가가 끝까지 돌보고 책임진다는 문화가 확립돼 있다”고 했다.
서 박사 가족들은 군과 참 인연이 많다. 삶의 터전도 군이었다. 남동생인 서규호(61)씨도 20년간 미군에서 군 생활을 하다 하사로 전역해 지금은 서울 용산기지 안에서 치과계 군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또다른 남동생은 한국군에서 하사로 근무하다 28살 젊은 나이에 교통사고로 죽었다. 예비역 육군 준장인 서용돌씨(육사 8기)가 작은 아버지다. 서씨의 오빠 아들도 미 해군 조종사로 괌에서 근무하다가 전역했다.
서 박사는 지난달 말 미국에서 영어로 자신의 두 번째 자서전인 ‘메이저 드림’을 펴냈다. 미국에 가기 전까지 한국 생활을 다룬 첫 번째 영어 자서전은 2년 전에 나왔다. 두 번째 자서전은 100달러를 들고 식모를 하면서 하버드대 석사까지 따고 소령으로 일본으로 떠나는 장면까지 실었다. 마지막 3번째 자서전은 1년 후에 나올 예정이다.
서 박사는 내년 4월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북페스티벌에 삶의 꿈과 용기, 희망을 전하는 영문 자서전을 한국의 대표작 중 하나로 출품할 계획이다.
올해는 한·미동맹과 정전협정 60주년을 맞는 특별한 해다. 지난 19일부터 30일까지 일정으로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이 열리고 있다. 비록 국적은 미국이지만 한국인으로서 미군 여군으로 근무하고 있는 조 소령의 밝은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60년의 한·미 군사동맹도 밝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기사=아시아투데이 (조이시애틀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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