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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05/05  조이시애틀뉴스
[조이문학] 까마귀 먹이 주는 할아버지 ...남희우

우기도 거의 끝나 가고 밖에 날씨가 화창하다. 오후 2시가 지나면 권태로워진다. 남편과 집을 나서서, 근처 맥도날드에 가서 간단한 주전부리도 하고 이야기도 하고 사람들 보는 것으로 기분을 전환한다.

그 시간에 자주 보는 노부부가 있다. 할아버지는 작달막하고 통통한 체격이시고, 할머니는 엷은 선글라스를 쓰고 조촐한 모습에 흰 머리를 곱게 빗어 올린 노인이시다.

할아버지가 주문한 메뉴를 쟁반에 받아 오는 동안, 할머니는 자리에 앉아서 손지갑만 한것을 열고 이것저것 꺼내 당 수치를 잰 다음 수첩에 적어 넣고는 본인이 복부에 주사하는 것이었다.

할머니는 당뇨를 앓고 있다는 것을 곧 알아차렸다. 할아버지가 쟁반에 햄버거를 가져오면, 할머니는 햄버거의 뚜껑 빵을 걷어 내고 고기 치즈와 밑 빵만 드시는 것을 보았다. 할아버지는 커피와 햄버거를 드신다. 다 드신 후에 할아버지는, 걷어 놓은 빵과 감자튀김을 잘게 뜯어서 크게 한 주먹 되는 양을 아스팔트 주차장에 던진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장애인 표시가 걸린 차로 가신다. 잠시 후에 어디서 보고 왔는지, 까마귀 두세 마리가 공중을 선회하더니 곧 내려앉아서 감자튀김 조각을 쪼아 먹는다. 삽시간에 까마귀 떼가 새까맣게 몰려들었다. 덩치 큰 흰색 바닷새도 눈치 보면서 쪼아 먹는다. 그중에 몇 마리는 부리 가득히 쪼아 물고 날아간다.

둥지로 가서 먹으려나. 둥지에 식구가 있는 모양인가 궁금하다. 그중의 한 놈은 감자튀김을 고인 빗물에 몇 번 굴려서 먹는 것이 물에 씻어 먹는 것 같이 보인다. 

맥도날드에 갈 때마다 유리창 너머로 까마귀가 먹이를 쪼아 먹는 광경을 목격한다. 입이란 기관을 가진 동물은, 끝없이 입에 먹이를 넣기 위해 온갖 노력과 모든 지혜를 짜내야 하고, 위험천만한 눈치도 보아야 한다. 

그런 생명에게 먹이를 준다는 것은 자선이다. 할아버지가 베푸는 일은 까마귀들에게 최고의 자선이라 생각하고 집으로 왔다.


남희우

수필가, <출판과 문학> 등단
뷰리엔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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