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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04/02  조이시애틀뉴스
[서울통신] 미나리

추위를 물리치고 이른 아침에 새싹이 돋아나는 사철 미나리. 그 옛날 미나리골 맑은 동네에 세워진 우리 학교 미동초등학교~~


1896년 세워진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의 교가에는 미나리가 나온다. 학교에서 교가를 부르면 책상 앞인데 반찬거리 미나리가 나와 쑥스러웠다.

 

그런 미나리 제목의 영화가 미국에서 히트해서 한국에서도 상영된다. 광화문에서 볼일이 있어 그곳으로부터 종로 3가 미나리가 상영되는 극장을 향해 오랜만에 걸어보았다. 한국은 이민을 안 가도 마치 이민 간 것처럼 주변이 바뀌고 세상이 바뀐다더니 내가 그 격이다.


찻길 안쪽 길로 접어들자, 못 보던 건물들과 그간 복원해놓은 조선시대 유물들이 도시를 새롭게 꾸미고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곳에서 조금만 가면 종로 3가 낙원동이란 곳이 있다. 이름처럼 요즘 낙원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불빛이 넉넉해지고 포장마차도 많아지고 각종 식당, 호텔, 꽃집과 편의점이 점점 촘촘하게 상가를 채운다.


낙원이란 경쟁이 없는 정원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전에는 이런 비경쟁이 무기력하게 느껴지고 야위어가는 할아버지들이 누군가의 눈길을 피해 조용히 장기를 두던 풍경이 있었다면 요즘은 이 근방이 여간 활기찬 것이 아니다.

 


아직은 삶이 찬연하고 수중에 포켓 머니가 있고 근처에는 노인의 입맛을 고마워하는 맞춤형 실비 식당들이 있으니 인생의 전성기를 지난 나그네들은 이곳이 편하다. 승자가 되어 기분 내며 잔을 부딪칠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종로 3가 수표로를 걸으면서 우측으로 보이는 한곳 골목으로 들어가면 낙원동 익선동 돈의동으로 연결되어 골목을 꽉 채우는 새로운 상권을 만난다. 어르신들이 채우던 안전과 이완을 곁에 두고 현역 젊은 층과 관광객이 좋아할 법한 각종 특색있는 상점들과 열린 고기 구이집에 손님이 적지 않다.


한국은 한 달이 다르고 일 년이 다르다. 아직은 좋아지는 쪽으로, 복잡해지는 쪽으로, 질서를 지키는 쪽으로 나가고 있는 것이 다행이다.


고깃집을 지나며 연기를 맞으니 누구나 즐기고 좋아하는 육류 소비에 대해 약간 이율배반적인 생각이 든다. 강아지는 그렇게 애지중지 안고 다니면서 그 순한 소와 닭은 이렇게 즐겁게 언제까지 식용으로 인간 곁에 있어 줄 것인가?


양식(糧食)을 찾는 것은 본능인데, 생각하며 살아야 할 인간이기에 인간의 양식(良識) 이면을 보게 된다. 낙원에 조명은 여전히 삶을 비추고 흥을 돋우는데, 복잡한 신경계를 다 작동시키며 살면 안 되는 것이 인생이어서 오늘도 조용히 안쪽으로 문을 여민다.

 

 

 

신순영

조이시애틀뉴스 서울통신원

고려대 농학박사

soonyoun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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