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벨뷰를 떠나게 된 동기에는 오리건의 지인댁에서 며칠 쉬어 가라는 초청에서 부터 시작된 것 이었다. 그러나 벨뷰에서 포틀랜드로 가며 나의 마음이 동요되기 시작하였다. 나의 초쵀한 모습을 보고 내 슬픈 환경을 위로하겠다고 애쓰실 분들이 얼마나 더 힘이 드실까?
나를 위로하려고 노력하는 그 분들의 모습이 나를 더 슬프게 할 것 같았다. 모든 위로의 전화와 손길들을 뒤로 하고 나의 현재의 슬픔과 고독을 더 깊고 고독한 환경을 체험하며 고민하면서 스스로 극복하여 보리라.
견딜만 하면 견딜 것이고, 견디지 못 하게 된다면 설사 그곳이 영원히 쉬게 될 곳이 될지 언정 일단 떠나자. 그러나 나는 ‘반드시 제자리를 찿아서 돌아 올 것이다’ 라는 생각으로 시도한 14박15일이었다.
아침부터 식사도 걸르고 한살 반 된 강아지 쎄미를 챙겨서 차에 싣고 바로 첫 200마일을 남쪽으로 달렸다. 사람들이 표현하던 머리에 총맞은 느낌이 이렇구나를 느끼면서… 캘리포니아 방향으로 차머리를 돌리고 가던 중 해가 저물기 시작하는 즈음에 나의 첫 도전이 시작되었다.
타이어에 큰 못이 박혀 운전이 불가능하게 된 것이었다. 난감하여 AAA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이미 타이어 가게는 모두 문을 닫은 후 였으며, 다음날 아침이나 되어야 문을 연다고 한다. 아 첫날부터 이런일들이 있다니… 서서히 밀려오는 밤의 어두움과 더불어 두려움과 긴장감이 찿아들기 시작하였다.
아침이 밝자 차를 고친 후 앞으로 얼마나 더 안전하게 달릴 수 있겠느냐고 가게 직원에게 물으니 5,000마일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번 외출은 5,000마일로 정하자. 주변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본격적인 여행 계획을 잡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였다. 고여만 있던 나의 생각과 영역을 넓혀보자. 이 여행이 나의 마지막이 될지, 아니면 새 희망을 안고 돌아올지는 천천히 생각하며 무조건 달려보자.
그동안 내가 모르고 산 세계가 어디에 또 어떤 모습들로 숨어 있을까… 를 생각하며 이번 목적지들은 모두가 원하고 따르는 곳이 아닌 비주류로 선택하여 보기로 하였다.
가장 중요한 가족들이 떠난 빈자리를 한살 반이 된 쎄미가 내내 내 곁을 지켜주며 위로하여 주었다. 그래, 나의 여생에 작은 여지라도 남았다면 가장 어려울 때 내 곁을 지켜주는 너를 위하여서라도 열심히 살리라… 고 생각하면서.
이미 2십여년 전에 돌아 본 옐로우스톤이나 요세미티국립공원, 샌프란스시코 금문교, 그랜드캐년, 라스베거스, 세도나를 다시 돌아 볼 것이 아니라, 북적이지 않는 고즈넉한 곳으로 스스로 개척하며 찿아 보자. 나는 캘리포니아로 가던 프로웨이 I-5에서 차머리를 돌려 아이다호로 방향을 바꾸었다.
아이다호 하면 무엇이 가장 머리에 떠오를까? 멍 뚤린 내 의식에도 ㅎ 감자바위네… 라는 생각으로 일단 아디다호주의 주도인 보이시로 가기로 하였다.
오리건 끝자락에서 I-84를 타고 시속 80마일로 450마일을 쉬지 않고 달리기 시작하였다.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 곳으로 끝없이 달렸다. 황량한 벌판에는 평화롭게 풀을 뜯는 소떼들과 추수를 기다리는 옥수수밭이 나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잠시 차를 멈추고 풀을 뜯는 검은 소들과 눈을 맞추고 덤덤히 바라보다 다시 쉬지 않고 달렸다. 80마일 속도는 차가 흔들릴 정도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약 22만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아이다호의 주도인 보이지시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테이블 락 트랙킹 코스(Table Rock Tracking Course)는 트레일 전체가 바위돌이며 부서진 돌길이었다.
언덕위에 자리 잡은 고급 주택지. 행복한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이어가는 곳 이겠지… 나는 외지인이 되어 생각에 젖어 있었다. 이제 저 황량하고 구비진 돌 언덕길(Death Hill)을 넘어야만 유타주로 간다. 또 다른 하루가 지나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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