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릿한 시애틀의 겨울 몇 주전 윌로우스 런 골프코스에서 워싱턴 스테이트 주니어 골프대회가 열렸다. 나는 선수로 참가한 학생의 캐디로 참가하였는데 학생은 지난 몇 개월 정말 열심히 공을 치고 실력을 높여 이 대회를 준비하였고 학생과 나, 부모까지 나름 높은(?) 목표를 생각하고 대회에 임했었다.
시합 한 시간 전에 도착하여 연습 샷을 하는데 학생의 컨디션이 좋아보이질 않았고 그러다보니 볼을 제대로 날리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무슨 조언을 해도 잘 듣지 않고 신경은 날카롭게 서서 무슨 말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기대가 높으니 웬만한 볼도 만족할 줄 모르고, 만족하게 샷을 점검하지 못한 채 시합에 들어갔다. 1번 홀부터 스코어는 엉망으로 나오기 시작하였고 5홀까지 계속 실수 연발이었다. 학생은 기대치가 높았던 만큼 자신의 실수를 용납하지 못했고 심지어 시합을 포기하려는 뜻을 내게 말하기도 하였다.
나는 학생에게 말했다. 골프는 실수를 수용하고 나아가서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이 학생이 그 말을 이해하고 귀담아 들었는지는 모른다.
학생이 몸이 풀려서인지 6번째 홀부터는 드라이버 샷도 멀리 나가고 칩샷도 제법 안정을 찾아가면서 마음도 안정을 찾는 것 같았다. 중간에 포기 한다고까지 했던 말도 잊었는지 한샷 한샷 최선을 다하기 시작하였다. 샷을 기다리는 동안 학생은 하늘을 나는 새들을 보고 주변의 나무도 눈에 들어오는지 내게 말하기 시작하였다.
시합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끝까지 그리고 무사히 시합을 끝낼 수 있었다. 이번 시합을 통하여 학생은 어떤 새로운 느낌을 받았으리라 생각한다. 꼭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 기대치가 있으나 그 기대치에 만족한 결과를 얻은 때가 얼마나 있었나. 한번 사는 인생이니 실수하고 넘어지고 그러는 것이 당연하지만 실수를 즐기고 극복하면서 사는 것이 삶이 아닐까?
저본 사람이 이길 수 있다는 신념이 나에게 있다. 이길 때까지 계속해서 연습하고 도전하면 결국 이길 수 있다. 칼럼을 방문하는 독자들에게 새해에도 결코 넘어져도 일어서면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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