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텍대학`은 산하에 11개 대학, 38개 캠퍼스에 200여 개 전공을 두고 있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던 기능대학(2년제 학위과정)과 직업전문학교(1년제)를 통폐합해 2006년 한국폴리텍대학이 출범한 덕분이다. 폴리텍대학이란 간판이 곳곳에 심심치 않게 보이는 이유다. 2년제 등록금은 학기당 대략 110만원 수준이다. 지난해 2년 학위과정 6500여 명, 1년 학위과정 5500여 명이 졸업했다. 현장 중심 교육으로 취업률이 아주 높다. 특히 타 대학을 졸업했거나 다니던 도중 폴리텍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이 적지 않다. 이들 성취도는 남다르다. 뒤늦게 적성을 찾은 폴리텍대학 졸업생 3명의 얘기를 들어봤다.
◆ 박호진 씨 "전공 살려 해외취업 연봉 1억5천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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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캠퍼스 산업잠수과 졸업 (2007년 2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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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계고를 졸업한 박호진 씨는 곧장 취업을 했지만 적응에 실패했다. 국외로 취업해 보자는 통 큰 포부를 갖고 영어 관련 학과에 입학했지만 국외 취업에는 영어가 아닌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박씨는 "좀 더 넓은 세상에서 넓은 시야를 가지고 전 세계를 돌아디니며 일을 하고 싶었다"며 "세계 어디에서든 일할 수 있는 전문기술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외 취업에 필요한 기술을 찾던 중 우연한 기회에 산업잠수사라는 직업을 알게 됐고, 국제자격증을 따기 위해선 폴리텍대학 관련과에 입학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박씨는 국외 취업을 위해 `영어`와 `기술`이라는 두 목표에 집중했다. 영어동아리를 구성해 팀장을 맡으며 영어에 대한 지식을 넓혀갔다.
졸업 직전 국내 수중공사 업체에서도 취업을 권유받았으나 이를 마다하고 2007년 싱가포르 잠수 관련 업체에 취업했다. 연봉 5000만원을 보장받고 시작해 능력을 인정받아 불과 2년이 지난 현재 연봉은 약 1억5000만원에 이른다.
박씨는 "현재 일하고 있는 기업은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이라며 "이곳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배우는 기술과 경험은 국내에서 익히기 힘든 것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여러 나라 사람들과 함께 일하기 때문에 넓은 시야를 가지고 일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폴리텍대학 강의에 대해 박씨는 "대학에서 배운 것들이 대부분 실제 취업을 위한 것이어서 현재 일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어 교육을 보강하고 전기ㆍ전자와 유압 장비에 대한 교육이 추가된다면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학과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의진 산업잠수학과 학과장은 "고교 졸업생뿐 아니라 타 대학이나 직장을 다니다 온 학생도 적지 않다"며 "본인이 관심 있고 열성적인 학생은 해양경찰, 수중공사업체 등 전공을 살려 취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지현 씨 "어느 대학보다 무슨 과에 갈지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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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강서캠퍼스 컴퓨터출판디자인학과졸업 (2009년 2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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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현 씨는 이전 대학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했다. 1년 동안 출판사에서 근무한 이씨는 부족한 지식을 보충하기 위해 영국으로 떠나 단기 어학연수와 일러스트레이션 공부를 했다. 이씨는 "테크니컬한 디자인을 더 배우고 싶었고, 1인 출판사를 만들고 싶은 포부가 생겨 좀 더 지식을 쌓기 위해 폴리텍대학에 입학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출판디자인 공부를 하기 위해 학원을 찾아보았으나 짧은 교육기간에 비해 수강료가 너무 비싸 포기했다.
이씨는 "대학에 입학해 학원 못지않은 프로그램과 컴퓨터 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 점이 무엇보다 좋았다"고 말했다.
올해 2월 졸업한 박씨는 출판사 편집디자이너로 입사했다. 연봉은 대략 2500만원 수준이다. 이씨는 "
학교 지원으로 10박11일 동안 미국 시애틀 기술대학(Lake Washington Technical College)을 방문해 현장 경험을 한 것이 신기술 흐름과 변화를 체험하는 좋은 계기였다"고 말했다.
이씨 역시 취업 준비자들이 넓은 시야를 가지고 국외 취업시장을 바라볼 것을 주문했다. 그녀는 "폴리텍대학은 세계 여러 나라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다"며 "만일 내가 20세로 돌아간다면 폴리텍대학으로 입학해 자매결연이 돼 있는 미국 대학으로 편입하는 것도 고민해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고교 시절 진학을 고민할 때 어느 대학을 가는 것보다 실질적으로 무슨 과를 어떻게 가야 하는지에 대해 중점을 둬야 한다"며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도 너무 비싼데 외국 대학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취업 준비생에 대해 이씨는 "면접을 볼수록 면접 보는 기술이 생기고, 이력서도 많이 쓰면 노하우를 터득하게 된다"며 "정말 하고 싶은 일, 가고 싶은 회사를 위해서도 그전에 면접을 많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임찬미 씨 "졸업때 車자격증 3개…산학협력업체 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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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캠퍼스 자동차학과 졸업 (2006년 2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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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계고를 졸업한 임찬미 씨는 대학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했다 적성이 맞지 않아 수능을 다시 봤다. 자동차 튜닝이란 직업을 알게 된 임씨는 진로를 전환해 폴리텍대학 자동차학과에 입학했다.
임씨는 "폴리텍대학에서 가장 우선시하는 것은 바로 자격증"이라며 "전문대학과정 1년이 지나면 산업기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데, 자격증 취득률이 60%가 넘었다"며 "그 덕분에 대학을 다니면서 자동차 관련 자격증을 3개나 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도 폴리텍대학과 산ㆍ합 협력을 맺은 것이 인연이 돼 입사했다. 그는 "자동차 관련 과목뿐 아니라 영어 수업도 듣기, 회화 등 여러 과목을 들어야 했다"며 "그때 들었던 수업이 업무에 크게 도움이 돼 더 열심히 못한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임씨는 "고등학교 때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점수에 맞춰 대학을 갔고, 결국 진로를 바꾸게 됐다. 세상엔 참 많은 다양한 직업이 있다는 것을 사회에 나와서야 알았다"며 진로를 선택할 때 좀 더 넓은 시야를 갖기를 권했다.
그는 "자동차 정비를 하던 시절에는 대학교수가 돼 직접 정비를 가르치는 것이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돈을 더 벌어서 인천에 자동차 매매센터, 정비공장, 튜닝공간 등을 모두 갖춘 자동차 메카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임씨는 "자동차학과도 정비뿐 아니라 부품 설계, 디자인, 사고 감정 등 자동차와 관련한 다양한 직업을 접할 수 있도록 세분화했으면 한다"며 "외국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더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취업을 준비하든, 대학에서 공부를 하든 주말이라도 틈을 내서 1시간만이라도 일을 해서 손에 돈을 쥐어보는 게 좋은 경험"이라고 말했다.
[황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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