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언니가 3년 전 대장암 수술을 받고서 지금은 많이 좋아진 상태다. 언니는 체격이 작다. 키도 나보다 조금 작고 야리야리하다. 뼈가 가는 사람이라고나 해야 하나!
그런데 무척 강단이 있는 사람이다. 대장암도 씩씩하게 이겨내고 대학교수였던 형부가 사고로 인하여 60대 초반에 치매가 되자 언니의 고군분투가 시작되었다.
언니도 몸이 건강치 못한데 자기 몸을 단단히 훈련시키며 키가 6피트 3인치인 형부 손을 붙잡고 매일 집동네 뒤의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내가 한국에 가서 형부와 함께 시장을 가려고 하는데 건축학 교수였던 우리 멋진 형부가 머리에 세수수건을 둘러쓰고 따라나선다.
형부 머리에 쓴건 뭐지요? 응 더울까봐? 형부는 머리에 노란수건을 두르고 내손을 꼭잡고 잃어버릴까봐 형부와 나는 함께 시장을 도는데 형부가 떡복기 집앞에서 멈추었다.
왜요? 나 배고파! 나는 두말없이 떡복이 3천원어치 시켜서 형부와 나는 밥먹은지 30분도 안되었는데 시장 길가에 서서 매운 떡복기를 먹기 시작했다. 조금더 시장을 살피는데 형부가 호떡을 구워파는 포장마차에서 더이상 못간단다.
왜요? 나 밥 안먹어서 배고파서.. 나는 호떡 두개를 시켜서 형부와 함께 뜨거운 설탕물이 줄줄흐르는 호떡을 입에 배어문다.
자 이제 장을 다보았으니 집으로 돌아가야지. 집으로 가려고 재래시장을 나가려는데 형부가 노랗고 찰진 옥수수 삶은 것을 수북히 쌓아놓은 옥수수 파는 할머니 앞에서 멈추셨다.
왜요? 처제, 우리 밥 안먹었잖아! 우리 조금전에 떡복기도 먹고 호떡도 먹었는데요? 형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천진한 미소를 띄우며 아니 처제 그것은 어제 저녁을 먹은거지!
나는 언니를 좀 쉬게하려고 형부와 둘만 시장에 나온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형부는 옥수수장사 앞에서 꿈쩍도 안하신다. 더이상 드시면 그다음 화장실 문제가 심각할 수도 있어 나는 형부의 팔을 잡아끈다. 형부 이제 그만드시고 가요?
5피트3인치 138파운드인 내가 6피트3인치 200파운드의 형부랑 힘싸움 하는 것은 결과가 보나마나 뻔하다.
옥수수할머니에게 3천원에 3개하는 옥수수를 사는데 할머니가 젊은 색시(내가 염색을 해서 젊게 보이는듯)가 아버지 모시고 다니느라 수고하네!
효녀일쎄!라시며 옥수수 한개를 덤으로 더주시는 것을 아니요! 할머니 저 더주시는것 싫어요. 형부가 한개 더드시면 안되니까.
매정하게 거절하고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나는 봉지에 담은 옥수수를 형부 손에 들려주고 형부와 함께 집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형부, 이것은 집에가서 언니, 나, 형부 셋이 함께 먹자구요? 내말이 무색하게 형부는 집으로 가는길에 기여코 옥수수 봉지를 찢어서 뜨끈한 옥수수를 한개 꺼내어 한잎 크게 베어문다.
집이 가까이오자 형부의 눈이 동그랗게 커지며 나를 쳐다보며. 처제, 언니에게 말하면 안돼? 언니알면 혼나! 언니는 내가 형부와 함께 시장을 간다고 했을때 나에게 신신당부했었다. 형부가 밥먹은것을 잊어버리고 뭐먹자고 해도 절대로 군것질 사드리면 안돼.
식사한 것을 잊어버리고 계속 배고프다고 하시는데 절대로 정한양 이외는 안된다. 또 길가 음식 먹고 탈나도 안되거든.. 물론 나는 언니에게 시장 다니시면서 드신것 없어! 여기 이 옥수수 언니하고 먹겠다고 하셔서.. 라고 떡복기며 호떡 먹은 이야기를 사실대로 얘기할 수가 없었다.
집에 도착하자 마자 형부는 배고프다며 시원한 양배추 물김치에 밥 한공기 말아 드시면서 아이구! 배고파 죽을뻔했네! 라고 말씀하셨다.
형부가 밥을 말아드시던 양배추 물김치가 그리워서 나도 며칠전 예쁜 양배추 사다가 썰어서 절여 놓았다가 찹쌀풀 쑤어서 넣고 마늘, 생강, 양파, 사과 넣고 만들어 보았다.
언니와 형부는 잘 계시려나? 양배추 물김치 맛이 시원하다.
레지나 채
소셜워커, 워싱턴가정상담소 소장
조이시애틀 푸드 칼럼니스트
(206) 351-3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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