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엄마는 장에가시면 꽈리고추를 한바구니 사셔서는 꼭지를 떼어버리시고는 고추를 깨끗이 씻으신 후 나하고 오빠에게 포크를 주시면서 꽈리고추 하나하나에 구멍을 내라고 하셨다.
우리가 작은 꽈리고추에 포크로 한두번씩 찍으면 잘보이지 않는 구멍이 나고는 했다. 나중에 엄마 왜 고추에 구멍을 내야해요? 여쭈어보니 양념이 잘베어들라고 구멍을 내는 것이라고 알려 주셨다.
엄마는 구멍낸 꽈리고추에 밀가루를 훌훌 뿌리시면서 밀가루를 골고루 뒤집어 씌우고는 밥을 지으시고 밥이뜸들 즈음이면 밥솥을 열어서 뜸들이는 밥위에 밀가루를 뒤집어쓴 꽈리고추를 올려놓으셨다.
밥이 뜸이 들면 엄마는 밥위의 꽈리고추를 꺼내셔서 장독대로 가셔서 몇년 전 다려놓으신 조선간장을 작은 국자로 반국자 뜨셔서는 조선간장에 다시마와 감초, 멸치끓인 물 1/3 국자를 넣고 마늘 다진것, 파, 고추가루, 참기름을 넣고 섞어서는 커다란 양푼에 밥위에 살짝 찌어낸 꽈리고추를 쏟아부었다.
엄마의 두손으로 뒤적거리시고 난 뒤에 꽈리고추를 접시에 담으시고 깨소금을 훌훌 뿌리셔서는 밥상에 올려놓으셨다. 뜨거운 밥 한숫갈에 양념이잘베여 무쳐진 꽈리고추 하나를 얹어 먹던 그때 그맛!
오늘은 엄마가 그리운 날이다.
레지나 채
소셜워커, 워싱턴가정상담소 소장
조이시애틀 푸드 칼럼니스트
(206) 351-3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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