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 시애틀문학 |
| 한밤중의 물난리(2) ...이성수 |
| 이성수 2021/05/17 11:38:01 [조회 : 779] |
|
내가 사는 아파트는 50년 전에 킹 카운티
주택국에 의해 건립되었다. 6층 건물로 총 85세대가 입주해 있다.
이곳 페더럴웨이에서 아파트로는 가장 높은 건물이다. 도시 중심지에 위치하고 도보로
3~5분 거리에 은행, 미국 대형마트와 한국 H마트가 있어 생활이 편리하고 교통도 좋고 쾌적하여 입주하려는 희망자가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옛날에 지은 집이라 두꺼운 벽돌로 튼튼히 지어서인지 방음(防音)이 잘 되어 있다. 개인주택과는 달리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공동주택이다 보니 화재위험이 높아 당국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화재경보기(alarm)가 울리면 매뉴얼대로 대처할 훈련이 잘 되어 있다. 아파트 방 안에 고성능 화재경보기 하나만
울려도 소리가 큰데 무려 3대를 설치하였으니 알람이 울리면 겁부터 난다. 귀가 어두운 입주자를 배려했다지만 일반인은 수건으로 귀를 막아야 할 정도로 알람소리가
너무 크다. 음식을
데우기 위해 냄비를 전자레인지 위에 올려놓고 깜박 잊을 때가 있다. 어느 사이 음식이 타고 연기가 피어올라 천장에 설치된 연기감지센서를 자극하여 알람이 큰소리로
울린다. 생선을 구워도 알람이 빽빽거린다. 소리가
나면 모두 놀라 소방차가 들이 닥칠까봐 부채로 경보기 근처 공기를 휘젓는다. 3분이 초과하면 소방차가 온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초비상이다. 입주자는
한국 사람이 절반이 넘고 나머지 러시아인과 미국인이다. 찌개, 국을 좋아하는 한국 사람이 경보기를 많이 울리게
하는 편이다. 경보기가 3분 이상
울리면 어김없이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한다. 매뉴얼대로 입주자는 밖으로 나가 대피한다. 소방차가
오고 소방관이 현장에 가서 연기를 밖으로 몰아내는 등 작업을 하는데 30분 가량 걸리므로 경보기가 울리는 시간도 30분이면
대개 끝난다. 그런데 오늘은 1시간도 더 울렸다. 코로나 19 때문에 밖으로 대피를 못하고 집안에 있다가 답답하여 복도로 나가려고 문을 여는
순간 복도로 도랑물이 흘렀다.
어머니를
잃은 간난 아이는 낮이면 동리 부녀자의 도움으로 젖을 얻어 먹였다. 그런데 밤이면 배가 고파 울어댔다. 전쟁 중이라 우유를
구할 수가 없었다. 할아버지는
한참을 고민하시다가 논도랑에 서식하고 있는 미꾸라지를 잡아서 고아 추어탕을 먹이라 하셨다. 미꾸라지가 우리 몸에 좋고 영양이 많다는 것을
아시는 할아버지는 어린 아이의 이유식에 미꾸라지보다 더 좋은 음식이 없다고 생각하셨다. 어린
애가 밤에 배고파 울면 맏형인 내가 곤히 잠자고 있는 두 동생을 깨워 논을 가로질러 흐르는 도랑에 가 삼태그물로 미꾸라지를 잡았다. 하늘이
도와 그해 가을은 미꾸라지 풍년이 들어 지천으로 많이 잡혔다. 잡아온 미꾸라지에 소금을 뿌리고 추어탕을 고는 것은 할머니의 몫이었다. 할머니는 눈물을 흘리시며 미꾸라지라도 많이 잡혀 어린 손자가 배불리 먹을 수 있다고 감사해 하셨다. 그
추어탕을 먹고 어린 동생은 토실토실 하게 살이 져 건강하게 잘 자라서 올해 나이 71살이다.
우리
아파트에서 경보기가 울렸다 하면 십중팔구 냄비 속의 음식이 타는 연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울리는 경보기는 특이하게 냄비가
아니고 촛불을 켜 놓고 잠이 든 사이에 방안에 발생한 작은 화재로 인한 것이었다. 경보기가
울리고 소방관이 도착하였다. 우선 수돗물로 화재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물이 바닥에 고이고 급기야 많은 물이 넘쳐 복도로 도랑물이
되어 흐르고 드디어 이웃집 방안으로 물이 침범하였다. 모두
잠자리에 들어 잠자는 밤중에 난데없이 물난리를 당해 당황하였다. 방안으로 들어온 물은 카펫을 삼킬 듯 적시기 시작했다. 물을 퍼내고 물기를 훔쳐내는데 많은 시간이 걸려 꼬박 밤을 새워야만 했다. 방안
화재를 진압한 소방관이 복도의 물을 퍼내고 급한 대로 여러 대의 대형 선풍기를 틀어 카펫의 물기를 날려버렸다. 방안이고
복도고 정상이 되는데 3일이 걸렸다. 물기를 제거하는 데 사용한 수건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내가
이 아파트에 입주한 이래 이번처럼 화재경보기가 울려 물난리까지 겪어보기는 처음이다.
이성수 (워싱턴주 페더럴웨이 거주) 서북미문인협회 회원
|
||
|
| 전체선택 l 선택해제 | Total : 1017 ( 1/68 ) |
|
|
Copyright (c) 2008-2018 JoySeattle News. All rights reserved. Contact: editor@joyseattle.com ■ Mobile Site: m.joyseattle.com ■ Phone: (206) 247-2325 ■ Office: 15 South Grady Way, Suite 410, Renton, WA 98057; Mailing Address: P.O. Box 5032, Bellevue, WA 98009 JoySeattle News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Powered by Newsbuilder
|
